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 오를 때 출입문 앞에 선 승무원이 미소와 함께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하고 탑승권을 확인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식당 직원이 손님을 맞는 것과 같은 기본적 서비스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불과 몇 초 동안 이뤄지는 그 인사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수석 승무원이자 '어 플라이 가이 트래블스'를 설립한 제이 로버트는 허프포스트에 "비행기 입구에서 받는 환영 인사는 살아오면서 경험할 인사 가운데 가장 철저한 관찰이 이뤄지는 순간일 수 있다"며 "그 짧은 시간 동안 승객의 여러 모습을 판단한다. 놀랍겠지만 이것도 승무원의 업무"라고 말했다.
승객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핵심은 안전이다.
로버트는 "출입문에서 승객에게 인사하는 일은 기내에 들어올 수 있는 위험 요소를 걸러내는 첫 번째 방어선"이라며 "아픈 사람이나 술에 취한 사람, 반입이 금지된 위험물을 지닌 사람처럼 비행을 방해하거나 안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없는지 계속 살핀다"고 말했다.
물론 승객을 반갑게 맞이하려는 서비스 차원의 의미도 있다.
온라인 여행 예약업체 '페어포털'의 공급·수익 총괄책임자인 유브라지 다타는 "인사는 승객을 환영하고 비행 전체에 긍정적 기류를 만들 수 있는 첫번째 기회"라며 "동시에 객실승무원에게는 중요한 관찰의 순간이기도 하다. 출발 전에 문제가 될 만한 요소를 찾아내기 위해 안전과 운항 측면에서 첫 평가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승무원은 항공기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객실의 전반적 상태를 살피기 시작한다.
'에어어드바이저'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인 안톤 라드첸코는 "승무원들의 인사는 사실상 행동을 살피는 과정"이라며 "승객이 환영받는다고 느껴야 더 자연스럽게 반응하기 때문에 친절한 인사라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승무원은 이때 각 승객이 주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지, 몸을 안정적으로 가누는지, 빠져나갈 수 없는 상공의 밀폐된 공간에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는지를 읽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내 난동과 승무원을 향한 폭언·폭행이 늘면서 승무원들의 경계 수준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런 사건에는 술이 연관된 경우가 많다.
'애트모스피어 리서치 그룹'의 사장이자 항공업계 분석가인 헨리 하트벨트는 "승무원은 탑승할 때 승객이 술에 취했는지를 살핀다"며 "만취했거나 약물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승객에게 좌석을 찾아준다는 명목으로 탑승권을 보여달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는 그 승객의 좌석을 담당하는 승무원에게 기내에서 술을 얼마나 마시는지 지켜보라고 알리려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도 출입문에서 인사할 때 가장 중요하게 확인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승객의 음주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승객이 좌석에 앉아 짐까지 푼 뒤 내리게 하는 것보다 비행기 입구에서 탑승을 막는 편이 훨씬 쉽다"며 "탑승하는 동안에는 승무원끼리 계속 정보를 주고받는다. 나는 뒤쪽 승무원에게 특정 승객을 지켜봐 달라고 하거나, 탑승시켜도 괜찮은 상태인지 결정하기 전에 다른 승무원의 의견을 구하곤 한다"고 말했다.
술에 취한 승객을 태우는 일은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전직 항공사 조종사이자 네바다대학교 라스베이거스 캠퍼스 아너스 칼리지 교수인 댄 버브는 이런 상황을 출발 전에 발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버브는 "고도에 오른 뒤 만취한 승객이 공격적으로 행동하면 큰 문제가 된다"며 "결국 항공기를 다른 공항으로 돌려야 하고 돈과 시간을 모두 잃는다. 출입문이 닫히기 전에 문제 가능성을 찾아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잘못된 승객을 탑승시켰을 때는 법적인 책임도 뒤따를 수 있다.
라드첸코는 "취했거나 정상적으로 행동하기 어려운 승객을 태우면 항공사는 상당한 법적·운영상 위험을 떠안는다"며 "승객이 비행기 출입문까지 왔다는 것은 탑승구 직원의 1차 확인을 이미 통과했다는 뜻이다. 출입문에서 다시 문제가 발견되면 항공사에는 탑승구와 기내 입구에서 각각 확보한 두 가지 기록이 남는다. 탑승 거부에 이의가 제기됐을 때 이를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탑승을 거부당한 승객은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라드첸코는 "출입문에서 승무원과 대화한 뒤 탑승을 거부당하면 항공법상 승무원의 판단이 옳았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며 "안전을 위해 승무원에게 부여된 재량권은 원래부터 매우 넓다. 단순히 불편하고 곤란한 결정을 당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며, 승무원의 판단이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당하게 탑승을 거부당했다고 생각한다면 탑승구를 떠나기 전에 서면으로 사유를 받아두는 것이 좋다. 라드첸코는 "그 문서가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할 때 필요한 첫 번째 자료"라고 조언했다.
승무원은 승객이 감추려는 신체 이상도 발견하도록 훈련받는다.
로버트는 "축축하고 창백한 피부나 지나치게 많은 땀, 눈에 보이는 전염성 피부 질환 등 아픈 징후가 없는지 살핀다. 필요하면 비행기 출입문이 닫히기 전에 승객을 내리게 해야 한다"며 "승객은 몸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경우가 많아 신체가 드러내는 모든 단서를 종합해 비행을 감당할 수 있는 상태인지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객이 인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중요한 단서다.
로버트는 "발음이 흐려지거나 혼란스러워하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술 냄새가 나는 것은 음주나 약물 등의 영향을 받았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승객이 객실 안으로 들어간 뒤에는 다른 승무원들이 같은 징후를 계속 살피며 각자의 판단을 더한다"고 말했다.
냄새도 여러 측면에서 판단의 근거가 된다.
로버트는 "술 냄새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정도의 체취도 확인한다"며 "둘 다 탑승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다. 심한 체취는 다른 승객 모두의 편안함과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문제가 될 정도라면 항공사는 운송을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승무원은 기내 반입 가방의 크기와 개수가 항공사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고, 탑승구에서 위탁 수하물로 보내야 할 짐도 찾아낸다. 위험물로 볼 수 있는 물건이 없는지도 살핀다.
로버트는 "최근에는 탑승 중 인신매매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를 찾는 책임도 추가됐다"며 "전세계 객실승무원은 누군가가 인신매매 피해자일 가능성을 알아차리고, 의심스러운 상황을 드러나지 않게 신고하는 방법을 교육받는다"고 말했다.
탑승하는 도중 살펴야 할 범위는 매우 넓지만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몸에 밴다. 승객의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중요한 업무다.
로버트는 "잠재적 문제를 빠르게 알아차리는 능력이 필요한 만큼 항공사는 기내 입구에 경험 많은 승무원을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객실 사무장으로서 승객에게 좋은 첫인상을 주고 반갑게 맞이하는 동시에 한 명 한 명이 비행하기에 적합한 상태인지 계속 평가한다"고 말했다.
승무원은 문제를 일으킬 사람만 찾는 것이 아니다. 비상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승객도 눈여겨본다.
'에티하드항공' 승무원 출신으로 현재 전용기 승무원 겸 항공·경영 교육자로 일하는 폴라 애덤스는 "비상구 좌석에 앉았을 때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승객도 파악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승무원들은 탑승 과정에서 '신체적으로 대처 가능한 승객을 찾아둔다.
로버트는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라며 "건강하고 힘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나 경찰 등 법집행기관 직원, 군인, 소방관, 의료인, 또는 난동 승객을 제지하거나 대피를 도울 만큼 강하고 침착해 보이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기억해둔다"고 말했다.
하트벨트는 비행 전 이뤄지는 비상구 좌석 안내도 이런 판단에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연방항공청은 승무원이 비상구 좌석과 비상구 옆 승객에게 비상시 지시에 따라 출입문을 작동할 의무를 말로 설명하고, 해당 승객 모두에게 안전상 요구되는 역할을 이해하고 동의한다는 답변을 직접 받도록 규정한다"며 "승무원은 이 과정에서 승객이 안전 요건을 충족하는지, 이륙 전 술이나 약물에 취한 상태는 아닌지도 다시 확인한다"고 말했다.
장애 등의 이유로 비행하는 도중 추가적 도움이 필요할 승객을 파악하는 것도 탑승 과정에서 이뤄진다.
다타는 "탑승 전 인사는 승무원이 항공기에 어떤 사람들이 타고 있는지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비상시 추가적 지원이 필요한 승객과 다른 사람을 도울 능력이 뛰어나 보이는 승객을 미리 알아두면 유용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람에게 몇 초씩 건네는 인사가 항공기가 탑승구를 떠나기도 전에 잠재적 문제를 발견하게 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출입문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안전 점검이 이뤄지지만, 승무원들은 승객과 인사하는 일 자체도 진심으로 좋아한다.
로버트는 "객실을 살피는 동시에 실제로 친해지고 싶은 승객도 찾는다"며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사람을 좋아하는 승무원이 많다. 승객과 대화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억에 남을 비행을 만들어주는 일을 즐긴다"고 말했다.
애덤스는 "짧은 인사가 승객과 유대감을 쌓는 첫 번째 기회인 경우가 많다"며 "입구에서 나누는 친절한 대화는 비행 전체에 좋은 분위기를 만들면서도 출발 전 객실 상황을 자연스럽게 살필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로버트는 보통 탑승 중 자신과 잘 통할 '기내 친구'를 미리 알아본다고 말했다.
그는 "기내 조리실에서 오가는 뒷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자면 승무원들은 탑승 중 'BOB'도 찾는다"며 "BOB는 '기내 최고(Best On Board)'라는 뜻으로, 승무원의 눈길을 사로잡는 승객을 가리킨다. 대부분 가벼운 재미일 뿐이며 담당 구역에서 누가 가장 매력적인 승객인지 조리실에서 이야기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때로는 탑승할 때 생긴 호감이 실제 인연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로버트는 "탑승 중 느낀 설렘을 계기로 배우자를 만난 객실승무원을 여러 명 알고 있다"며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모른다. 비행기 입구에서 오간 따뜻한 미소와 눈맞춤이 언젠가는 승무원과 연애할 때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혜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업계의 단골 농담처럼 '나와 결혼하면 비행기는 공짜'"라고 말했다.
결혼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쳐두더라도 승무원에게 짧게나마 친절을 건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버브는 "승무원에게 인사하거나 오늘 하루가 어떤지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 짧은 말이 긴 시간 일하는 승무원들에게는 놀랄 만큼 큰 힘이 된다"며 "나는 여행 전에 5달러짜리 스타벅스 상품권을 여러 장 사서 승무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정말 사람들의 기분을 밝게 해준다. 한번은 기장이 직접 객실로 나와 악수하고 손으로 쓴 쪽지를 건네기도 했다. 결국 작은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허프포스트코리아는 미국 허프포스트와 제휴를 통해 기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번역·정리 강서원 허프포스트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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