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1. 7월25일 전남광주 해남군에서 태국 국적의 30대 노동자가 밭에서 비료 작업을 하다가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이동하던 중 쓰러져 숨졌다. 그는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던 오후 3시경 무더위 속에서 일하던 중이었다. 발견 당시 체온은 43도에 달했고, 병원에 옮겨졌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사건 2. 8월3일 충남 당진시에서는 70대 여성이 고추밭에서 쓰러져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 여성은 폭염 속에서 작업을 하던 중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건 3. 7월28일 일본 구마모토현 지진 당시 이온몰 내 잡화점 직원 오타케 구루미(22세)는 무사히 대피했다. 하지만 매장 계산대에 있는 현금을 안전하게 금고에 넣어두라는 점장의 지시를 받고 다시 들어갔다가 얼마 후 발생한 가스 폭발로 숨졌다.
사건 4. 일본 구마모토현 히카와마치에 사는 70세 여성이 7월30일 차량 운전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휘발유가 바닥난 상태였고, 에어컨을 켜지 못해 차 안은 열기로 가득했다. 이 여성의 사인은 열사병으로 판명됐고, 당국은 이 여성을 ‘재해관련사 의심사례’로 분류했다.
7월27일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경북 경산시 한 밭에서 작업자가 파라솔을 쓰고 밭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 여름 한국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폭염으로 온열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가동한 5월15일부터 8월4일까지 누적 환자 수는 2221명에 달했다. 이 중 19명이 사망했다.
환자 통계는 폭염이 노인과 노동자 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환자를 연령별로 보면 60대가 418명(18.8%)으로 가장 많았고 65세 이상 고령자가 750명(33.8%)에 달했다. 50대도 350명(15.8%)이나 됐다.
환자 발생 장소는 ‘실외’가 1740명으로 78.3%를 차지했다. 실외 작업장이 25.4%로 가장 많았고, 이어 논밭 13.6%, 길가 12.3% 순이었다. 햇볕과 지면 복사열에 직접 노출되는 작업·이동 공간에 피해가 집중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 구마모토현에서는 7월28일 발생한 지진으로 3일까지 총 38명이 숨졌다. 지진 충격으로 인한 건축물 붕괴, 시설물 파손으로 사망한 사람이 36명, 아직 인과관계를 조사 중인 사망자가 1명이었다. 나머지 1명은 집을 잃고 차에서 지내던 70대 여성이었다.
지진이 직접 사인이 된 36명 중에는 이온몰 직원 오타케 구루미 외에도 닛폰제지 야쓰시로 공장에서 대형 굴뚝 붕괴로 사망한 9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닛폰제지 정직원 6명과 하청업체 직원 3명이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같은 시기 발생한 대형 자연재해는 이렇게 노인과 현장 노동자 등 취약계층을 겨눴다.
7월28일 폭발로 부서진 구마모토현 이온몰의 29일 외부 모습 ⓒ 연합뉴스
폭염의 뙤약볕도, 지진의 진동도 사람의 재산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찾아온다. 하지만 재난이 할퀴고 간 자리에 남은 피해자들의 명단은 평등하지 않다. 재난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를 알아채고 그 부분을 정확히 공격한다.
폭염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노인과 야외 작업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지진으로 피해를 당한 자들도 노동자, 그리고 안전한 환경에서 피난 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많았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에서는 지진으로 인한 ‘직접 재해사망자’보다 지진 이후 열악한 환경에서 숨지는 ‘재해 관련사망자’가 더 많다. 10년 전인 2016년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 당시 사망자 270명 중 80%가 넘는 220명이 재해 관련사망자였다. 이들은 주로 집단 대피소 등에서 피난 생활을 하다가 건강이 악화되거나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심부정맥 혈전증)으로 숨졌다. 이번 지진으로 차박을 하다 숨진 70대 여성도 재해 관련사망자에 포함될 것이다. 3일 오후 4시 현재 구마모토현 내 대피소 162곳에는 8383명이 대피 중이다.
이렇게 자연재해는 결국 ‘사회적 재해’가 된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재해를 사회적 재해로 바꾸는 핵심 요인이 ‘불평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초대형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무력하다. 하지만 사회적 재해로의 전환을 막기 위해서는 무력하게 있어서는 안 된다. 재난에 맞서는 대응체계와 사람들을 보호할 안전망을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
재난 대응체계는 ‘모든 사람’이 아닌 ‘먼저 위험에 직면하는 사람’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들이 쉴 수 있도록 하고,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가난해서 먼저 죽는’ 억울함을 최소화해야 한다.
안전망은 가장 약한 고리를 감싸는 ‘공감형 안전망’이 돼야 한다. 고립된 사람을 끝까지 찾아내고 연결해야 한다.
재난은 막을 수 없지만 재난이 커다란 비극으로 이어지는 것은 최대한 막을 수 있다. 사람의 생명을 우선시하고 이를 위해 연대하는 사회만이 모두를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