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No) 키즈존’, ‘노 시니어존’에 이어 중·고등학교 남학생의 출입을 제한하는 이른바 ‘노 남학생존’까지 등장했다.
'중고등 남학생 무리 매장 이용 금지'라고 적힌 안내문을 보고 있는 남자 중학생들. AI 합성 이미지
8월3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중고등 남학생들이 출입 금지 당하는 중’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을 보면 한 카페 출입문에는 붉은 글씨로 ‘중고등 남학생 무리 매장 이용 금지’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업주는 안내문을 통해 “타 손님분들께 불쾌감 조성으로 중·고등 남학생들의 매장 이용을 금지한다”며 “부득이한 결정이니 이해 바란다”고 밝혔다. 출입 제한의 이유로는 ‘대화 시 욕설’, ‘매장 어지럽힘’ 등을 들었다.
‘중고등 남학생 무리 매장 이용 금지’ 안내문이 8월3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일부 남학생들의 소란스러운 행동 때문에 중·고등학교 남학생 ‘무리’의 매장 이용 자체를 막기로 한 것이다.
사연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업주의 결정을 이해한다는 이들은 “욕설하고 시끄럽게 하면 다른 손님들이 다시 오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업주가 저런 결정을 했겠느냐”, “동네 무인카페도 학생들의 소란 때문에 결국 문을 닫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일부 학생의 행동을 이유로 중·고등학교 남학생 전체 또는 남학생 무리를 ‘민폐 손님’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학생’이거나 ‘남성’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욕설이나 고성, 기물 훼손처럼 다른 이용객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문제 행동을 한 이용객을 제재하면 될 일을 성별과 연령을 기준으로 출입부터 막는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도 뒤따른다.
그렇다면 카페나 음식점 주인은 특정 연령대나 성별의 손님을 아예 받지 않아도 되는 걸까?
업주에게 영업의 자유가 보장돼 있지만, 성별이나 나이만을 이유로 특정 손님의 이용을 제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이나 나이 등을 이유로 재화·용역이나 상업시설의 공급·이용과 관련해 특정인을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비슷한 논쟁은 이른바 ‘노 키즈존’을 둘러싸고도 제기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13세 이하 아동의 이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한 식당에 대해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당시 식당 측은 아동의 안전사고 발생과 분쟁 가능성, 일부 아동이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 등을 출입 제한의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일부 사례를 모든 아동에게 일반화해 식당 이용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봤다.
대신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주의사항이나 영업에 방해가 되는 구체적인 행위를 미리 안내하고, 필요한 경우 이용 제한이나 퇴장을 요구하는 등의 다른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에 비춰보면 ‘중·고등학생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인 출입 제한을 두는 ‘노 남학생존’ 역시 차별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이번 사례는 ‘나이’에 더해 ‘성별’까지 출입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두 가지 차별 사유가 동시에 쟁점이 될 수 있다.
결국 쟁점은 이용 제한의 기준을 특정 집단이 아닌 구체적인 문제 행동에 둘 수 있느냐다. ‘중·고등 남학생’이라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출입을 제한하기보다 욕설이나 고성, 기물 훼손 등 다른 이용객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기준으로 제재하는 방식이다. 성별이나 연령이 아닌 실제 행동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차별 논란을 줄이는 동시에 업주의 영업권을 보호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