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모레노(49) 전 스페인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임시 지휘봉을 잡는다.
대한축구협회가 A대표팀 사령탑을 공개채용 방식으로 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스페인 프로축구 그라나다를 지휘할 당시 모레노 감독의 모습이다. ⓒEPA/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는 1일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2026년도 제7차 이사회를 열고 모레노 감독의 A대표팀 임시감독 선임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모레노 감독을 보좌할 코치진 5명도 함께 선임됐다.
계약 기간은 오는 11월 27일까지다. 모레노 감독은 올해 9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지는 A매치 6경기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이 기간 성과와 경기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계약을 연장해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레노 감독은 세계 정상급 무대를 경험한 '전술가'로 꼽힌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스페인 대표팀 수석코치와 감독을 맡았고, 앞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FC바르셀로나에서 수석코치로 일했다. 세계 최강의 클럽과 국가대표팀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에 더해 데이터를 적극 활용한 전술 설계와 치밀한 상대 분석이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2024-25시즌에는 러시아 FC 소치를 지휘했다.
이번 선임 과정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공개채용'이다. 협회는 지난 7월 말 이사회를 통해 9월부터 11월까지 예정된 세 차례 A매치 기간, 총 6경기를 책임질 임시감독을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른 공개채용 방식으로 뽑기로 했다.
이후 전력강화위원회 위원 일부와 외부 평가위원으로 평가위원회를 꾸려 후보 검증에 들어갔다. 1차 서류 평가를 시작으로 2차 온라인 면접, 대면 미팅, 계약 조건 조율까지 단계를 밟았고 지난 주말 모레노 감독과 최종 협의를 마쳤다.
모레노 감독과 한국 축구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과거에도 대표팀 사령탑 최종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난 뒤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됐다. 당시 대한축구협회(KFA)는 여러 후보를 검토한 끝에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선택했다. 한 차례 스쳐 갔던 인연이 약 4년 만에 현실이 된 셈이다.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불과 여섯 경기로 정식 감독 선임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나왔다.
온라인에서는 "일단 지켜보자. 누가 하더라도 홍명보보다야 낫겠지", "솔직히 기대된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11월까지 뭘 보여준다고 성과에 따라 연장한다는 거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이어졌다.
짧게는 6경기, 길게는 아시안컵까지. 한때 한국 대표팀 감독 후보에 머물렀던 모레노 감독이 이번에는 실제 지휘봉을 잡고 자신의 축구를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