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육군의 민간수장인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수개월간 이어진 갈등 끝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미국 육군은 참모총장과 장관 자리가 동시에 비는 초유의 지휘 공백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는 헤그세스 국방장관 취임 뒤 벌어진 미군 수뇌부 이탈 행렬의 최신 사례로 꼽힌다.
댄 드리스콜 미국 육군장관. ⓒ AP통신=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은 31일(현지시각)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이 국방부의 방향과 다수 고위의 장성 퇴출을 둘러싸고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수개월간 갈등한 끝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수일 안에 국방부를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국 육군장관의 사임은 단순한 인사교체가 아니라 미군 지휘체계 전반의 균열을 드러내는 점에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드리스콜 육군장관의 사임으로 미국 육군은 민간수장인 장관과 군사수장인 참모총장이 동시에 공석이 되는 이례적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
미국 육군참모총장 자리는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올해 4월 랜디 조지 당시 참모총장을 별다른 설명 없이 해임한 뒤 크리스토퍼 라네브 장군이 대행을 맡고 있었는데, 여기에 더해 육군장관 자리까지 비게 된 것이다.
드리스콜 육군장관 퇴임에 따라 마이크 오버들 미국 육군차관이 장관 대행을 맡게 됐다.
드리스콜 육군장관과 헤그세스 국방장관 사이 갈등은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추진해온 대대적 미군 수뇌부 감축안을 둘러싸고 불러졌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 장군, 제독 수를 전체적으로 10%, 4성 장군 보직은 20% 줄이는 구상을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유럽과 아프리카에 주둔해 미국 육군을 이끌던 크리스 도너휴 장군도 옷을 벗게 됐다.
도너휴 장군은 미국 정예부대 델타포스를 지휘하면서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참여했던 베테랑으로, 드리스콜 육군장관은 그의 퇴임식에 직접 참석해 예우를 표하기도 했다.
드리스콜 육군장관은 예일대학교 로스쿨에서 JD 밴스 부통령과 동기였으며, 랜디 조지 전 육군참모총장과 함께 드론과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을 미국 육군에 빠르게 도입하는 개혁을 추진해온 인물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 로이터=연합뉴스
헤그세스 장관 취임 뒤 미군에서 물러난 고위 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장관 취임 한 달여 만인 2025년 2월 미국 해군 역사상 최초의 여성 참모총장이었던 리사 프란체티 제독을 별다른 설명없이 경질한 바 있다.
프렌체티 제독은 구축함과 항모전단, 제6함대를 지휘한 40년 경력의 베테랑이었지만, 헤그세스 장관은 그의 저서에서 그녀의 발탁을 '사회정의 이념의 승리'라고 비판한 바 있어서 이념적 갈등이 배경으로 추정된다.
같은 날 미국 공군 서열 2위였던 제임스 슬라이프 장군과 공군 합참의장이었던 CQ 브라운 장군도 함께 경질됐다.
올해 4월에는 존 펠런 해군장관이 물러나기도 했다.
존 펠런 전 해군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조선프로젝트 '골든 플리트'와 신형 전함 사업을 둘러싸고 헤그세스 국방장관, 스티븐 파인버그 국방부 부장관과 마찰을 빚은 끝에 사퇴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존 펠런 해군장관이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갈등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펠런 해군장관은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이미 여러 차례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 랜디 조지 미국 육군참모총장도 뚜렷한 사유없이 해임됐는데, 드리스콜 육군장관과 가까운 인물이었다는 점이 해임배경으로 꼽힌다.
이런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 드리스콜 육군장관의 사임은 반복되는 패턴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육군 소령 출신에서 폭스뉴스 진행자로, 다시 국방장관으로 벼락출세한 헤그세스 장관이 취임뒤 인사권을 무기처럼 휘두르며 미군 수뇌부를 잇달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드리스콜 육군장관 사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강력하게'라는 의제를 진전시키는데 매우 효과적 역할을 해왔다"는 원론적 입장만 냈을 뿐, 갈등 배경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처럼 미군 지휘부의 공백에 따라 미국-이란전쟁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이란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만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각) 폭스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이란이 요르단의 미군기지를 공격한 것에 강도 높은 보복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은 앞서 30일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라라크 섬을 공습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기뢰부설용 로켓발사대 2대를 폭격했다.
이란도 미군기지가 있는 요르단을 향해 즉각 반격했다. 양측이 이처럼 공격을 주고받은 것은 한 달여 만이다. 이란의 반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또다시 보복이 이뤄진다면 호르무즈 해협에서 다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