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와 글로벌 협력, 복합개발 등 미래 성장 전략이 잇따라 구체화하면서, 이제는 비전 제시를 넘어 실제 성과와 실행력을 입증해야 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2030년까지 13조 원 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신세계프라퍼티의 복합개발 사업은 그 시험대의 핵심으로 꼽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최근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를 맡아 복합개발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3일 신세계그룹의 복합개발 사업을 종합하면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청라를 비롯해 청담 프리마호텔 부지 개발, 화성국제테마파크, 그랜드스타필드 광주, 동서울터미널 복합개발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럭셔리 부동산 개발기업 오코(OKO)그룹과 5억 달러 규모의 합작법인(JV)을 설립하며 글로벌 호텔·레지던스 개발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정 회장이 복합개발에 힘을 싣는 것은 단기 사업이 아니라 오랜 기간 일관되게 추진해온 미래 전략의 연장선이다. 그는 2019년 국제화성테마파크 비전 선포식에서 "앞으로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며 "신세계그룹이 가진 모든 사업 역량을 쏟아부어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 뒤 스타필드를 단순 쇼핑몰이 아닌 체류형 복합공간으로 진화시키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실제 올해 정 회장의 현장경영 행보도 이러한 방향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올해 첫 현장경영은 이마트가 아닌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에서 시작됐다. 이어 지역 밀착형 복합공간인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 체험형 유통 모델을 강화한 트레이더스 구월점, 그리고 복합개발의 상징인 스타필드 청라 건설 현장을 차례로 찾았다. 모두 단순 대형마트가 아니라 체험과 여가, 문화 기능을 결합한 새로운 공간 모델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는 복합개발이 단순한 신규 사업이 아니라 정 회장이 오랫동안 구상해온 미래 유통 전략의 핵심 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제는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를 직접 맡아 복합개발을 진두지휘하는 만큼, 청라·청담·화성·광주·동서울 프로젝트를 어떻게 실행하고 자본을 운용하느냐가 정 회장 책임경영의 성패를 가를 핵심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정 회장의 책임경영은 2024년 회장 취임 이후 이어진 그룹 경영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회장 취임 이후 지난해에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지분을 넘겨받으며 사실상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시장에서는 회장 승계 자체보다 경영 성과를 통해 리더십을 입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승계를 마친 뒤 정 회장은 성과주의와 신상필벌을 앞세운 인사를 이어가며 조직 쇄신에 나섰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이 전문경영인 교체에 집중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오너인 정 회장 스스로 경영 성과와 책임을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커졌다.
실제 정 회장은 회장 취임 뒤 성과 부진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표이사 교체에 속도를 냈다. 회장 취임 직전인 2023년 이마트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결 기준 영업손실 469억 원을 기록했고, 신세계건설은 1878억 원, 이마트24는 23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그룹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이러한 실적 부진을 배경으로 정 회장은 회장 취임 한 달 만에 신세계건설 대표를 교체했고, 이어 SSG닷컴과 G마켓 대표도 바꾸며 성과 중심의 '신상필벌' 인사를 본격화했다.
그리고 올해 정 회장은 대표이사로 직접 나서면서 '책임 경영'을 선언했다. 더 이상 경영실패의 책임이 '전문경영인'만의 것이 아니게 된 셈이다. 올해를 미래사업의 '원년'으로 선언한 만큼, 13조 원 규모 스타필드 복합개발은 정 회장 책임경영의 첫 성적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추진하는 복합개발은 이미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오코그룹과 글로벌 호텔·레지던스 개발 플랫폼을 구축한 데 이어 국내에서는 스타필드 청라와 동서울터미널 복합개발, 화성국제테마파크, 스타필드 광주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복합개발은 수년에 걸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안정적 재무구조와 자금 운용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다행히 재무 여력은 이전보다 개선됐다. 신세계프라퍼티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1조4036억 원, 순차입금은 1조704억 원으로 2024년 말보다 각각 16.8%, 20.8%로 감소했다. 부채비율도 65%로 19.1%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매출은 7664억 원으로 78.2% 늘었고, 영업이익은 4674억 원으로 240.4% 증가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영업현금창출력으로 순차입금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순차입금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로 나눈 배수는 5.6배에서 1.9배로 낮아졌다. 이는 현재 수준의 영업현금창출력이 유지될 경우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크게 단축됐음을 의미한다.
다만 이를 곧바로 13조 원 규모 복합개발을 감당할 충분한 현금창출력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실적에는 스타필드 청라 지분 매각과 연결 범위 변경, 금융자산 평가이익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됐다. 또한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817억 원이었지만 투자활동 현금유출은 3063억 원으로 이를 크게 웃돌았다. 투자부동산 취득에만 2995억 원이 투입된 만큼, 복합개발이 본격화될수록 외부 자금 활용은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신세계프라퍼티는 외부 자본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금조달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 스타필드 청라는 하나금융그룹과 베인캐피탈 등이 참여하는 공동투자 구조를 구축했고, 스타필드 고양도 신세계프라퍼티 51%, 이지스자산운용 펀드 49%의 공동 보유 방식이다. 최근에는 오코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해외 호텔·레지던스 개발도 공동투자로 추진하기로 했다. 리츠를 활용한 자산 유동화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신세계프라퍼티의 자금조달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최근 3000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차환 과정에서 발행금리를 6.85%에서 5.80%로 낮추면서도 발행 규모는 1천 억 원 늘리는 데 성공했다. 금리를 낮추고도 발행 규모를 확대한 것은 투자자 수요가 충분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프로젝트별 개발 진행 단계에 맞춰 단계별 자금 조달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며 "외부 투자자 유치와 기존 자산 활용 등 다양한 재무 전략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