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후임 인선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김 실장의 사표가 신속하게 수리된 점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성평등가족부·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일부 인선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정부가 민심 수습을 위해 쇄신 폭을 넓힌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왼쪽)이 2025년 12월29일 대통령실 이전 작업이 마무리된 청와대 본관으로 첫 출근해 김용범 정책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김 실장이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재명 정부 초대 정책실장으로 약 15개월 동안 경제·산업·재정 등 주요 정책을 조율하는 총사령탑 역할을 맡았다. 지난해 7월에는 한미 통상협상을 진두지휘했고, 올해 6월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 구상도 주도했다.
다만 재임 후반으로 갈수록 자본시장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책임론도 커졌다. 대표적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과 부동산 세제 정책이 꼽힌다.
김 실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국내 도입을 주도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가량 추종하도록 설계된 고위험 상품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 5월27일부터 상장됐다.
그러나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고위험 상품을 충분한 안전장치 없이 도입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금융당국은 결국 7월 신규 상품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광고를 금지한 데 이어, 개인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으로 높이는 보완책을 냈다.
부동산 정책에서도 책임론을 피하지 못했다. 김 실장은 정부 출범 이후 대출 규제와 공급대책, 규제지역 확대 등 주요 부동산 정책을 조율해왔다. 6월에는 주택 공급 필요성을 강조하며 "닥치고 지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집값과 전월세 가격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추진하면서 비판 여론이 커졌다. 결국 당정은 현행 12억 원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수정 검토에 들어갔다.
김 실장이 자신의 정책 구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논란을 자초한 사례도 있다. 5월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인공지능(AI) 산업 등의 호황으로 대규모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경우, 그 과실 일부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국민배당금제'를 제안했다.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포퓰리즘적 분배 구상', '반기업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여권 일각에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청와대도 당시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