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Eric Trump)가 아버지의 초상과 서명이 들어간 새 여권을 공개했다.
에릭 트럼프가 9월2일(현지시각) 엑스에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 여권을 펼쳐 보이는 영상을 공개했다(왼쪽). 한편 SNS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등장시켜 '애국자 여권'을 풍자한 이미지가 확산하고 있다. ⓒ엑스 계정
형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가족기업 트럼프그룹의 경영을 맡고 있는 에릭 트럼프는 9월2일(현지시각)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 여권을 펼쳐 보이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영상에서 “방금 우편으로 도착한 것 좀 봐. 새 여권이야. 정말 마음에 들어”라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표지 안쪽이다. 여권에 들어간 사진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두 주먹을 쥔 채 카메라를 강렬하게 응시하는 모습이다. 백악관 수석 사진가 대니얼 토록이 촬영한 것으로, 같은 사진은 스미스소니언 국립초상화미술관의 ‘미국의 대통령들’ 전시에도 걸렸다.
여권에는 독립선언문과 성조기를 형상화한 요소에 트럼프 대통령의 금빛 서명도 더해졌다.
에릭 트럼프가 공개한 여권은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해 미 국무부가 제작한 한정판이다. 국무부는 이를 ‘애국자 여권(Patriot Passport)’이라고 부른다. 국무부는 미국 전역에서 25만 부의 특별판 여권을 발급하고 있다.
9월2일(현지시각) 엑스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등장시켜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 여권을 풍자한 이미지가 확산하고 있다. ⓒ엑스 계정
온라인에서는 이 여권을 비꼬는 패러디 이미지도 등장했다. 성조기와 독립선언문을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모습을 배치하고, 미국의 정식 국호인 ‘United States of America(아메리카 합중국)’를 비튼 ‘약탈자들의 미국(Predatory States of America)’라는 문구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6월 26일 트루스소셜에 이 여권 이미지를 직접 공개하며 “미국의 새 여권. ‘환영합니다. 하지만 바르게 행동하세요!’”라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월26일(현지시각) 트루스소셜에 새 여권의 디자인을 공개했다 ⓒ트루스소셜
9월3일(현지시각) 한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미국 일반 여권의 모습. ⓒ엑스 계정
현재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발급되는 여권은 2021년 도입된 ‘차세대 여권’이다. 짙은 남색 표지 중앙에 미국 국장을 금색으로 새긴 형태로 내부에는 미국의 역사와 문화, 건축물과 풍경, 전통 등을 소재로 한 삽화가 들어가 있다. 현직 대통령 개인의 초상이나 서명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기존 여권과 비교하면 이번 특별판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국가가 발행하는 여권에 넣은 것을 두고 미국 내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독립 250주년을 기념하는 국가 공식 문서에 현직 대통령 개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여론조사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우세했다. 지난 4월29일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가 미국 성인 4559명을 대상으로 “새 여권을 발급받을 때 선택할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가 있는 여권과 없는 여권 가운데 어느 것을 고르겠느냐”고 물은 결과, 트럼프 이미지가 들어간 여권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반면 대통령 이미지가 없는 여권을 택하겠다는 응답은 67%로 세 배를 훌쩍 넘었다. 15%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