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친석(친김민석)계가 추가 투표 문제를 제기하면서 계파 갈등이 새로운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친석(친김민석)계 최고위원 후보들이 추가 투표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추가 투표를 요구하는 임미애(왼쪽부터), 김용, 서미화, 박선원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 ⓒ연합뉴스
친석계 최고위원 후보들은 '선(先) 투표 후(後) 연설'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경선 마지막 날 카카오톡 등을 활용해 미투표자들에게 투표할 기회를 주는 방법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친청(친정청래)계는 전당대회 레이스가 펼쳐지는 도중 선거 룰을 또 바꾸자는 것이냐며 친석계 후보들의 요구를 "투표 쿠데타"라 직격했다.
민주당 내부와 지지층 일각에서는 선거 유·불리를 넘어 선거가 이미 시작된 뒤 선거 방식을 바꾸자는 요구는 어떤 명분으로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완수사권'을 빗댄 '보완투표권'이냐는 조롱 섞인 반응까지 나온다.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4일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친석계의 추가 투표 요구에 관해 "투표가 끝났는데 다시 투표 기회를 주자는 건 사후투표가 아닌가"라며 "투표 쿠데타"라고 말했다.
논란의 발단은 친석계 최고위원 후보들이 후보들의 정견 발표와 토론을 모두 지켜본 뒤에도 투표하지 않은 권리당원들에게 경선 마지막 날 카카오톡 등을 통해 투표 기회를 추가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김용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투표를 마치고 합동연설회? 미투표 당원들을 위한 기회 부여가 필요하다"며 "오늘(4일)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미투표 당원 전체에게 추가 투표 기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박선원, 임미애, 서미화 후보 등도 김용 후보의 주장과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밝히면서 힘을 실었다.
친석계 최고위원 후보들은 투표 기회 확대를 통한 '투표율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요구라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전당대회 사후 투표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당규를 개정해야 한다.
민주당 당직선출규정 제55조의 2를 보면 "온라인 투표 기간 내 투표를 완료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해당 선거인은 온라인 투표에 기권한 것으로 본다"고 명확히 규정돼 있다.
현행 당규상 투표 기간 내 참여하지 않은 당원은 기권 처리하도록 규정돼 있는 만큼, 이미 정해진 선거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특정 시점 이후 추가 투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사실상 경선 규칙을 변경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사진)이 친석(친김민석)계 최고위원 후보들의 추가 투표 요구를 반대했다. ⓒ임호선 민주당 의원 블로그 갈무리
임호선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은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선거 방식과 일정은 후보 등록 이전에 정해지고, 모든 후보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이 원칙이 흔들리는 순간, 선거의 공정성은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임 부위원장은 후보자들의 연설을 듣지 않은 채 권리당원 투표가 이뤄진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당원은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있는 주권자"라며 "솔직히 연설을 듣고 나서야 당원분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연설문부터 두 번, 세 번 손봐야 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 우리 당원분들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친석계 최고위원 후보들의 요구가 더욱 의심을 받는 이유는 김민석 당대표 후보의 선거 캠페인인 '전당원 100% 투표'와 연결되고 있어서다.
김민석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전당원 100% 투표'를 주요 메시지로 내세우며 당원의 폭넓은 참여를 강조해 왔고, 민주당 현역의원 일부는 자신의 지역구에 이를 그대로 담은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친석계 최고위원 후보들의 '보완투표권' 요구 역시 표면적으로는 투표율을 높이고 당원 참여를 확대하자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정해진 절차에 따라 투표가 진행되는 과정 도중 특정 집단에게만 새로운 투표 기회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선거의 가장 중요한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해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친석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앞으로 각종 당내 선거마다 투표율이나 후보 유·불리를 이유로 추가 투표 요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표 기간이 종료된 뒤에도 '참여 확대'라는 명분으로 절차를 수정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팀정청래'를 지지자들 일각에서는 친석계 후보들의 요구를 두고 지역경선에서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조직표가 나오지 않자 추가 투표 기회를 통해 득표율을 더욱 끌어올리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당내 주류적 흐름을 형성한 친석계가 선호투표제 도입, 송영길·김용 후보 출마 자격 부여, 기탁금 관련 규정 개정 등 선거 룰에 대해 일방적 요구를 반복적으로 관철시키면서 거부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청(친정청래)계 최고위원 후보인 최민희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또 룰을 바꾸자구요? 반대다"라며 "선호투표제도 절차적 불법 요소가 있었지만 수용됐고 당규상 무자격 후보들을 구제했으면 됐지 또 억지를 쓰면 당이 뭐가 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냈던 조승래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서 "선거는 기본적으로 사전에 결정된 절차와 방법으로 진행해야 그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다"며 "참여를 높인다는 명분이지만 본질은 당원의 주권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2년 뒤에 치러질 당대표 선거와 국회의원 당내 경선에서도 순회경선, 예비경선, 선호투표가 똑같이 시행될지, 다음 대통령 경선도 선호투표 형식으로 진행할지, 다음 전당대회 피선거귄 예외 의결 요구에 대해 (친석계가) 어떻게 반응할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