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 3인에 현직인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포함되면서 양 회장의 첫 연임 도전이 본궤도에 올랐다. 실적만 놓고 보면 양 회장이 후보들 가운데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기할 만한 점은 KB금융지주의 회장 교체 기록에서 연임 성공과 퇴진의 이유가 뚜렷하게 갈린다는 것이다. 연임에 성공한 두 번은 실적이 근거였고, 회장이 자리를 떠난 네 번은 모두 실적 바깥의 변수 때문이었다.
양 회장은 강력한 실적을 무기로 쥐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 역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갈래가 정면으로 맞붙는 자리에 양 회장이 서 있는 셈이다.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 3인에 현직인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포함되면서 양 회장의 첫 연임 도전이 본궤도에 올랐다.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 강력한 실적과 지배구조 이슈, 두 변수가 모두 놓인 연임 가도
1일 양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그룹 실적을 살펴보면 연임 심사를 앞둔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실적이다.
KB금융지주는 양 회장의 취임 이후 첫 온전한 1년인 2024년에 순이익 5조782억 원을 거두면서 국내 금융지주 사상 첫 순이익 5조 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순이익 5조8430억 원을 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3조8846억 원으로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2025년 기준 총주주환원율은 52.4%이며 올해 2월에는 금융지주 최초로 시가총액 60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비은행 계열사의 그룹 순이익 기여도도 올해 상반기 44%까지 올라왔다.
KB금융지주 출범 이후 현재까지 유일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 사례인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2017년과 2020년 심사에서 회추위가 든 근거는 조직 안정과 리딩금융 자리매김, 비은행·글로벌 인수합병을 통한 수익 다변화였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양 회장 역시 경쟁자들과 비교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KB금융지주가 외국인 지분률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다는 점 역시, 주주환원과 기업가치 제고에 민감한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외국인 주주의 특성을 고려하면 양 회장에게 우호적 요소로 볼 수 있다.
반면 실적 바깥의 변수는 여전히 열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비판하면서 시작된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압박은 올해 1월 금융당국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하면서 구체화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역시 현재의 구조가 회장 연임 욕구가 과도하게 작동하는 문제가 있다는 뜻을 보여 왔다.
금융감독원은 8월11일부터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을 상대로 사전검사를 진행 중이며 9월 초 정기검사에 착수할 계획을 세웠다. 최종 후보 확정일인 9월11일과 맞물리는 일정이다. 특히 이번 검사에는 소비자보호 검사반이 별도로 편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시중은행 정기검사에 소비자보호 검사반이 별도 투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감독원뿐 아니라 국세청 조사4국이 지난달 13일 KB국민은행에 대한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도 양 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조사4국은 심층 세무조사와 기획 세무조사를 맡고 있는 부서로 '국세청의 중수부', '기업 저승사자'로 불린다. 다만 이번 조사 대상은 KB국민은행이고 KB금융지주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사정의 칼끝이 KB금융지주, 양종희 회장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알려진 지배구조 개선 방안 가운데 양 회장의 연임을 직접 막을 수 있는 항목은 확인되지 않는다. 3연임 제한은 이번 연임 도전이 처음인 양 회장과 무관하고, 2023년 회장 선임 당시 출석주식 기준 97.52%의 찬성률을 기록했던 것과 양 회장이 회장직에 있는 동안 보여준 경영 성과 등을 고려하면 향후 주총 특별결의가 도입되더라도 주주 지지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기할만한 점은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정은 3연임 금지를 법률에 직접 명문화하는 대신 주주총회 특별결의 등 절차적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 연임의 근거는 경영 성과, 회장직 떠날 땐 외부의 잡음
지금까지 KB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과 퇴임 사례를 분석해 보면 연임의 근거는 경영 성과였지만, 회장직을 떠날 때는 실적보다 외부 이슈가 더 강력한 이유로 작용했다.
KB금융지주 출범 이후 현직 회장이 연임 심사를 통과한 사례는 윤종규 전 회장의 두 차례가 전부다. 2017년과 2020년 모두 경영 성과가 결정적 근거였다.
윤 전 회장은 2015년 LIG손해보험과 2016년 현대증권 인수를 잇따라 성사시키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장했고, 2017년 신한금융그룹으로부터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가져왔다. 2018년과 2019년 신한금융에 다시 선두를 내줬지만 3조원대 순이익을 이어가며 경쟁력을 유지했고, 2020년 3연임의 근거를 확보했다.
2020년 윤 전 회장이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된 뒤 선우석호 당시 회추위원장은 "윤종규 회장은 지난 6년간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KB를 리딩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시켰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비은행과 글로벌 부문 인수합병을 통한 수익 다변화도 선정 사유로 제시됐다.
반대로 KB금융지주의 회장 교체를 촉발한 요인은 실적보다 제재와 징계, 지배구조 갈등, 금융당국의 기류 등 실적 외 변수에 있었다.
초대 황영기 회장은 우리금융그룹 시절 파생상품 투자 손실로 금융당국 제재를 받고 2009년 취임 1년 만에 물러났다. 어윤대 회장은 ISS 정보유출 사건으로 금융당국 징계를 받는 등 임기 말 지배구조 갈등이 커지면서 연임을 포기했다. 임영록 회장은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KB사태' 책임을 지고 2014년 임기 중 퇴진했다.
윤 전 회장의 2023년 4연임 포기도 실적 문제는 아니었다. 당시 KB금융지주는 상반기 순이익 2조9967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었다.
윤 전 회장은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배턴을 넘길 때가 되었다"는 뜻을 회추위에 전했을 뿐 별도의 사퇴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당시는 금융당국이 연임에 도전하는 최고경영자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며 관치 논란이 불거지던 시기였다. 2023년은 5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2022년 3월 취임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제외한 4명이 모두 교체된 해였다.
결국 KB금융지주에서 회장의 임기를 끝낸 것은 성적표가 아니라 제재와 징계, 지배구조 갈등, 당국의 기류 등이었던 셈이다.
회추위는 오는 11일 최종 후보 3인을 대상으로 2차 심층 인터뷰를 실시해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한다. 이후 자격 검증을 거쳐 10월 2일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 11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 임기는 2029년 11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