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에서 라이브 공연이 진행됐다. 음식점의 손님들은 공연 도중 흥에 겨워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춤'의 대가는 가혹했다. 해당 음식점은 손님이 춤을 췄다는 이유로 두 달간 문을 닫게 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춤출 자유'를 억압당한 손님들이 직접 나섰다. 해당 식당의 손님들은 일반음식점 내 춤을 금지한 낡은 식품위생법 조항을 헌법재판소로 가져갔다. '시대착오적 단속'이라는 비판 속에, 정치권과 정부에서도 해당 조항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반음식점에서 손님이 춤을 추는 것을 금지한 법 조항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르면서 정부와 지자체, 국회에서 개선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헌법소원 계기가 된 부산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의 공연 모습. ⓒ오방가르드 인스타그램 갈무리
9월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에서 손님이 춤을 추는 것을 금지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조항을 두고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면서 관련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18년 문을 연 부산 남구 대연동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는 8월7일 공연 도중 관객이 춤을 춘 사실이 적발돼 8월26일부터 10월24일까지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처분의 근거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57조 [별표 17] 제7호 타목 7)'이다. 이 조항은 "휴게음식점영업자·일반음식점영업자가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추는 것을 허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이번에 헌법소원을 낸 쪽은 처분을 받은 업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라이브클럽 관객연대 '대(對)댄스'의 이우진 공동대표가 청구인으로 나섰고 법무법인 혁신 손지원 변호사가 대리를 맡았다. 영업장 사장이 아니라 공연장에서 춤을 추려 했던 관객, 즉 손님이 직접 해당 조항을 문제 삼은 것이다.
손 변호사는 "'춤출 자유'를 정면으로 주장하는 최초의 헌법소원일 것"이라며 "이 규정은 특정 업계의 존립이나 영업주의 영업 수행의 자유 침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춤을 출 자유'라는 가장 원초적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데 가장 큰 위헌성이 있다"고 말했다.
라이브클럽이 업종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는 것은 선택이라기보다 소거법의 결과에 가깝다. 공연을 보며 춤을 출 수 있는 업종은 유흥주점과 공연장 두 가지인데, 모두 현실적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
공연장은 공연법 제2조제4호와 시행령 제1조의2에 따라 '연간 90일 이상 또는 계속하여 30일 이상' 공연에 제공할 목적으로 운영되는 시설이어야 한다. 주말 공연과 대관 위주인 소규모 클럽이 이런 기준을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술을 팔려면 공간을 분리해 일반음식점으로 별도 신고해야 하고, 이 경우 객석 음주가 막힌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주류 판매에서 얻는 구조와 맞지 않는다.
결국 남는 것은 일반음식점이고, 여기선 춤을 추는 것은 불법이 된다.
청구인들은 세 가지 측면에서 위헌을 주장하고 있다.
풍속과 안전이 입법목적이라면 실제 위험 행위를 규제해야지 춤 자체를 금지할 이유가 없다는 과잉금지원칙 위반, 어떤 신체 움직임이 금지되는 '춤'인지 예측할 수 없다는 명확성원칙 위반, 춤이 중과세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 유흥주점으로 유폐된다는 문화국가원리 위반 등이다.
규제의 기원도 짚었다. 청구인들은 청구서에서 "춤을 추는 공간을 '유흥음식점'으로 따로 분류해 규제하기 시작한 것은 1966년 식품위생법 시행령부터"라며 "이는 유흥문화를 체제에 대한 저항이나 불건전·퇴폐 문화로 간주해 통제하던 구 시대적, 반헌법적 관점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춤에 대한 국가 규제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춤이 특수한 의도의 방탕하거나 문란한 행위로 분류됐던 것은 만국 공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시는 1926년 카바레법으로 손님 3명 이상이 춤추는 업소에 라이선스를 요구했다. 1986년과 1988년 판결로 악기 종류 제한과 연주자 3인 제한이 위헌 판정을 받았지만, 실제 폐지된 것은 2017년이었다. 법 제정 91년 만이다.
스웨덴은 1930년대 '춤 허가증'이 있는 장소에서만 춤을 출 수 있도록 하는 법이 2016년에 의회의 만장일치로 폐지 의결됐다. 하지만 법은 2023년에 와서야 실제로 적용됐다.
독일은 2021년 연방하원이 클럽과 라이브공연장을 건축법령상 문화시설로 재분류하도록 의결했다. 다만 정권이 교체되며 이 의결안이 무산됐고, 아직 의회의 심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모이고 있다. 박재범 부산 남구청장은 9월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근래 우리구 관내에서 발생한 '오방가르드 사태'는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법률상의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며 "국회에 제도적 해법의 적극적 도입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8월3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행 법 규정을 고치든, 아예 새로운 '공연장' 개념을 만들든 하루빨리 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대통령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8월28일 간담회에서 "공연장을 공연법으로 규제하지 않고 식품위생법으로 규제해서 (문화계가) 발칵 뒤집혔다"며 "문화 현장과 국민 일상에 남아 있는 불합리한 규제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도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소규모 라이브클럽의 공연 활동 보장을 위한 공연법·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령 및 제도 개선 촉구에 관한 청원'에는 1만7천여 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