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자의 고통을 듣겠다는 자리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 농담의 소재가 됐다. 서범수·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이 피해자가 참석할 간담회에서 사건을 희화화하는 말을 주고받았다.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이번 '설화'는 재난·참사 때마다 국민에게 상처를 남긴 국민의힘의 인사들의 '가벼운 입'을 다시 소환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보완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렸다'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전날 국회에서 나온 두 의원의 '돌려차기' 농담을 둘러싼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서 의원과 진 의원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주최한 '보완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렸다' 긴급 간담회 시작 전 부적절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서 의원은 사격 국가대표 출신인 진 의원을 향해 "진종오 의원님, 돌려차기 한 번 하죠?"라고 말했다. 진 의원은 웃으며 "저는 발보다 손을 잘 씁니다"라고 받아쳤다.
서 의원과 진 의원은 모두 친한계로 분류된다. 한 의원이 보완수사권 폐지로 생길 수 있는 피해를 알리기 위해 마련한 간담회에서 측근 의원들이 피해 사건을 희화화하면서 행사 취지까지 퇴색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4일 '보완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렸다' 간담회에서 한 '돌려차기' 발언이 논란이 되자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서범수 의원 페이스북
논란이 커지자 서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이어 "범죄 피해의 고통을 결코 가볍게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며 피해자가 허락한다면 직접 찾아뵙고 사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사건 피해자인 김씨는 뉴스1과 나눈 통화 인터뷰에서 "저는 괜찮다. 제 문제는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정쟁으로 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 피해자와 국민의 고통이라는 본래 쟁점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5일 YTN '뉴스UP'에 출연해 서 의원의 발언을 진 의원이 받아친 것을 현장에서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성 부대변인은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음에도 아무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는 게 심각하다"며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야당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이민찬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부위원장도 "정말 참담하고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이번 실언이 보완수사권 논의의 본질을 흐렸다고 인정했다.
국민의힘 인사가 참사 피해를 가볍게 다뤄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과 두 달 전인 6월5일 당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비판하던 도중 "이태원 사태 때나 세월호 사태 때 그 사소한 그거 하나 가지고"라고 말했다. 세월호·이태원 참사를 '사소한 것'으로 폄훼했다는 유가족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2022년 12월에는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출범을 두고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진상규명을 요구하기 위해 모인 유가족을 정쟁과 횡령 가능성부터 앞세워 바라봤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이 2022년 8월11일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위해 당 지도부와 찾은 동작구 사당동에서 권성동 원내대표, 임이자 의원(맨 오른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해 8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를 본 서울 동작구 사당동 수해 복구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수재민을 돕겠다며 나선 봉사 현장이었다. 김 의원은 이후 공개 사과했고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국민의힘 전신 정당에서도 참사 피해자를 향한 가벼운 입은 반복됐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세월호 참사 3주기인 2017년 4월16일 "세월호 가지고 3년을 해먹었으면 됐지"라고 말했다.
주호영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2014년 7월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손해배상 관점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고 발언했다. 국가의 구조 실패와 진상규명 요구를 배상 문제로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