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나고 검찰개혁 2라운드라 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임박한 가운데 '전건송치'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개혁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를 앞두고 검찰개혁 추진단 자문위원회가 '전건송치' 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대검찰청.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보완수사권 수정 방향에 대해 국회로 공을 넘겼고 공소청(검찰)에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점차 논의가 기울어지자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가 이에 맞서 '전건송치' 부활 카드를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자문위는 1차 수사기관에 대한 일종의 안전장치로 '전건송치'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건송치' 부활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권력기관의 비대화를 막겠다는 시대적 흐름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11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개혁추진단은 6월 말까지 형사소송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해 당정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검찰개혁은 1차로 조직법 개정 작업을 이미 마쳤고, 검사와 경찰의 수사권 범위를 규율하는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이를테면 검찰 개혁 2라운드가 남아 있는 셈이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9월에 중수청·공소청이 출범하기 때문에 그 훨씬 전까지는 보완수사권 논의 등 형사소송법 개정 마무리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자문위)가 지난 8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검사의 보완수사를 제한할 경우 전건송치 제도를 전면 복원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면서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전건송치는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혐의 유무와 상관없이 검찰에 넘기던 제도를 일컫는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부여되면서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한 사건은 검찰에 보내지 않고 자체 종결해 왔다. 이번에 이를 다시 부활시키려 하는 것이다.
자문위는 전건송치를 수사기관(경찰)과 소추기관(검사) 사이의 통제 구조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보고 있다.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마저 주지 않는 상태에서 전건송치를 부활시키지 않는다면 경찰의 '사건 암장'이나 '사실관계 왜곡'을 바로잡을 길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정부 통계자료인 지표누리에 따르면 경찰 불송치 건수는 2021년 37만9821건에서 2023년(40만6957건), 2024년(54만5509건)을 거쳐 2025년에는 59만4060건으로 늘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과 자문위는 전건송치 제도가 없으면 불송치 결정을 받은 피해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길이 좁아진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전건송치가 부활할 경우 무혐의로 끝날 수 있는 수많은 사건이 다시 검찰로 넘어가 피의자와 고소·고발인들이 이중 수사 고통에 시달리는 등 사법 시스템의 비효율성이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피해자의 '이의제기' △경찰의 불송치 결정 이후 검사는 사건 기록을 송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사건을 검토해 사법경찰관에게 재수사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해 놨다. 검사가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 사건을 열심히 들여다본다면 충분히 억울한 피해자를 막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서 전건송치 부활에 관해 "사건을 털 수 있을 때 털어줘야 되는데 계속 공소청으로 넘어가면 사법 역량이 낭비되는 측면이 있다"며 "불송치 사건이 정리되지 않으면 국민들도 계속 공소청까지 가야되고 어차피 모든 사건을 공소청에 송치한다면 경찰 입장에서는 공소청이 결론을 내릴테니 적당히 넘기자는 마인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정춘생(왼쪽부터), 신장식,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검찰개혁 원칙론자들은 자문위의 이러한 요구가 검찰청의 논리를 수용해 나온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대검찰청은 지난 5월 법무부를 통해 검찰개혁추진단에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지키려면 전건송치 제도를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나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수사를 개시하고 불송치 권한까지 갖는 것은 사실상 기소 여부에 대한 1차 결정권까지 갖는 것으로 제도 개편 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실제 검찰개혁추진단이 전건송치 복원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그러자 검찰개혁추진단은 5월11일 입장문을 내어 "전건송치 도입 등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회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전건송치의 부활은 검찰의 선택적 수사와 개입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의도"라며 "앞으로 정부에서 마련하는 형사소송법에 전건송치주의가 들어가 있으면 명백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도 "검찰이 자신들의 왜곡 수사나 조작 수사 행태는 감춘 채 자문위를 통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라고 말했다.
검찰개혁 원칙론자들은 전건송치 부활을 '검찰개혁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등은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사의 보완수사권 인정 및 전건송치주의 복원 주장자들이 주장해 온 수사·기소 분리는 검사의 수사개시 금지 및 사법경찰에 대한 검사의 지휘권 배제 이 두 가지를 제외하면 수사에 관한 절차를 2017년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돌리자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법경찰이 수사를 마치면서 종결권을 행사하고 검사가 사건을 검토해 재수사 요구를 하는 것이, 오로지 검사만이 수사종결권을 행사하는 것에 비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의 취지로 보나 상호 견제와 균형의 원리의 측면으로 보나 더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법안 발의로 전건송치 부활을 차단하려는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등은 지난 5일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을 국민권익위원회 등 외부 기관에 이관하고 전건송치를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시민 주도 신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국회의 결정을 강조한 상황인 만큼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전건송치 부활 여부'는 검찰개혁에 마침표를 제대로 찍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가장 뜨거운 화약고가 될 전망이다.
제22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으로 활동한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10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보완수사권 문제와 전건송치 제도 부분은 앞으로 당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검찰개혁이라는 과제의 취지를 잘 살려서 결정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