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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우 현대차·기아 첨단차플랫폼(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 사장이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발판으로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 사업의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

검증된 엔비디아 기술로 양산을 먼저 시작하고, 여기서 쌓은 데이터로 자체 인공지능(AI)을 키워 자율주행 경쟁의 판을 데이터 규모 싸움으로 옮기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쟁사보다 늦은 출발로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까지는 변수가 남아 있다.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총책' 박민우 '엔비디아 활용' 실용 전략 선회 : 주행 데이터 집적 후 자체 AI 완성도 높인다
박민우 현대차·기아 첨단차플랫폼(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 사장이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발판으로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 사업의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 왼쪽 사진은  9월11일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미디어데이'에서 공개된 자율주행 차량. 오른쪽은 같은 날 박 사장이 현대차 자율주행 전략을 발표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9월1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사업이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계기로 기술 개발 경쟁에서 데이터 확보 경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 기술을 탑재한 양산차를 먼저 내놓은 뒤 실제 도로 주행 데이터를 대규모로 모으고, 이를 통해 자체 AI의 완성도를 높이는 순서로 전략을 다시 짰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9월11일 경기 성남시 포티투닷 본사에서 연 자율주행 미디어 데이에서 2028년 엔비디아 기술 기반 양산차를 내놓고, 자체 자율주행 AI인 아트리아 AI를 탑재한 차량은 2029년 하반기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아트리아 AI는 당초 2027년 말부터 양산차에 레벨2+ 기능으로 적용될 계획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개발자 콘퍼런스 플레오스 25에서 이 같은 일정을 제시했다. 자체 기술 양산을 2년가량 늦추는 대신, 그 사이 엔비디아 기술로 먼저 시장에 나서기로 한 셈이다.

그동안 자체 개발에 매달리다 상용화가 늦어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속도는 외부 기술로 확보하고 핵심 경쟁력은 직접 쌓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박 사장은 미디어 데이에서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개발이 늦어진 원인으로 실제 도로에서 축적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했던 점과 그룹 내 자율주행 데이터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꼽았다.

기조연설에서 그는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과 좋은 AI를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른 역량"이라며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빠르게 학습하며, 그 결과를 신속하게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6년 1월 영입한 인물이다. 테슬라 오토파일럿 초기 개발에 참여했고, 엔비디아에서 자율주행 인지 조직과 AI 클라우드 조직 등을 이끌었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협력은 AI 학습 인프라에서 차량 플랫폼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10월 엔비디아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장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어 올해 3월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 GTC 2026에서 레벨2부터 레벨4까지 확장할 수 있는 통합 아키텍처인 '엔비디아 드라이브 하이페리온'을 채택하기로 했다.

로드맵은 투 트랙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트랙으로 엔비디아의 차량용 AI 컴퓨팅 플랫폼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소프트웨어중심차(SDV) 아키텍처에 통합해 2028년 상반기 엔비디아 솔루션 기반 레벨2+ 기능을 양산차에 적용한다. 레벨2+는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양손을 자유롭게 둘 수 있는 단계다.

2028년 하반기에는 그 영역을 도심까지 넓힌 레벨2++ 양산차를 출시한다. 두 단계 모두 운전자가 항상 주행을 주시하고 사고 책임도 지는 레벨2(부분 자율주행)에 속한다.

두 번째 트랙으로는 AVP본부와 포티투닷이 공동 개발하는 엔드투엔드(E2E) 기반 자체 자율주행 시스템 아트리아 AI를 고도화해 2029년 하반기 아트리아 AI 기반 레벨2++ 차량을 양산한다.

박 사장은 아트리아 AI 양산 일정을 두고 "열심히 노력하면 더 빨리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전략적으로 약간 늦추자고 했다"며 "지금 양산을 하게 된다면 어정쩡한 레벨2++를 양산하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비디아에 우리의 운명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목표에 자원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차량 하드웨어와 데이터 체계도 엔비디아 기준으로 재편된다.

현대차그룹은 AVP본부와 포티투닷, 모셔널 등이 사용해 온 센서 체계를 엔비디아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10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표준화한다. 차량마다 센서 구성이 다르면 수집 데이터의 형태도 달라져 재가공과 학습에 추가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센서를 통일하면 판매되는 차량 자체가 데이터를 모으는 장비가 된다. 현대차·기아는 190개가 넘는 국가 및 지역에서 연간 700만 대 이상을 판매한다.

정성균 포티투닷 아트리아 그룹 리더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본격 양산을 시작하면 5년 안에 글로벌 경쟁사의 누적 데이터 양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사장도 8월26일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3년쯤에는 누적 데이터 규모에서 경쟁사를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시연 영상 속 아트리아 AI의 미흡한 장면을 두고 "데이터 플라이휠이 제대로 빨리 돌아가기 시작하면 이런 문제들은 해결될 것 같다"며 "빨리 차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경쟁사와의 격차가 쉽게 줄어들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현대차가 데이터를 모으며 격차를 좁히려 노력하는 동안 경쟁사 또한 발전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은 테슬라와 비교해 5년 이상의 격차가 있다"며 "기술 개발의 방향도 현대차는 인간 운전자를 보조하는 첨단 시스템인 반면, 테슬라는 인간 운전자를 대체하는 AI에 집중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마건우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2028년 전후부터 표준 센서와 컴퓨팅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적용하더라도 그 기간 경쟁사의 데이터 역시 계속 늘어난다는 점에서, 높은 판매량만으로 누적 격차를 단기간에 좁힐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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