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오는 10월27일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레바논, 가자지구, 시리아 등 거의 모든 전선에서 군사적 압박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여론조사에서 뒤쳐진 네타냐후가 '안보 위기'를 통해 유권자를 결집시켜 총리직을 지키려 한다고 진단하면서도, 정작 그의 확전 시도를 막아서는 것은 다름 아닌 최대 우방 미국이라고 짚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몇 주간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진지 포격, 가자지구 내 20명 이상의 표적 살해, 그리고 시리아 북부 공군기지 폭격을 잇달아 감행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AFP통신=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2일 "이스라엘 장군들조차 새로운 팔레스타인 봉기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서안지구 정착민들의 폭력에 대해서도 네타냐후 정부는 눈을 감았다"고 보도했다.
이런 전방위적 긴장 고조 뒤에는 그의 정치적 셈법이 자리 잡고 있다.
이스라엘은 오는 10월 총선에서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의 120석을 새로 뽑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선거에서 승리해야 총리직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나온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가디 아이젠코트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이끄는 신생 정당에 밀리고 있다. 특히 안보 이슈에서조차 유권자 신뢰도가 아이젠코트 전 총장보다 낮게 나온다.
그럼에도 현직 총리로서 누릴 수 있는 '깃발 집결 효과'가 마지막 승부수로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 분석가 시라 에프론은 뉴욕타임스에 "네타냐후 총리는 스스로를 '안보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모든 전선에 불을 지르고 싶어 한다"며 "이는 네타냐후 총리의 재임 기간의 실책에서 대중의 시선을 돌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이런 지역 긴장을 정치적 자산으로 직접 활용하고 있다.
그는 최근에는 방탄복을 입고 가자지구를 방문해 "가자는 더 이상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이스라엘의 거의 모든 분쟁 지역에서 미국이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란과 벌이는 전쟁에서 군사력 대신 경제제재로 대응 중이고, 레바논에서는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감독하는 정치적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정부는 이스라엘과 안보협정 체결을 미국에 요청했고, 가자지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끄는 '평화위원회'가 하마스 무장해제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흐름 속에서 8월18일 벌어진 이스라엘의 시리아 북부 아부 알두후르 공군기지 기습 폭격에 특히 주목했다.
이 공습은 튀르키예 국경에서 약 64km 떨어진 이들립주에서 벌어졌으며, 이스라엘 전투기가 활주로와 격납고에 여덟 차례 폭격을 가해 시설이 크게 파손됐다.
이 기지는 시리아군이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아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던 곳으로, 이스라엘은 튀르키예군이 이곳에 방공시스템 등 군사거점을 구축하려 한다는 정보를 근거로 선제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총리의 외교보좌관이었던 님로드 노빅의 말을 빌려 "호텔의 도둑처럼 어느 문이 열릴지 모든 문을 시도해보는 것이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자제 요구가 가장 적은 전선을 찾아 헤매고 있다"고 표현했다.
튀르키예를 겨냥한 이번 시리아 공습은 그 성격이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2위 군사력을 보유한 튀르키예는 하마스 및 헤즈볼라와는 체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텔아비브 국가안보연구소의 갈리아 린덴스트라우스는 뉴욕타임스에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대중에게 무제한의 권력이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것은 위험하다"면서도 "튀르키예는 이번 시리아 공습을 네타냐후 총리의 선거 캠페인 일부로 이해하며 군사적 충돌 위협으로까지는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확전 시도는 가자와 레바논에서는 미국의 관리 아래 제한적 수준에 머물러 있고, 실제 새로운 파열구가 열린 곳은 시리아와 튀르키예 전선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다만 튀르키예가 이를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일종의 이벤트로 받아들이는 한, 확전보다는 총선 국면 관리용 긴장 조성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