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감찰관과 초당적 의회예산처(CBO)가 하루 간격으로 각각 미국-이란 전쟁의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미국의 이란 전쟁 수행비용이 최대 380억 달러(한화 약 51조8천억 원)에 달하고 탄약 재고까지 크게 축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그동안 탄약재고 부족을 공식적으로 부인해 왔다. 하지만 미국 국방부 자체 감사기구조차 이를 공식 인정하면서 '객관적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아라비아해에 배치된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 호. ⓒ 미국 중부사령부 SNS 갈무리
미국 의회예산처는 15일(현지시각) 국방부가 대이란 전쟁 비용에 관한 정보 제공 요청에 응답하지 않아 분석에 한계가 있었지만, 8월1일까지 사용한 전쟁비용이 약 380억 달러(약 51조8천억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380억 달러는 대한민국 1년치 국방비(2026년, 65조8천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미국의 이란전쟁 비용, 최대 380억 달러에 달해
미국 국방부 감찰관실은 14일 올해 2월28일부터 6월 30일까지 넉 달간의 전쟁을 다룬 첫 공식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의회예산처(CBO) 보고서 발표보다 하루 앞서 국방부 보고서가 나온 셈이다.
미국 국방부 감찰관실은 이 보고서에서 이란전쟁 기간 전쟁비용을 333억4천만 달러(약 45조5천억 원)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223억 달러(약 30조4천억 원)가 탄약 소모분으로, 37억 달러(약 5조500억 원)가 장비손실로, 나머지 74억 달러(약 10조1천억 원)가 기타 작전비용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방부 군수차관실은 감찰관에게 "탄약소모가 전략적 재고 부족을 초래했고, 재보급을 위한 산업기반의 병목현상을 드러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수개월간 "탄약 부족은 없다"고 주장해온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미국 국방부 감찰관실은 비용 문제를 넘어선 피해 규모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쿠웨이트·바레인·카타르·UAE·사우디·이라크·오만·요르단 등 8개국 미군기지에서 수백 채의 건물이 파손되거나 파괴됐고, F-15E 전투기 4대, F-35A 전투기 1대, KC-135 공중급유기 12대를 포함한 항공기 다수가 손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 중 미군 7명이 숨지고 417명이 부상했으며, 전투가 아닌 사고로 7명이 추가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는 이 보고서에서 전쟁의 전체 임무목표가 여전히 기밀로 분류돼 있어, 미군이 아직 공개하지 않은 목표를 갖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바로 다음 날 공개된 초당적 의회예산처(CBO) 보고서는 이 흐름을 더 큰 금액으로 재확인했다.
CBO는 19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소모된 탄약과 손실 장비 교체비, 늘어난 비행시간, 연료비 증가분 등을 반영해 8월1일 기준 전쟁비용을 380억 달러로 추산했다. 그리고 매달 20억~30억 달러(약 2조7천억 원~4조1천억 원)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헤그세스 장관이 올해 7월 말 의회 증언에서 밝힌 375억 달러(약 51조2천억 원)와 거의 일치한다.
미국 국방부 감찰관실이 보고한 333억 달러(6월30일 기준)와 CBO의 380억 달러(8월1일 기준)가 한 달여의 시차를 두고도 비슷한 상승 궤적을 그린다는 점은, 국방부의 비협조에도 불구하고 전쟁비용이 실제로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AP통신=연합뉴스
5년 걸리는 탄약재고 보충, 700억 달러 예산은 표류
전쟁비용만큼 중요한 문제는 탄약재고 복구에 걸리는 시간이다.
CBO는 미국이 2025년 6월 이후 미사일방어 요격미사일 재고의 최소 절반에서 최대 3분의 2를 소진했으며, 전쟁 전 수준으로 복구하려면 최소 5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CBO만의 판단이 아니다. 로이터는 올해 8월 글로벌 안보 분석기관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자료를 인용해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재고가 전쟁 전 2330기에서 850기 이하로, 약 65% 줄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유럽에 주둔한 미군의 패트리엇 재고가 '위기를 넘어선(beyond critical)'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국방부 당국자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미사일 공격을 방어해온 무기체계가 크게 손상되면서, 미국의 이란전쟁 여파로 나토 방어망까지 흔들고 있는 셈이다.
브렌던 보일 하원 예산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앙적 이란전쟁이 이미 장병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이제는 CBO 보고서가 미국 납세자들이 수백억 달러를 계속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션 파넬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탄약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가짜 뉴스가 이런 거짓말을 퍼뜨리면 적들이 용기를 얻어 미군을 도발할 뿐이다"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백악관이 요청한 최대 700억 달러(약 95조5천억 원) 규모의 긴급 군사 예산안은 여야 대립 속에 의회에서 표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