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 정책연구원장이 2일 전남 신안 군민들과 ‘호남정치의 미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국 페이스북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취임 이후 ‘대통합’을 전면에 내걸며 조국혁신당에 손을 내미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정작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과 조국혁신당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민주당 지지층이 갈라진 상황에서 조국혁신당이 ‘여권 내 레드팀’을 자처하며 독자적 정치 공간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3일 오전 '민티07'에 출연해 "조국혁신당에는 창구를 개설했으니 대화를 시작하자. 합당 여부는 양당이 논의해 판단하고 합당과 연대에 다 열려있는데 연대는 무조건 한다는 입장"이라며 "조국혁신당에 대해서 연대를 저해하는 언급을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대통합추진단장을 맡은 박범계 의원이 전날 뉴스공장에서 조국혁신당 연대분과위원장인 이해식 민주당 의원과 정춘생 조국혁신당 사무총장이 대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정 사무총장이 "사실이 아니다"며 반박하고 나서면서 양당의 연대 논의는 악감정만 쌓고 있다. 이에 김 대표가 직접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두 당이 통합을 둘러싼 실무 협의 여부부터 엇갈린 주장을 내놓은 것은 현재 두 당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힌다. 민주당은 대통합의 큰 틀을 제시하고 혁신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 하지만, 조국혁신당은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방식의 통합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가치보다 덩치를 키우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며 "가치가 분명하지 않은 덩치 키우기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대통합론이 개혁의 가치와 비전보다 세력 확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일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종합부동산세 등 이재명 정부를 향해 연이어 쓴소리를 내놓으면서 양당 사이의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조 원장이 '반명'(반이재명) 행보를 보이는 게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지금 조 원장 말은 훗날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고, 지금의 정치적 고독을 화풀이 하듯이 푸는 것으로 보이면 돌아오기가 힘들어진다"며 "더 좋은 승리의 길과 방법이 있으니 이젠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조국혁신당 입장에서는 보수적 방향으로 흐르는 민주당과의 차별화가 정치적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보다 더 선명한 개혁성을 내세우면서 필요할 경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독자적인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 흐름도 조국혁신당의 전략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반등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리서치웰이 지난 8월28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5.2%로 직전 조사보다 3.2%포인트 상승했다. 미디어토마토가 8월25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6.2%까지 올랐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합 추진단 1차 회의에서 단장인 박범계 의원의 인사말을 듣다 웃고 있다. ⓒ연합뉴스
지지율 자체보다 눈여겨볼 대목은 민주당이 혁신당을 필요로 하는 상황과 혁신당이 민주당과 거리를 둘 필요가 커지는 상황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유죄 판결이 나왔을 때 열릴지 모르는 서울시장 재선거나 2028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해 조국혁신당과의 관계를 반드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최민희 최고위원은 최근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에서 "조국혁신당과 합당하지 않으면 수도권에서 40석 정도를 잃을 수 있다"며 "'평택 어게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을 품어야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고 혁신당은 민주당과 거리를 둬야하는 상황이 중첩된다면 여권 지지율이 하락할수록 조국혁신당의 협상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시선이 나온다.
실제 민주당 지지층이 많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민주당 기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조국혁신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민주당 대통합추진단장인 박범계 의원은 2일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조국혁신당과 통합을 두고 "조국 전 대표의 생각이 중요하고, 그런 측면에서 (김민석) 당대표도 언젠가 (조 전 대표를) 만나실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가 거부감을 드러낸 '잡탕연대'에 대해서도 "정체성을 잃게 만드는 산술적 절충이 아니고, 각자의 정치적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연대와 통합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신 대표에게 전향적인 생각을 가져봐 주십사 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기사에 인용된 리서치웰 여론조사는 뉴데일리 의뢰로 지난 8월26일과 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을 통해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미디어토마토 조사는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8월22일과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