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말로 평양을 방문해 북미정상회담을 열까. 미국 싱크탱크 일각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란 전쟁에 발목이 잡혀 지지율 하락세가 멈추지 않자, 북미정상회담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의 최초 평양 방문'이라는 선물을 북한 쪽에 제시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P통신=연합뉴스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 워싱턴 한미연구소(ICAS) 화상 온라인 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첫 만남을 가진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평양에서 만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 지지부진, 트럼프 ‘회심의 카드’ 던지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8월 한미연합 군사훈련 축소를 발표하면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북미정상회담 재개에 본격적으로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19일 "김정은 위원장이 나의 대화 제안에 응답했다"고 밝히면서 연내 만남을 기정사실화 했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냉담함에 가깝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같은 날 담화를 내고 한미연합 군사훈련 축소를 "굳이 언급할 가치도 없다"며 "여전히 도발적이고 공격적 성격은 변함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김여정 총무부장은 미국 쪽의 정상회담 제안 주장을 두고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며, 아마 최고지도부 외교정책 가운데 내가 모르는 유일한 사안일 것이다"면서도 "두 정상의 관계는 훌륭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런 지지부진한 흐름 속에서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평양 방문'을 지목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시절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비무장지대 안의 판문점에서 이미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정치적 이벤트를 열어봤다. 이에 두 정상의 만남 자체는 이를테면 '큰 뉴스'가 되지 않는다. 만남에서 양국 정상이 핵심 쟁점인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극적인 합의가 있다면 달라지겠지만, 실제 합의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제로(0)에 가깝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을 원하는 이유로 "극적인 사진이 필요하고, 골치 아픈 국내외 현안에서 시선을 돌리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이라고 바라봤다. 미국 11월 중간선거 이후 미국 내 정치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교 성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8월13일 "김정은 위원장이 현상 유지가 아닌 수정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재회담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에 대한 미국의 인정을 얻어내려 할 유인이 있다"며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짚었다.
한국 국가정보원도 8월31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언제든 열릴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백악관이 물밑에서 회담 준비에 착수한 정황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조선중앙TV=연합뉴스
‘트럼프 in 평양’, 평양이 전 세계에 생중계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요인으로 북미정상회담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막상 북한 쪽에 줄 '선물'은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의 말'은 신뢰가 크게 떨어져 있다. 실제 외교 무대에서 그는 수시로 말을 바꿔왔다. 지난 2월 시작된 미국-이란 전쟁도 핵협상의 착실히 진행되는 와중에 갑작스런 '참수작전'으로 시작됐다. 앞에서 웃는 얼굴을 하지만 언제든 뒤에서 칼을 뽑을 수 있음을 몸소 보여줬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평양을 방문하려 한다면 김정은 위원장도 고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믿을 수 없지만, 그의 평양 방문 자체는 큰 정치적, 외교적 '사건'이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미국 행정부 핵심 인사들과 함께 전 세계 모든 언론이 평양으로 몰리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악의 축'인 북한의 심장부가 전 세계에 생중계 된다면, '평양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세계에 알릴 수도 있다.
미국과 서방에게 평양은 이란 수도 테헤란만큼 위험한 곳인데, 북한은 '악마' 이미지를 벗어나 정상국가로 인정받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서 조선인문해방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는 장면은 전 세계 뉴스 1면을 장식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어음’ 아니라 ‘현금’을 본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빅딜' 성사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그림만 만들어 줄 가능성이 높다. 이를테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맞아 벌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들러리만 서는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6월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잇단 방북·정상외교로 충분한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굳이 트럼프 대통령과 사진 한 장을 위해 불확실성을 감수할 유인은 크지 않은 셈이다.
더구나 북한은 최근 연평균 경제성장률 3%대의 경제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북러 관계의 회복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일이 화급한 과제가 아닌 셈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이 러시아 파병과 무기 수출로 최근 수년간 100억 달러(한화 약 13조5천억 원) 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려한 약속'은 북한에게 어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언제든 그의 말은 바뀔 수 있고 어음은 곧장 부도가 난다.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라 할 수 있는 경제 제제 완화, 나아가 핵보유국 인정 등은 트럼프 대통령도 쉽게 내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니다. 워싱턴 정치권의 광범위한 컨센서스가 필요한데, 트럼프는 애초부터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