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내의 전문가들이 유럽은 중국 관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한국 배터리 기업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럽연합(EU) 깃발들이 2026년 4월29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집행위원회 본부 밖에서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일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EU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한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들과 더욱 긴밀히 협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2023년 유럽 배터리 시장의 60.4%를 점유했으나 2025년에는 점유율이 절반으로 줄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2025년에 유럽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거의 60%로 끌어올렸다.
이 같은 변화의 이유는 유럽에서 전기차 배터리 선호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에너지 밀도는 높지만 가격이 비싼 니켈-망간-코발트(NMC) 배터리 생산에 특화돼 있다.
그런데 유럽에서 주행 거리가 짧아지고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이 성장하면서 더 저렴한 리튬-철-인산염(LFP) 배터리가 선호되고 있다. LFP 배터리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어 선호의 변화가 중국 업체들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피터 핸들리 전 EU 집행위원회 성장총국 에너지집약산업 및 원자재 부서 책임자는 닛케이아시아에 "EU는 배터리 생산 분야에서 한국과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오반니 시스코 유럽 에너지 안보 이니셔티브 연구원은 닛케이아시아에 "중국에 배터리를 의존하는 것은 유럽이 필요한 중국산 원자재 수입 관련해 압박을 받고, 유럽의 전력망을 중국 소프트웨어가 지배하고, 유럽 산업이 규모를 확대하기도 전에 사그라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스코 연구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배터리 생산 외에도 중국이 전 세계 핵심 광물 정제의 70% 이상과 배터리에 쓰이는 양극재 및 음극재 생산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스코 연구원은 유럽이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산 원자재와 기계에 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며 중국은 언제든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는 3세대 LFP 기술, 흑연 양극재, 전구체 및 관련 장비 관련해 수출 허가 요건을 신설했다. 중국 주재 유럽연합 상공회의소가 131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이 조치로 영향받은 유럽 기업의 40%가 2개월 이상 걸리는 납품 지연에 직면했다.
한국 기업들은 LFP 배터리 생산에 나서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1일 닛케이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상반기 유럽 전기차 시장에 저가형 LFP 및 중니켈 배터리의 본격적 공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이 분기별로 증가하고 있으며, 설비 가동률도 개선됐다고 보고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닛케이아시아에 "유럽의 견조한 전기차 수요에 힘입어 향후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판매량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하반기 매출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SK온과 삼성SDI 역시 유럽이 자사에게 핵심 시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도 중국산 원자재에 의존하고 있다. 립케 연구원은 관련해 EU와의 협력을 위해서는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BM 등 한국 소재 기업들이 중국에서 벗어나 대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LFP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지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공공 조달에서 EU에서 만든 제품을 우대하고 기술 이전을 의무화하는 산업가속화법(IAA)을 제안했다.
이 법안은 2027년 말부터 발효되는데, 한국 등 EU와 기존에 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들은 이 법안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으로 한국산 배터리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제조업체들이 IAA 시행에 앞서 유럽 투자 계약을 마무리 짓고 있어 IAA 법안의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IAA 법안 시행 지연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닛케이아시아에 "법안 시행이 지연되면 IAA 효과가 저해되고, 한국 제조업체들의 유럽 시장 입지가 약화하며,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누려온 가장 큰 강점인 현지 생산 능력과 구매자와의 근접성이 훼손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