직업을 입력하면 단 5초 만에 ‘내 일자리의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사이트가 온라인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AI발 일자리 위기’가 어느새 직업별로 남은 시간을 따져 묻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인공지능(AI)에 대체될 가능성이 있는 직업과 예상 시기를 검색할 수 있는 ‘YOU'RE NEXT’ 홈페이지 화면. ⓒ‘YOU'RE NEXT’ 홈페이지
1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 직업으로 돈 벌어먹을 수 있는 것이 언제까지인지 알려주는 곳’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의 직업을 입력하면 AI가 해당 직업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과 남은 기간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14개국을 대상으로 AI가 이미 대체하기 시작했거나 향후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직업과 전공을 검색해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AI에 자리를 내줄 것으로 예상된 직업 1위는 ‘프롬프트 엔지니어’였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생성형 AI가 원하는 결과를 내도록 질문·명령어(프롬프트)를 설계하고 개선하는 사람을 말한다. AI를 잘 다루기 위해 등장한 직업이 오히려 AI에 가장 먼저 대체될 직업으로 꼽힌 셈이다.
2위는 데이터 라벨러, 3위 텔레마케터, 4위 웹 퍼블리셔, 5위 데이터 입력원이었다. 이들 직업에 표시된 시점은 2027년 3월. 앞으로 불과 5개월 남았다는 계산이다. 그 뒤를 번역가, 일러스트레이터, 고객센터 상담원, 대출·신용카드 모집인 등이었다.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하는 QA 엔지니어를 비롯해 카피라이터, 테크니컬 라이터·UX 라이터, 성우, 모델, 은행 창구 직원, 학습지 교사, 계산원, 주차 관리·안내원, 매표원, 검표원, 검침원, 등대원 등도 ‘위험 직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2027년 9월까지, 약 11개월이다.
기자도 AI의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기자는 한국 직업 752개 가운데 92위로, AI 대체 위험 상위 13%에 들었다. 남은 시간은 불과 3년으로 예상됐다.
이미 보도자료 작성부터 기사·속보·데이터 기사·요약까지 AI가 빠르게 파고들고 있는 데다, 언론사의 광고 수익 감소까지 겹치면서 변화는 신입·수습기자 채용 축소부터 시작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취재원과 신뢰를 쌓고 직접 현장을 누비는 일, 수많은 정보 가운데 무엇이 뉴스인지 가려내고 무엇을 세상에 알려야 할지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 기자의 몫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에 가장 먼저 대체되는 직업과 가장 늦게 대체되는 직업 순위. ⓒ‘YOU'RE NEXT’ 홈페이지
반면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비교적 안전한 직업도 있었다.752개 한국 직업 가운데 AI 대체 가능성이 가장 낮은 752위는 ‘신부(가톨릭 사제)’였다. 안전도로 따지면 상위 1%다.
미사와 고해성사 등 교회법상 서품받은 사제만 집전할 수 있어 애초에 AI가 대신한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제 부족 역시 AI의 발전보다는 소명 감소와 관련된 문제라고 분석했다.
AI에 가장 늦게 대체되는 직업 1위는 신부가 꼽혔다. ⓒ‘YOU'RE NEXT’ 홈페이지
신부에 이어 운동선수, 수녀·수사, 해녀, 경찰·소방·교정 간부, 국회의원·정치인, 프로게이머, 소방관 등이 AI에 쉽게 대체되지 않을 직업으로 꼽혔다. 예상 시점은 무려 2057년 3월. 앞으로 30년 5개월가량 남았다는 계산이다.
손기술과 현장 경험이 중요한 직업들도 강했다. 한옥 목수인 대목장은 28년 5개월, 송배전 전기원과 헤어디자이너, 경찰관은 27년 5개월, 가스 배관공과 이발사는 26년 5개월가량 버틸 것으로 예상됐다.
문화재 보존원, 원자력발전 운전원, 장례지도사, 전기공, 태권도 사범, 보육교사, 악기 제작·수리원, 임산물 채취원, 안마사, 마술사, 동물원 사육사, 산후관리사, 활동지원사·생활지원사, 경호원, 스님 등도 약 25년 5개월이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를 들여다보면 묘한 역설도 눈에 띈다. AI 시대를 맞아 새롭게 각광받았던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으로 꼽힌 반면,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종교인과 장인, 현장 노동 직군은 오히려 가장 오래 살아남는 직업군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전공별 ‘AI 생존 가능성’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2030년 졸업을 기준으로 AI 대체 위험도가 가장 낮은 전공은 의예과였다. 간호학과와 수의예과, 치의예과, 약학과가 뒤를 이으며 의료·보건 계열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전기공학과 소방방재·안전공학, 원자력공학, 한의예과, 치위생학과, 항공정비학과, 반도체공학 등 전문 지식과 자격, 현장 업무가 요구되는 전공들도 상대적으로 AI의 위협에서 떨어져 있었다.
반면 AI 대체 위험도가 가장 높은 전공으로는 통번역학과가 꼽혔다. 유럽어학과, 한문학과, 노어노문학과, 문예창작학과, 비서학·사무행정, 불어불문학과가 뒤를 이었다.
게임그래픽디자인학과, 독어독문학과, 애니메이션학과, 스페인어과, 시각디자인학과, 신문방송학·언론정보학, 만화·웹툰학과 등 언어와 콘텐츠·디자인 관련 전공도 위험도가 높은 축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사이트가 제시한 시점은 해당 연도에 직업 자체가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AI로 업무가 자동화될 가능성과 변화 속도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참고 지표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