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국기인 일장기를 훼손하면 형사처벌하는 '국기손괴죄' 법안이 통과됐다. 이를 두고 일본 헌법학자 199명은 위헌이라며 폐지를 촉구했다.
국기 훼손에 대해 각 국가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 대한민국은 형법(제105조)으로 국기모독죄를 두고 있어 최고 5년 이하 징역형(또는 700만 원 이하 별금형)이 가능하다. 미국은연방대법원은 성조기 소각을 '표현의 자유'로 인정했다. 물론 현재 미국은 이런 진보적 태도를 이어가진 못하고 있다.
2023년 10월8일 오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회식에서 차기 개최국 일본의 일장기가 게양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 헌법학자 199명은 4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수사기관이 국기 훼손행위를 입건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해당 법은 법원에 의해 당연히 위헌으로 판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5일 보도했다.
앞서 일본 참의원은 7월17일 집권여당인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등 보수정당의 찬성으로 국기손괴죄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숙원 정책 가운데 하나로 '사람에게 현저한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국기를 손괴하는 행위'를 2년 이하의 구금형 또는 20만 엔(한화 약 186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2026년 8월13일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성조기를 태워도 죄가 안 되는 나라
미국은 성조기를 태워도 처벌받지 않는 나라로 꼽힌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89년 '텍사스 vs 존슨' 판결에서 성조기 소각을 미국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로 인정했다.
당시 피고였던 그레고리 존슨은 1984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앞에서 성조기를 불태워 재판에 넘겨졌는데, 미국 연방대법원은 5대 4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판결에서 "정부는 사회다수가 불쾌하거나 반감을 갖는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표현을 금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판결로 당시 48개 주에 있던 국기모독처벌법이 모두 무효화됐다. 이듬해 미국 의회는 다시 '국기보호법'을 만들어 대응했지만, 연방대법원은 1990년 '미국 vs 아이크만' 판결에서 이 법마저 위헌으로 선언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판례를 우회해 성조기 소각자를 처벌하겠다면서 2025년 8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법무부에 수사와 기소를 지시했지만, 연방대법원 판례 자체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의 국기모독죄, 아직 살아 있는 형법조항
한국은 형법 제105조(국기, 국장의 모독)에서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제거·오욕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국 국기를 모욕할 목적으로 훼손한 경우도 형법 제109조(외국의 국기, 국장의 모독)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
이 조항들은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때부터 존재해온 오래된 규정이다. 한국 헌법재판소는 2019년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는다면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이 조항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라 실제로 처벌이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같은 '국기 훼손'이라는 행위를 두고 미국은 표현의 자유로, 일본은 새로운 형사처벌의 영역으로, 한국은 예외적 처벌의 대상으로 다뤄오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