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를 주장해온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에 따라 18일 예정된 인사청문회가 후보자 검증을 넘어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다시 불러내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힘은 이미 김 후보자를 '공소취소 담당용 장관'으로 규정하고 지명 철회를 최우선 목표로 세우며 총공세를 예고했다. 이번 청와대 인선이 야당에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재점화할 계기를 제공한 셈이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첫 출근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자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처음 출근했다. 김 후보자는 지명 직후인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70년 만의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대한민국에 잘 안착하게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소명"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역시 김 후보자가 형사사법체계 개편 취지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며 검찰개혁 후속 작업을 이끌 적임자라는 점을 지명 배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올해 2월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공취모)' 공동대표를 맡은 이력에 집중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1월19일 수원 영통구 경기도의회에서 경기 지역구 민주당 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정치 보복으로 자행된 검찰의 조작 기소로 없는 죄를 뒤집어쓰게 됐다"며 "대통령 관련 모든 사건은 즉각 공소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공취모 활동 등을 통해 공소취소 추진 동력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 공직선거법 위반, 대장동·백현동 등 개발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위증교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모두 5건의 형사재판을 받아왔으며, 대통령 취임 이후 재판 절차는 모두 중단돼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가운데 대장동 사건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을 검찰의 '조작기소'로 규정하며 공소취소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러한 움직임을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공작으로 규정하며 반발해왔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를 일찌감치 '지명 철회 0순위'로 지목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승원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이유는 딱 하나"라며 "물불 안 가리고 공소취소에 올인할 장관이 필요해서다"라고 주장했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김민석 대표도 공소 취소를 하려고 할 것 같다"며 "김승원 후보자가 행동대장 역할을 맡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공취모)' 간사인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회원 명단을 소개하고 있다. 김승원 후보자의 이름은 명단 셋째 줄 오른쪽 맨 끝에 적혀 있다. ⓒ연합뉴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의원은 평소 공소취소 최선봉장을 자임해왔다"며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죄를 공소취소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해야 된다'고 답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를 이 대통령의 공소취소를 위한 '최적임자'로 규정하면서, 전임 정성호 장관보다 훨씬 강경한 인사가 새 법무부 수장으로 지명됐다는 공세를 폈다.
실제 정성호 전 장관은 지난달 26일 퇴임하면서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에 대해 "검찰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김 후보자는 의원 시절부터 이 대통령 사건의 즉각적 공소취소를 공개적으로 주장해 왔다.
따라서 법무부 장관 교체를 계기로 이 대통령이 인선을 통해 공소취소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국민의힘의 공세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준비를 위한 첫 출근길에서 장관 취임 이후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를 직접 지휘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후보자는 의원 이 자리에서 시절 공소취소를 주장한 것을 두고 "불법적 수사에 의해서 조작된 기소는 국가에서 그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민의 입장을 국회의원으로서 전달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개별 사건의 공소유지는 공판검사가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그 권한을 존중하고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공소취소를 할 직접적 권한도 없을 뿐 아니라 검찰 총장을 통해서 지휘를 할 생각은 지금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장관 지휘권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공판유지를 담당하는 검사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장관 지휘권을 검토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지명이 단순한 검찰개혁 후속 인선인지, 아니면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를 위한 인선인지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청문회는 김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자리를 넘어,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재소환하는 여야 공방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 발탁이 오는 10월 출범하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체제를 안정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인선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이번 여야 공방은 '검찰개혁 완수의 적임자' 대 '이 대통령 공소취소 대리인'이라는 프레임 대결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