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도넛, 사탕, 아이스크림, 아이스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설탕이 많이 든 간식을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몇몇 부모들은 과일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설탕 섭취를 제한하기도 한다.
인터넷에선 과일이 아이들에게 잠재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거나 과일에 함유된 탄수화물이 나쁘다는 인식도 널리 퍼져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 사이에서도 과일은 "당분 함량이 높다"며 과일을 섭취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
단순히 과일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천연 당분과 첨가당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Pixabay
미국 보스턴의 아동병원 임상영양 전문가인 사라 페데로프는 이에 대해 "분명한 오해"라고 언급하며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미국의 소아 영양학자 마리나 차파로 박사는 "2026년인데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바나나 하나 주는 것조차 걱정하는 시대라니 믿기지 않다. 아이들의 만성 질환은 과일 과다 섭취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일 섭취에 대한 이러한 공포는 현재 우리가 처한 건강 환경의 단면을 보여준다. 차파로 박사는 이에 대해 "부모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건 나쁘다, 이건 독성이 있다'와 같은 말을 듣고 산다. 그중 대부분은 잘못된 정보"라며 누구의 말을 믿어야할지 모르는 환경을 지적했다.
차파로 박사는 영양에 있어서 미묘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사람들은 개별적 상황이나 일반론적 메시지에 대한 고려 없이 자녀에게 무엇이 좋은 것이고 나쁜 것인지 명확하게 알려주려는 흑백 논리적 메시지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차파로 박사는 "우리는 영양소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아이들 식단을 과하게 최적화하려다 본질을 놓쳤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아이들이 과일을 많이 먹는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실제로 미국인의 88%는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고 있으며, 95%는 섬유질을 섭취하지 못하고 있습다"라고 지적했다.
과일에 들어있는 당분은 사탕이나 아이스크림에 들어있는 당분과는 다르다. 우리 몸이 두 당분을 처리하는 방식도 다르다.
페데로프는 이에 대해 "설탕엔 천연 당분과 첨가당이 있다. 첨가당은 식품에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당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고가당 옥수수 시럽이나 사탕수수 설탕, 당밀 등을 다양한 제품에서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첨가당의 다른 이름이다"라고 설명했다.
페데로프는 영양 성분표를 보면 제품에 첨가당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항상 첨가당 함량을 확인한다. 첨가당은 우리 몸에서 더 빨리 소화되어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식후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주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설탕 섭취는 당뇨병, 비만, 심혈관 질환과 같은 질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첨가당의 반대편엔 천연 당분이 있다.
예를 들어, 사과에는 천연 당분이 함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비타민과 식이섬유와 같은 영양소도 풍부하다. 식이섬유는 소화에 중요하며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고 심장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페데로프는 이에 대해 "식이섬유는 첨가당과는 다른 방식으로 소화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면 완전히 소화되지 않고 대부분 소화관을 통해 배출된다. 이는 포만감을 느끼게 해줄 뿐만 아니라 혈당 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어떤 종류의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 수치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자리잡은 칠드런스 내셔널 병원의 소아과 의사인 가브리나 딕슨 박사는 "신선한 과일을 먹으면 초콜릿바나 쿠키를 먹었을 때처럼 갑자기 에너지가 떨어지는 현상을 겪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딕슨 박사는 이어 "가공 설탕이나 사탕에 들어있는 설탕은 혈당이 급격히 치솟았다가 이후 빠르게 떨어진다. 하지만 과일에 들어있는 당분은 훨씬 더 균형 잡혀 있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지 않고, 과일에는 다른 영양소가 풍부해서 가공식품에서처럼 포도당이나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과일과 식이섬유 섭취의 이점은 연구 결과로도 나타나 있다. 과일 섭취량이 많을수록 비만, 심장병, 지방간 질환 및 심장 질환의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발혀졌다.
차파로 박사는 "18년 넘게 소아 영양사로 일해 왔지만, 아이들의 영양 문제의 원인이 딸기와 바나나를 너무 많이 먹는 데 있다는 연구 결과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과일은 아이들에게 탄수화물을 공급하는 좋은 식품이며, 탄수화물은 아이들의 에너지와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
페데로프는 이에 대해 "설탕은 우리 몸에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저는 이런 상황에서 설탕 대신 탄수화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싶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주요 영양소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차파로 박사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주요 영양소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건 바로 탄수화물이다"며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45~60%는 탄수화물에서 나오는데, 과일이든, 통곡물이든, 유제품이든, 녹말이 든 채소든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차파로 박사는 “아이의 뇌는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며 “과일은 소화가 쉬운 탄수화물이다”라고 덧붙였다.
차파로 박사는 아이들이나 유아들이 과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맛 때문이기도 하지만, 뇌가 크게 성장하는 시기에 과일이 빠른 에너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사람에게 탄수화물이 필요하지만, 어린이의 필요량은 다르다. 페데로프는 "어린이는 특히 성장과 발달, 그리고 에너지원으로 탄수화물이 필요하다"며 "특히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때 두뇌 활동에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가공식품과 첨가당은 당뇨병이나 비만과 같은 문제와 관련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이런 음식을 절대 먹으면 안되는 건 아니다.
페데로프는 "좋은 음식이나 나쁜 음식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모든 음식은 적당히 즐길 수 있다"며 "음식이 여러분의 건강과 기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딕슨 박사는 소량의 가공 설탕은 괜찮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자녀에게 가공 설탕을 전혀 먹이고 싶지 않는 것도 이해할만하다고 말한다.
그는 "과일에 들어있는 천연 당분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다른 이점들이 있기 때문에 굳이 식단에서 제외할 필요는 없다. 과일은 아이들의 식단에 포함되어야 하고, 하루에 과일과 채소를 3~5회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페데로프는 "저는 하루에 한 번 정도 1일 적정 기준 첨가당만 섭취해야한다"고 권장한다.
그러니 첨가당을 꼭 금지할 필요는 없지만 섭취량을 제한하는 것이 좋다.
페데로프는 "만약 아이가 명절에 초콜릿 한 조각이나 쿠키를 먹고 싶어 한다면 물론 괜찮지만 매일 먹이지는 말아라"고 말했다.
차파로 박사는 "아이들이 과일을 너무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먹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 허프포스트코리아는 미국 허프포스트와 제휴를 통해 기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번역·정리 박태열 허프포스트코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