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이 쓰러지고 경기까지 멈추는 일이 벌어지면서 온라인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살인적 폭염이 이어지는 기간에는 리그를 잠시 멈추는 ‘폭염 브레이크’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스타전 브레이크처럼 일정 기간 경기를 쉬어가며 선수와 관중 모두 폭염을 피할 시간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프로야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폭염으로 취소된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서울과 광주에 폭염중대경보를 발효함에 따라 KBO는 NC 다이노스-두산 베어스(서울 잠실구장), kt wiz-KIA 타이거즈(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경기의 취소를 결정했다. ⓒ연합뉴스
KBO 프로야구는 평일 대부분 오후 6시30분,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후 5시에 경기를 시작한다. 한낮의 더위를 피하려는 일정이지만,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에는 해가 기울어도 더위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오후 6시30분이 됐다고 해서 경기장이 안전한 온도가 되는 것도 아니다.
4일 인천에서는 실제로 경기가 멈췄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진행되던 중 온열질환 의심 환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날 관중 25명이 온열질환 의심 증상을 호소했고, 이 가운데 2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8회 말, 관중석에 있던 25세 남성이 어지럼증을 느끼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해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조치를 했고, 남성이 의식을 회복하는 동안 심판진은 밤 10시2분 경기를 중단했다. 경기는 약 9분 뒤인 밤 10시11분 다시 시작됐다.
경기 종료 직전에도 관중 한 명이 쓰러졌다. 26세 남성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프로야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폭염으로 취소된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서울과 광주에 폭염중대경보를 발효함에 따라 KBO는 NC 다이노스-두산 베어스(서울 잠실구장), kt wiz-KIA 타이거즈(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경기의 취소를 결정했다. ⓒ연합뉴스
서울에서는 아예 경기가 열리지 못했다. 이날 서울 전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지면서 잠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됐다. 광주 경기 역시 취소됐다. 반면 폭염경보가 발효된 인천 경기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KBO는 폭염에 따른 경기 운영 기준도 세분화했다고 발표했다. KBO에 따르면, 경기장이 속한 지역에 폭염경보 이상이 발효될 경우 홈 구단의 의견을 반영해 최대 1시간까지 경기 시작을 늦출 수 있다.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면 경기일 오후 1시 전까지 경기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특히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경우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경기를 취소한다.
다만 관람객이 이미 입장했거나 경기가 시작된 뒤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경우에는 현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경기장이 속한 지역이 아닌 인접 지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경우에는 경기를 취소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야구만의 문제일까. 프로축구는 폭염 속에서 경기를 이어가는 대신 경기 중간에 더위를 식힐 시간을 넣었다.
K리그는 6~8월 경기에서 경기 시작 60분 전 측정한 WBGT(습구흑구온도)를 기준으로 ‘드링크 브레이크’와 ‘쿨링 브레이크’를 시행한다. WBGT가 28도 이상 31도 미만이면 1분 안팎의 드링크 브레이크를, 31도 이상이면 3분 이내의 쿨링 브레이크를 갖는다. 이처럼 야구는 경기를 늦추거나 취소하고, 축구는 경기 중 잠시 멈춰 몸을 식힌다.
문제는 앞으로다. 여름철 폭염이 갈수록 심해진다면 지금의 경기 운영 기준만으로 충분할까. 경기를 기다리는 팬들에게는 ‘오늘 경기가 열리느냐’보다 관중과 선수를 위해 ‘이 날씨에 경기를 열어도 괜찮으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돼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