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관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23년 도입된 새 회계기준 'IFRS17'로 지급여력비율(K-ICS 비율), 해약환급금준비금, 보험계약마진(CSM) 등의 개념이 자리를 잡았다. 금융당국은 자본의 '양'보다 '질'을 따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라 보험사들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보험사들이 K-ICS 비율 관리를 위해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자 2027년부터는 기본자본만으로 지급여력을 평가하는 기본자본 K-ICS 비율이 도입된다.
최근 보험업계의 화두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이다.
계약자에게 돌려줄 재원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이익 일부를 미리 적립해두는 제도인데 이 적립금 때문에 배당가능이익이 줄고 기본자본비율에도 부담이 생긴다.
2025년 한 차례 규제가 완화된 데 이어 기본자본비율 도입을 앞두고 업계에서 추가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이 흐름에서 소비자가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계약을 많이 팔수록 더 쌓이는 구조여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계약을 적극적으로 늘릴 유인이 줄어든다.
여기에 손해율 관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얼마나 파느냐'에 쏠려 있던 관심이 이제는 '누구와 계약을 맺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우량 고객 위주로 수익성 높은 계약을 선별하면 손해율이 안정되고 그 결과 K-ICS 비율과 기본자본비율이 함께 개선되면서 배당 여력도 커진다.
회사도 좋고 주주도 좋다. 금융당국의 규제 취지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보험의 본질은 우발적 위험에 대한 부담을 함께 나눠 경제생활의 불안을 줄이는 데 있다.
최근 AI를 동원하는 등 계약 심사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보험금을 탈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계약에서 밀려나고 보험금을 청구할 일이 적은 고객만 보험에 남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남는다.
다만 이 책임을 보험사에만 물을 수는 없다.
손해율을 따지지 말고 계약을 맺으라는 요구는 결국 회사에 손실을 감수하다 파산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보험사에 떠안길 수 없기 때문에 위험군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 등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물론 국민건강보험이라는 보편적 안전망이 있는 만큼 기본적 의료비는 보장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밖의 영역이다. 실손보험 갱신 거절이나 유병력자 대상 상품처럼 국민건강보험이 커버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보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