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단행된 개각이 국정 쇄신의 승부수가 되기는커녕 새로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에서 커지고 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이번 개각의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민주당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내부에서 용 후보자에 대해서는 '비례대표 의원직 사퇴'를 통해 겸직 논란을 정리하고,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과거 '공소취소' 활동과 장관으로서의 현재 입장을 분리해 설명하는 방식으로 청문회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로운 내각이 추석 전 신속히 진용을 갖추고 국정 운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책임 있게 진행하겠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능력을 철저히 검증하되 근거 없는 흠집 내기에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회 정국에서 야당의 공세에 끌려가기보다는 후보자별 논란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개각 인사들 가운데 가장 논란이 큰 후보자는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다. 용 후보자는 자신이 의원직을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되고 당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용 후보자는 '당의 존립'과 '장관 자리'을 함께 가지고 가겠다는 것인데, 여론은 차갑게 식어가는 듯하다.
기본소득당은 용 후보자가 사퇴하면 후순위 비례대표가 의석을 이어받지 못한다. 용 후보자는 민주당 등과 함께 설립한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통해 뱃지를 달았다. 후순위자는 민주당 쪽 인물이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물러나면 민주당 쪽 의석이 늘어나고, 기본소득당은 0석이 된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같은 논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선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명당에서 "용 의원 해명을 보면 마치 다음 순번이 없는 것처럼 '원외 정당이 된다'고 말씀하시는데 순번이 이미 선관위에 등록돼 있다고 한다면 현명하게 판단하셔야 한다"라며 "당연히 비례대표직을 사퇴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전용기 최고위원도 전날 용 후보자 거취를 두고 '국민 눈높이'를 언급했고,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 역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장관과 의원 겸직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용 후보자의 의원직 유지 문제를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특히 용 후보자 겸직을 둘러싼 비판이 국민의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민주당 내부에서 '의원직 사퇴' 기류가 강한 이유로 보인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반칙을 해서 얻게 된 페널티를 국민들이 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이게 무슨 궤변인가"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용 후보자의 의원직 유지 논란이 먼저 부각되면서 성평등가족부의 위상과 역할에까지 불필요한 정치적 부담을 준다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 한국여성네트워크는 전날 논평을 용 후보자 지명을 '정치적 셈법에 치우친 인사'로 규정한 뒤 "원민경 초대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여성계의 지지 속에 부처 위상을 세우고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며 "위성정당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왜곡시킨 주역이 다양한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의하고 성평등민주주의를 선도할 능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민주당은 용 후보자의 정책적 역량이나 성평등·가족 정책에 대한 비전은 방어하겠지만 의원직 유지 문제만큼은 본인이 결단하도록 압력을 넣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용 후보자가 끝내 의원직 사퇴를 거부할 경우에는 여론이 더욱 악화되고 개각 전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소수정당의 상황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오른쪽)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 후보자와 함께 국민의힘으로부터 가장 많은 공격을 받고 있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공소취소'가 가장 큰 뇌관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후보자를 '지명철회 0순위'로 꼽았다.
정 원내대표는 "김승원 의원은 평소 공소 취소 최선봉장을 자임해왔다"며 "정성호 전 장관은 공소 취소에 대해 최소한의 눈치는 봤는데, 이제 최소한의 눈치도 안 볼 초강경파 김승원 의원을 지명한 것은 집권 2년 차 국정 최우선 과제가 공소 취소라는 대국민 메시지"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과거 활동을 부정하거나 무리하게 방어하기보다 과거의 정치적 주장과 장관으로서의 현재 입장 및 향후 직무 수행을 분리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전날 "(국무위원) 후보들이 청문회에서 과거 견해를 재정립하고 숙성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사안 하나하나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 후보자가 과거 공소취소를 주장했던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려운 만큼, 민주당으로서도 여론이 좋지 않은 공소취소를 감싸기보다는 '과거의 정치적 주장'과 '장관으로서의 법 집행'을 분리하는 쪽으로 방어선을 치는 것이 부담이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김 후보자의 경우 용 후보자처럼 후보자 개인의 결단 하나로 논란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 법무부 장관이라는 직책 자체가 검찰의 수사와 기소, 형사사법 체계와 맞물려 있는 데다 공소취소 논란이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는 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공소취소 모임' 활동에 대한 자신의 과거 입장을 어느 정도까지 수정하거나 재정립할지, 또 장관 취임 이후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는 의지를 국민들 앞에서 보여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김승원 장관이 임명되더라도 그렇게 국민 여론을 떠나서 (공소취소 추진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저는 무난하게 잘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