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시원함'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되고 있다. 냉감 기능을 앞세운 제품이 의류를 넘어 화장품, 생리용품, 반려동물용품까지 빠르게 영역을 넓히면서 여름 소비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바야흐로 돈을 내고 '낮은 체감온도'를 사고 있다.
아이디어 상품으로 여름 이겨내기. AI로 생성한 이미지.
소비자들의 냉감 제품 수요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살안타템' 검색량은 전년 대비 81%, '냉감'은 68%, '냉감이너'는 210%, '자외선차단'은 54% 각각 증가했다. CJ올리브영에서도 올해 4~6월 쿨링 케어 제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늘었다. 폭염이 일상이 되면서 소비자들의 '시원함'에 대한 니즈도 점점 세분화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색 냉감 상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입는 선풍기]
여름철 아이디어 상품 '입는 선풍기' 조끼. ⓒ롯데홈쇼핑 홈페이지 캡쳐
목에 거는 웨어러블 쿨러. ⓒ소니
'선풍기를 들고 다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아예 선풍기를 입는다.
의류 내부에 소형 팬을 장착해 공기를 순환시키는 이른바 '입는 선풍기'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옷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며 시원한 바람을 몸 안으로 불어넣는다. 특수 냉각 기술이 적용된 제품은 체감온도를 약 6~7도 낮추는 효과를 내세운다.
처음에는 야외 작업자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2004년 일본의 한 의류·장비 업체가 개발한 제품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산업 현장은 물론 캠핑, 낚시, 등산 등 야외활동을 즐기는 일반 소비자들까지 찾으면서 국내에서도 판매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입는 선풍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목 뒤에 걸치는 웨어러블 냉각기 역시 폭염 속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제품은 사람의 체온 조절 원리를 응용했다. 우리 몸은 뇌의 시상하부가 피부와 혈액의 온도를 감지해 체온을 조절하는데, 뒷목을 차갑게 식히면 뇌로 향하는 혈액의 온도가 낮아지면서 마치 시원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은 '펠티어(Peltier) 소자'다. 전류를 흘리면 판의 한쪽은 차가워지고 반대쪽은 뜨거워지는 독특한 성질을 가진 반도체 소자로, 차가워진 면을 피부에 밀착시키면 뒷목이 순간적으로 움찔할 만큼 강한 냉감을 전달한다. 손선풍기로 바람을 보내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몸에 직접 냉각장치를 착용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쿨링 기저귀]
일본 위생용품회사 유니참이 출시한 쿨링 제품들. ⓒLG유니참
폭염은 어린 아이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여름철 아기용 쿨링 기저귀는 엉덩이와 허벅지 주변의 열감과 습기, 피부 마찰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최근에는 특허 공법을 적용해 기저귀 내부의 수분 흐름을 오래 유지하고, 표면 온도를 최대 3도까지 낮췄다는 제품도 등장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사례도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과 NHK 등에 따르면 일본 위생용품회사유니참은 일반 속옷을 착용했을 때보다 체온을 약 2도 낮춰주는 성인용 쿨링 기저귀를 여름 한정판으로 출시한 것이다. 그러나 LG유니참에 문의한 결과, 국내 출시는 미정이며 한국 소비자들의 정서까지 넘어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폭염의 심각성이 아니었다면 쉽게 등장하기 어려웠을 상품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온열예방 스티커]
안전모 온열 스티커. ⓒ두산에너빌리티
폭염 속 가장 위험한 곳 가운데 하나는 햇볕 아래에서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건설 현장이다.
이들을 위해 보급되는 것이 '온열예방 안전모 스티커'다. 안전모 표면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해 작업자가 현재 위험 수준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기능성 제품이다.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노란색, 주의가 필요한 단계에서는 주황색, 즉시 휴식이 필요한 위험 단계에서는 빨간색으로 변한다. 온도에 반응하는 시온 안료를 적용한 덕분이다.
2003년 특허가 확인된 이 기술은 오랫동안 널리 활용되지 못하다가 2024년 고용노동부의 '폭염 대비 근로자 건강 보호 대책'에 포함되면서 본격적으로 현장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폭염이 일상이 되면서 뒤늦게 빛을 본 아이디어 상품인 셈이다.
[애견 쿨링 스프레이]
여름철 반려동물 아이디어 상품 강아지 쿨링 스프레이. ⓒ쿠팡 홈페이지 캡쳐
더위를 타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KB금융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견 양육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반려견과 반려묘를 위한 냉감 제품 역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인 것이 반려동물용 쿨링 스프레이다. 사람용 쿨링 스프레이처럼 몸에 뿌려 체감온도를 낮추는 방식이지만, 성분은 훨씬 까다롭게 관리된다. 사람용 제품은 냉감과 향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지만, 반려동물용은 피부 자극은 물론 핥거나 들이마셨을 때의 안전성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DEET, 고농도 멘톨, 일부 에센셜 오일, 알코올 등이 포함된 제품은 반려동물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반려동물 전용' 또는 '동물용 의약외품' 표시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