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는 줄고 있지만, 반복되는 참사는 여전히 도로를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유독 음주운전자 비율이 높은 차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자동차 금융 플랫폼 렌딩트리(LendingTree)의 2024년 분석 결과 미국 내에서 BMW는 가장 음주운전 적발율이 높은 차량이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배달플랫폼노조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뱅뱅사거리에서 추모행동을 열고 "더 이상 죽을 수 없다"며 실효성 있는 음주운전 처벌 강화와 배달노동자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추모행동은 지난달 27일 같은 장소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에서 비롯됐다. 같은 날 오후 11시께 40대 운전자 A씨는 만취 상태로 고급 외제차 마세라티를 몰다가 앞서가던 오토바이와 승용차, 택시 등 차량 5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50대 배달노동자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마세라티는 이탈리아산으로 대당 가격이 2억 원에서 4억 원 정도 한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30일 A씨에 대해 "도망갈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음주운전 사고 자체는 최근 감소하는 추세다. 음주운전 사고는 2023년 1만3042건에서 2024년 1만1037건, 2025년 1만351건으로 3년 연속 줄었다. 올해 5월까지 누적 사고 건수도 362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69건보다 10.9% 감소했다.
하지만 사고 감소세가 음주운전 문제의 심각성이 완화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같은 기간 음주운전 사망자는 지난해 5월까지 37명에서 올해 5월까지 38명으로 오히려 소폭 늘었다. 음주운전 재범률 역시 매년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재범률은 2022년 42.2%에서 2024년 43.8%로 오히려 상승했다.
음주운전 사고가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사망자가 발생하고 재범이 반복되는 현실은 음주운전이 여전히 중대한 사회문제임을 보여준다.
음주운전 적발, 'BMW 운전자'가 유독 많다
BMW 뮌헨 본사. ⓒEPA=연합뉴스
음주운전과 난폭운전 문제는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해외에서는 특정 자동차 브랜드의 운전자들이 다른 브랜드 운전자보다 음주운전 적발 비율이 높은지를 분석한 조사도 나왔다.
자동차 금융 플랫폼 렌딩트리(LendingTree)는 2024년 미국 50대 대도시의 보험 견적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차 브랜드별 운전자 1천 명당 음주운전 적발 건수를 집계했다. 데이터 시각화 전문 매체 비주얼 캐피털리스트(Visual Capitalist)도 이를 바탕으로 관련 순위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BMW 운전자의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운전자 1천 명당 3.09건으로 조사 대상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어 RAM이 3.00건으로 뒤를 이었고, 아큐라 2.69건, 아우디와 볼보가 각각 2.42건으로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같은 고급차 브랜드 가운데서도 차이는 컸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43건, 랜드로버는 1.16건으로 BMW보다 크게 낮았다. 단순히 '고가 차량을 타는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많이 한다'고 일반화하기 어려운 결과다.
다만 이 통계만으로 BMW 차량 자체가 음주운전이나 난폭운전을 유발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해당 조사는 브랜드별 운전자의 적발 비율을 비교한 것으로, 운전자의 연령과 성별, 거주 지역, 차량 종류와 성능 등 다양한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BMW 운전자가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높은 음주운전 적발 비율을 기록했다는 점은 흥미로운 결과로 꼽힌다.
또한 2025년 20개국 이상에서 약 5천 명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 설문조사에 따르면 BMW는 '과속한다'는 항목에서 BMW가 63%로 1위, '공격적으로 운전한다'는 항목에서 44%로 1위, '신호를 안 한다'는 항목에서 32%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실제 보험 데이터에서는 BMW 운전자의 벌점이 테슬라, 사브, 랜드로버 운전자보다 적어, '평판이 실제보다 나쁘게 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BMW 음주운전 사고, 국내에서도 이어져
전신주 충격하고 멈춰선 음주 차량. ⓒ부산 경찰청
국내에서도 BMW 차량이 음주운전이나 과속·난폭운전 사고와 함께 언급된 사례가 적지 않다. 물론 일부 사고 사례만으로 특정 브랜드 운전자 전체의 운전 성향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BMW 차량이 등장한 음주운전 사고들이 사회적 관심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2025년 11월 배우 손승원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술을 마신 뒤 만취 상태로 강변북로를 역주행하며 BMW 차량을 몬 사건이 있다. 이 사건으로 2026년 2월 기소된 손승원은 2026년 6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나, 재판을 6일 앞둔 2026년 5월 8일 무면허 상태로 동일한 흰색 BMW SUV를 몰고 서울 한남동의 술집으로 이동해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진 뒤 다시 차량을 이용해 이동한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차량은 2025년 11월 음주운전 당시에도 이용했던 차량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에서 BMW 운전자가 음주운전자를 추적하는 이른바 '음주운전 고발' 유튜버를 피해 달아나다 트레일러를 들이받아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사고는 2024년 9월 22일 광주 광산구 산월동에서 발생했다. 당시 35세 운전자 A씨가 몰던 BMW가 갓길에 주차된 시멘트 운송 트레일러를 들이받으면서 차량에 불이 났고,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같은 해 경기 남양주시에서 20대 운전자 B씨가 BMW를 몰다가 5톤 트럭을 들이받은 뒤 불이 난 차량을 현장에 두고 사라진 사건도 있었다. 2024년 5월 8일 오전 남양주시 호평터널 인근에서 발생한 사고로 B씨는 처음 음주운전을 부인했지만, 경찰이 사고 전 지인들과 술을 마신 사실을 확인해 추궁하자 결국 음주운전을 인정했다. 경찰은 병원에서 확보한 혈액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을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