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10명 중 7명은 빈소도, 조문객도 없는 ‘무빈소 장례’를 자신의 마지막으로 선택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장례 비용과 복잡한 절차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남은 가족에게 짐을 남기지 않은 채 조용히 떠나고 싶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장례식장. AI 이미지.
28일 한 커뮤니티에는 ‘무빈소 장례 방식이 늘어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댓글에는 “천만 원 좀 안 되게 나와서 간신히 부의금 들어온 걸로 맞춰지긴 했다”, “난 무빈소도 필요 없이 바로 화장해줬으면 좋겠다”, “너무 허례허식이다”, “가족들끼리 고인을 기리는 작은 장례가 좋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무빈소 장례는 별도의 빈소를 마련하지 않고 조문객을 받지 않는 장례를 말한다. 고인을 안치한 뒤 입관과 발인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화장장이나 장지로 이동한다. 빈소를 차리고 조문객을 맞는 일반적인 3일장에서 빈소와 접객 절차를 덜어낸 방식에 가깝다.
무빈소 장례를 선택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 중 하나는 비용이다. 일반적인 장례에서는 빈소 사용료뿐 아니라 제단과 장례용품, 조문객을 위한 음식과 접객 비용 등이 발생한다. 반면 무빈소 장례는 빈소와 접객 과정을 생략해 이 같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최근 언론 보도와 업계 설명에 따르면, 무빈소 장례 비용은 대체로 200만~300만 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화장이나 봉안 등 장지 관련 비용과 선택하는 서비스에 따라 실제 비용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
장례는 가격을 따져가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선택하기 어려운 의례이기도 하다. 고인에게는 한 번뿐인 마지막 의례이고, 유족 역시 평생 몇 차례 경험하기 어렵다. 갑작스럽게 장례를 치르게 되면 짧은 시간 안에 빈소부터 제단, 장례용품, 음식, 화장과 장지까지 여러 결정을 내려야 한다.
여기에 ‘마지막 가는 길인데’라는 마음까지 더해진다. 고인을 보내는 순간에는 비용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 빈소나 제단, 수의와 관, 음식 등의 비용을 줄이는 선택이 자칫 고인에게 소홀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례에 대한 생각은 달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5월28일부터 6월2일까지 전국 만 19~69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6월16일 공개한 ‘무빈소 장례 관련 소비자 태도 조사’에서 자신의 장례를 무빈소 방식으로 치를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71.8%에 달했다. 가족이 무빈소 장례를 원할 경우에도 고인의 뜻을 존중하거나 가족만 참석하는 소규모 추모식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이겠다는 태도가 두드러졌다.
무빈소 장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장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가 58.1%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비용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형식적인 조문이나 인간관계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이 54.5%, ‘가족 중심으로 조용히 보내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응답도 50.8%에 달했다.
무빈소 장례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크지 않았다. 응답자의 47.5%는 이를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식’이라고 평가했고, 34.6%는 ‘비용·간소화를 고려할 때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반면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선호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0.5%, ‘전통적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1.7%에 그쳤다.
연령대별 차이도 눈에 띈다. 자신의 장례를 무빈소로 치를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20대에서 57.0%였지만 40대는 76.0%, 50대는 80.0%, 60대는 79.5%였다. 조사기관은 장례를 직접 준비하거나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연령층일수록 무빈소 장례에 상대적으로 열린 태도를 보인 것으로 분석했다.
가족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1인 가구는 804만5천 가구로 처음 800만 가구를 넘어섰다. 전체 가구의 36.1%로 역대 가장 높은 비중이다. 1인 가구 가운데서는 70세 이상이 19.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1인 가구 증가가 곧바로 무빈소 장례 증가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가족 규모가 작아지고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변화 속에서 많은 친척과 지인이 모이는 장례만을 당연하게 여기던 인식 역시 달라지고 있다.
무빈소 장례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장례 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조사 결과에서는 비용 부담뿐 아니라 형식적인 조문 문화를 벗어나 가족 중심으로 고인을 추모하려는 인식도 함께 나타났다.
빈소와 조문객의 유무보다 고인과 유족이 원하는 방식으로 마지막을 보내는 데 의미를 두는 사람들이 늘면서, 정해진 형식을 따르던 장례 문화도 점차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