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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을 피해 사람들이 실내로 들어가는 한여름, 소방대원들은 오히려 가장 뜨거운 현장으로 향한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더위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대원 자신도 온열질환 위험에 노출돼 있다.

폭염에 쓰러진 사람을 구하는 사람도 쓰러진다 : 소방대원들은 한여름 불 속으로, 땡볕 속으로 뛰어든다
대구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7월15일 대구 동구 삼성자동차해체재활용산업 폐차장에서 동부소방서 소속 119구조대원이 교통사고 현장 대응능력 향상을 위한 특별구조훈련에 임하고 있다(왼쪽). 대구에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인 7월15일 대구 동구 삼성자동차해체재활용산업 폐차장에서 동부소방서 소속 119구조대원이 교통사고 현장 대응능력 향상을 위한 특별구조훈련을 마친 뒤 머리에 물을 부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여름철 온열질환 의심 환자 관련 119구급 출동은 2021년 906건에서 2025년 3709건으로 약 4.1배 증가했다.

특히 화재 현장은 그 자체로 고온 환경이다. 폭염 속에서 20㎏이 넘는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한 소방대원의 방화복 내부 온도는 45도를 훌쩍 넘는다. 여름철 벌집 제거 작업에 쓰이는 보호복도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비닐 재질이어서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7월18일 인천 서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109시간40여 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닷새 가까이 이어진 진화 작업 과정에서 탈진하는 소방대원이 나오기도 했다. 장시간 불길과 맞선 대원들의 고된 현실은 식사 시간에도 드러났다.

지난 7월20일 YTN이 공개한 영상에는 화재 현장 인근 한 가게 주차장 바닥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소방대원들의 모습이 담겼다. 해당 주차장은 제보자가 대원들이 식사하고 쉴 수 있도록 이용을 허용한 공간이었다.

폭염에 쓰러진 사람을 구하는 사람도 쓰러진다 : 소방대원들은 한여름 불 속으로, 땡볕 속으로 뛰어든다
7월20일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화재 진화 작업에 지친 소방관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청은 당시 현장에 22곳의 휴게공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4개 권역으로 나눠 휴식 텐트 8곳, 통제단 텐트 2곳, 회복지원차량 등 11곳, 지정 상가 공실 1곳을 운영했다.

휴게공간이 있었지만 일부 대원들은 주차장 바닥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휴게공간의 숫자보다 대원들이 실제로 현장을 벗어나 장비를 내려놓고 몸을 식히며 회복할 수 있었는지다.

폭염 속 열탈진 위험이 커지면서 소방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국립소방연구원은 지난 7월28일 열탈진 예방을 위한 체온 냉각 기술을 개발해 특허 등록을 마쳤으며,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이전과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소방청도 온열질환 예방·회복지원 체계를 별도로 점검하고 얼음조끼·얼음팩 등 폭염 대응 물품의 확보·비치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다.

냉각 장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원이 현장을 떠나 몸을 식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더위를 견디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교대’다. 소방청은 현장 대응 인력 부족분 5000여 명을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확충하고, 펌프차 진압대원 등 현장 인력을 우선 보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폭염에 쓰러진 사람을 구하는 사람도 쓰러진다 : 소방대원들은 한여름 불 속으로, 땡볕 속으로 뛰어든다
7월1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2026 대구 세계마스터즈 육상경기대회 대비 유관기관 합동 대테러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화재를 진압할 때 이용되는 무인소방로봇이 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관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이 꼭 더위를 잘 견디게 하는 것에 머물러야 할까. 소방관이 극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현장 자체를 바꾸는 방법도 필요하지 않을까.

기술은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1월30일 충북 음성의 생활용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는 무인소방로봇이 실제로 투입됐다. 로봇은 붕괴 우려가 있는 곳에 먼저 들어가 화재를 진압하고 건물 내부 인명수색을 지원했다. 지난 5월 서울 신림봉천터널 화재진압 실증에서도 무인소방로봇은 산소 농도와 관계없이 작동했고, 열화상카메라로 짙은 연기 속 화점을 찾아 방수했다.

소방청과 현대자동차그룹은 2024년 9월 무인소방로봇 공동 개발에 합의하고 같은 해 11월 실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개발된 로봇 4대가 올해 2월 소방청에 기증됐으며, 이 가운데 2대는 수도권·영남 119특수구조대에 배치돼 화재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로봇이 당장 소방관을 대신할 수는 없다. 사람의 판단과 구조가 필요한 현장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이 먼저 들어가야 했던 위험한 공간에 로봇이 먼저 들어가는 선택지가 생겼다는 것은 분명 다행스런 변화다.

결국 사람을 구하는 소방관에게 필요한 것은 폭염 속에서 더 오래 버티는 힘이 아니다. 덜 뜨겁게, 덜 위험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이 아닐까?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2024년) 위험직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연평균 3.5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40%는 화재진압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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