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가 보유한 자사주가 주주환원을 넘어 재무구조 개선과 성장투자를 위한 자본배분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차입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계열사 투자에도 자금 투입이 이어지면서, 보유 자사주를 처분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롯데지주가 보유한 자사주 5%를 소각한 뒤에도 23.7%의 자사주가 남아 있다. 롯데지주 본사 전경. ⓒ연합뉴스
3일 증권업계에서는 롯데지주가 보유한 자사주를 주주환원뿐 아니라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재원 확보에 활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롯데지주가 보유한 자사주 일부를 처분해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롯데지주의 자사주 비중이 23.7%에 달하는 만큼 자사주 소각이나 처분을 발표할 경우 주가 상승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처분 가치가 부각되는 것은 차입금 때문이다
롯데지주의 자사주 처분 가치가 커진 가장 직접적 배경으로는 차입 부담이 꼽힌다. 롯데지주는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차입금은 3조8087억 원에 달했고 단기차입금만 2조3893억 원에 달했다. 장기차입금은 1조4194억 원,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80.0%로 집계됐다.
지주회사 특성상 차입 부담을 낮추는 것은 재무전략에서 중요한 과제다. 롯데지주는 별도 자산 9조1381억 원 가운데 종속기업·관계기업·공동기업 투자자산이 8조4971억 원으로 93%를 차지한다. 자체 사업에서 현금을 대규모로 창출하기보다 계열사에서 받는 배당과 브랜드 사용료 등이 주요 수익원인 구조여서 차입 확대나 보유 계열사 가치 하락이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주 처분은 소각과 달리 회사에 현금을 유입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재무적 의미가 있다.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기존 주주의 주당가치를 높이지만 현금이 들어오지는 않아. 반면 처분은 확보한 현금을 차입금 상환이나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 실제로 돈이 필요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지주의 자사주 처분 가치가 부각되는 또 다른 이유는 계열사 투자에 실제 자금이 계속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지주는 올해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두 차례 추가 출자를 단행해 4월 912억 원, 8월 1550억 원 등 모두 2462억 원을 투입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대규모 시설투자가 이어지면서 롯데지주의 자금 지원 부담도 계속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국내 송도 메가 플랜트 신설과 미국 시러큐스 플랜트 증설 등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롯데지주는 이에 참여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은 모두 9781억 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700억 원으로 순차입금은 7082억 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주 처분은 추가 차입 없이 투자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롯데지주는 별도 기준으로 계열사 투자자산이 전체 자산의 93%에 달하는 만큼 계열사 투자와 재무구조가 맞물려 있다. 자사주 처분으로 현금을 확보할 경우 이를 차입금 상환이나 계열사 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다.
◆ 23.7% 자사주는 여전히 남아 있다
롯데지주는 이미 자사주를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6월26일 보유 자사주 524만5461주를 처분했으며, 당시 회사가 제시한 목적도 재무구조 개선이었다. 다만 롯데지주는 그 뒤 같은 수량의 자사주를 소각하며 주주환원에도 활용하기도 했다. 올해 3월31일 524만5461주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롯데지주가 자사주를 반드시 소각하거나 반드시 처분하는 방식으로 고정해두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롯데지주의 자사주 활용이 소각으로만 제한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자기주식 처분 및 보유 기준’을 신설하는 정관 개정안이 승인됐다. 개정 상법 역시 투자나 재무구조 개선 등을 목적으로 자사주를 보유·처분할 수 있는 근거를 정관에 마련할 경우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하고 있다.
현재 활용 가능한 자사주 물량도 적지 않다. 올해 6월 말 기준 롯데지주가 보유한 보통주 자사주는 2361만3015주로 보통주 발행주식의 23.7%에 해당한다. 지난 3월 5%를 소각했지만 여전히 발행주식의 약 4분의 1에 가까운 물량이 남아 있는 셈이다. 롯데지주는 올해 3월 소각 이후 단기간 내 추가적 취득·처분·소각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장기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사주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