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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상당량을 흡수하는 지구 최대의 완충장치이지만, 그 대가로 산성화되고 있다.

실제로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표층해수가 평균 약 30~34% 더 산성화됐고, 이 때문에 알칼리성 껍데기를 만드는 굴과 산호, 갑각류까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최근 이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바닷물에 알칼리성 물질을 넣어 생물이 영향을 받는지를 연구하는 실험까지 진행되고 있다.

바다가 인간의 탄소 배출 탓에 산성화하고 있다 : 해양 생태계 파괴로 30년 안에 조개 사라질 수 있다
탄소배출이 심화해 바다의 산성화가 지속되면 더 이상 굴이나 조개류를 먹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 픽사베이

6일 영국 가디언을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매사추세츠 우즈홀 해양연구소(WHOI) 연구팀은 보스턴 인근 메인만 윌킨슨 분지에서 알칼리성 물질인 수산화나트륨 약 6만5천 리터를 바다에 투입해 바닷가재 유생(성체 되기 이전 단계)이 이를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다. 

바다의 산성화를 막기 위한 기술이 바다 생물에게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지, 또는 부작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다.

바다의 산성화, 굴과 조개에 치명적

글로벌 연구팀들이 굴과 조개류를 보호하기 위해 바다의 산성화를 되돌리려는 실험을 하는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학을 조금 알아야 한다.

굴이나 조개, 산호는 바닷물 속 칼슘과 탄산이온을 결합해 탄산칼슘이라는 물질로 껍데기를 만든다. 그런데 바닷물이 산성화되면 탄산이온이 줄어들어 이 재료 자체가 부족해진다.

사람은 느낄 수 없는 변화지만, 바다가 산성화될수록 산호와 조개는 껍데기를 만들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바닷물의 산성화는 어업현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2007년 무렵부터 미국 태평양 북서부의 굴 부화장에서 유생이 대량으로 죽어나가는 현상이 시작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미국 워싱턴주에서만 조개류 산업이 연간 2억7천만 달러(한화 약 3750억 원) 경제효과와 32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다. 굴 산업은 캘리포니아 중부부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까지 뻗어 있는 중요 지역경제 기반이다. 이에 바다의 산성화는 먹거리와 직결되는 문제다.

그리고 이런 위협은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코틀랜드해양과학협회(SAMS)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은 전 세계 조개류 양식 생산량의 98%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베트남 등의 아시아 국가들도 바다의 산성화에 직접적 영향권에 있다고 평가했다.

톰 와일딩 스코틀랜드해양과학협회 박사는 국제학술지 '에콜로지 앤 이벌루션'에 게재한 자료에서 "전 세계 조개류 양식업계가 지구온난화와 해양산성화에 따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은 약 30~40년 밖에 남지 않았을 수 있다"며 "조개류는 탄산칼슘 골격을 형성하는 생물이기 때문에 바다가 산성화될수록 껍데기를 형성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바다가 인간의 탄소 배출 탓에 산성화하고 있다 : 해양 생태계 파괴로 30년 안에 조개 사라질 수 있다
영미권 해양생태계 연구자들은 알칼리성 물질을 바다에 투입해 산성을 낮추는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AI 이미지.

 

'바다의 제산제(산성 중화제)' 실험

이런 위기 속에서 주목받는 기술이 '해양 알칼리성 강화(OAE)'다. 바닷물에 알칼리성 물질을 뿌려 산성을 중화하는 방식이다. 최근 5년 간 이 분야에 전 세계적으로 3억7천만 파운드(약6500억 원) 이상이 투자됐다.

미국 매사추세츠 우즈홀 해양연구소(WHOI)의 애덤 수바스 박사가 이끄는 'LOC-NESS' 프로젝트는 이 기술을 활용해 실제 바다생물, 그 중에서도 바닷가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바닷가재를 이용한 해양 알칼리성 강화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2월 WHOI가 공개한 결과에서 바닷가재 유생이나 박테리아, 플라크톤 등의 유생이 알칼리성 물질을 바다에 투입한 뒤에도 개체 수가 줄어들지 않는 결과를 얻었다.

다만 샘 뒤퐁 스웨덴 예테보르크대학교 연구원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바다에 알칼리성이 너무 높아지면 생물의 생리 기능에 영향을 줘 기형이 될 수 있는 만큼 안전한 임계치를 정확히 규명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와 같은 해양 알칼리성 강화 연구는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이 연방 해양과학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연구의 계속할 동력이 줄었다. 다행히 유럽연합은 최근 2년 간 영국과 유럽 20여개 대학에서 850만 파운드(약 157억 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바다 산성화를 알칼리성 물질을 뿌려 해결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 의문도 함께 제기된다. 전 세계 바다에 알칼리성 물질을 뿌린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천문학적 비용과 함께 바다 생태계가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이번 실험을 진행하는 연구진들도 바다의 산성화를 막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적 해결책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매사추세츠 우즈홀 해양연구소(WHOI)의 애덤 수바스 박사는 가디언에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은 바다 산성화를 막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런 위기를 막을 과학적 접근법을 빠르게 찾아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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