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후반기 정기국회가 막을 올리면서 이번 회기 내에 가상자산 입법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권과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20% 제한을 둘러싸고 전통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의 관심이 모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눈은 조금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이 보고 있는 것은 발행보다 그 아래 층위다. 발행 하나가 아니라 그 이후의 유통과 활용, 그리고 궁극적으로 결제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보다는 '활용'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 처리 초읽기 들어간 디지털자산기본법,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논점 어느 쪽에도 걸리지 않는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기국회가 개회하면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처리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과 정부는 통합안 발의를 거쳐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잡고 있다. 10월 국정감사와 연말 예산 정국을 감안하면 이번 회기가 사실상 연내 처리의 마지막 기회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대 쟁점은 두 가지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지분 51% 이상 컨소시엄으로 제한할지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20% 안팎으로 제한할지를 놓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두 조항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자금을 투입한 금융회사들의 사업 구도를 직접 좌우한다. 하나은행은 두나무 지분 6.55%를 1조33억 원에 취득했고, 삼성증권과 삼성SDS·삼성카드는 4%를 6128억 원에 사들였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 지분을 97.15%까지 늘렸고, 한화투자증권도 두나무 지분을 9.84%까지 확대했다.
재미있는 점은 한국투자증권이 두 조항 어느 쪽에도 걸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그룹 내에 발행 컨소시엄을 주도할 은행이 없다. 현재까지 한국투자증권이 참여를 공식화한 발행 컨소시엄도 없다. 코인원 지분율 역시 이미 제한선에 맞춰져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코인원에 투입한 자금은 800억 원, 지분율은 20%다. OKX벤처스가 나란히 20%를 취득해 두 회사가 합계 1600억 원으로 지분 40%를 확보했다. 7월22일에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한국투자증권과 OKX의 대주주 변경 신고를 각각 수리하며 적격성 관문도 통과했다.
◆ 한국투자증권의 설계도는 이미 공개돼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보다 '활용'에 무게 싣는 이유
스테이블코인에서 한국투자증권의 관심은 발행보다 활용 쪽에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성진 한국투자증권 디지털자산전략부장은 8월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스테이블코인 정책세미나에서 "발행에도 관심이 있지만 특히 활용에 관심이 있다"며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의 관계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토큰증권이 현실화되면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효율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원화와 토큰증권 사이 결제 속도의 불일치 때문이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위에서 실시간에 가깝게 이전할 수 있지만, 대금은 기존 은행·증권 계좌를 통한 블록체인 밖(오프체인) 결제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산 이전과 결제 사이에 속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박 부장은 스테이블코인이 토큰증권의 마지막 퍼즐을 맞춰줄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성환 사장이 올해 5월 코인원 지분투자를 발표하며 내놓은 메시지도 같은 목표 위에 놓여있다. 김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의 목표와 강점을 컴플라이언스 역량 결합과 토큰증권을 활용한 혁신 금융상품 출시,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연계 등으로 설명했다.
만약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결제·송금·정산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증권 결제와 결합될 경우 토큰증권 시장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사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업인 셈이다.
특기할만한 점은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는 사업과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토큰증권을 발행, 인수, 중개하는 사업은 전혀 다른 층위에 있다는 것이다.
업비트와 빗썸이 전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코인원의 기존 거래소 사업만으로 한국투자증권의 투자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향후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 시장이 확대되면 코인원이 확보한 유통 인프라의 활용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준비자산을 관리하며 발행 수익을 확보하는 모델보다, 브로커리지와 거래 플랫폼 운영 경험을 활용해 디지털자산의 유통·활용 과정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모델이 기존 사업과 더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코인원 투자를 통해 확보하려는 것은 유통 단계의 실행 인프라인 것으로 보인다. 코인원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의 블록체인 기술과 보안 역량을 자사 전통 금융 서비스와 접목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사의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코인원에 융합해 거래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지분 취득 구조에서도 유통 인프라 확충과 관련된 한국투자증권의 뜻을 유추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취득한 코인원 주식 15만9610주 가운데 컴투스홀딩스 보유하고 있던 구주는 6만8894주였고, 나머지 9만716주는 코인원이 새로 발행한 신주였다. 취득 주식의 절반 이상이 기존 주주가 아니라 코인원 자본으로 직접 들어간 셈이다.
물론 한국투자증권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투자증권 내부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관련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 참여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공유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 된 계획이나 정해진 사항 등이 없다”고 말했다.
◆ 한국투자증권의 눈은 조금 더 뒤를 본다, 활용의 무대가 될 STO 제도는 아직 미완
특기할만한 점은 한국투자증권의 관심이 쏠려있는 제도는 정작 이번 회기에 정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토큰증권 관련 법 개정은 올해 초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마무리됐다. 그러나 실제 사업의 조건을 정하는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위 규정이 확정되면 토큰증권으로 발행할 수 있는 기초자산의 범위와 장외거래소 인가 요건, 투자자별 거래 한도가 정해진다. 한국투자증권이 어떤 상품을 언제 내놓을 수 있는지가 여기서 결판나는 구조다.
문제는 해당 일정이 기약없이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의 하위 규정은 원래 7월 발표가 목표였으나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금융권에서는 하반기 중으로만 기대하고 있지만 구체적 시점은 아직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