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마르자 강바닥에서 과거의 흔적이 모습을 드러나는가 하면, 바닷물이 강을 거슬러 올라와 식수원까지 위협하고 있다.
2026년 8월4일(현지시각) 세르비아 프라호보 항구 인근 다뉴브강 바닥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군함의 잔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다뉴브강의 수위가 가뭄으로 크게 낮아졌다. 세르비아 프라호보 항구 인근에서는 수면 아래 잠겨 있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군함 수십 척의 녹슨 선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5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이 군함들은 나치 독일의 흑해 함대 소속으로, 독일군이 루마니아에서 철수하고 소련군이 발칸반도로 진격하던 1944년 고의로 침몰시킨 배들이다.
당시 프라호보 인근에서 침몰한 독일 군함은 최대 200척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80여 년 동안 물속에 잠겨 있던 군함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뉴브강의 수위가 그만큼 낮아졌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은 최근 다뉴브강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선박 운항이 어려워지고 발전소 가동에도 차질이 생기는 등 현실적인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다뉴브강에서 벌어진 일이 먼 나라의 특이한 풍경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폭염과 가뭄이 겹치면서 강과 저수지가 빠르게 말라가고, 물 부족은 식수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8월4일 오후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는 경북 청도군의 삼신지에서 저수지 대부분이 메말라 바닥을 드러낸 가운데 왜가리들만 남아 있다. ⓒ연합뉴스
8월4일 오후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는 경북 청도군의 삼신지에서 저수지 대부분이 메말라 바닥을 드러낸 가운데 한쪽에 남은 마지막 물웅덩이에 높아진 수온을 버티지 못한 물고기들이 죽어있다. ⓒ연합뉴스
경북 청도군 삼신지에서는 저수지 대부분이 말라 바닥을 드러냈다. 간신히 남은 물웅덩이마저 뜨거워지면서 높아진 수온을 견디지 못한 물고기들이 죽어갔다.
물이 마르는 것은 생태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청도군도 폭염과 가뭄 장기화에 따른 물 부족에 대비하고 있다. 군은 지난 2일 단수 우려가 있는 풍각·각북·이서면 주민들을 위해 2리터짜리 병입 생수 4만2000병을 긴급 배부하고, 주요 배수지에는 급수차 8대를 투입했다.
8월3일 오후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에 위치한 300t 용량 배수지에 급수차를 이용해 물을 채우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에서도 가뭄이 식수 문제로까지 번졌다. 비가 내리지 않아 형산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바닷물이 강을 거슬러 올라왔고, 취수원 염도가 높아져 수돗물에서 짠맛이 난다는 민원이 잇따랐다. 포항시는 결국 형산강 대신 영천댐과 임하댐으로 취수원을 긴급 변경했다.
80년 동안 물속에 잠겨 있던 군함이 모습을 드러낼 만큼 강은 말라가고, 물이 부족해진 강에는 바닷물까지 밀려들고 있다. 폭염이 길어질수록 우리가 마주하게 될 것은 더위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