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시장 내 처방 증가를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증권가의 전망이 나왔다.
적어도 향후 1~2년 동안 시장 우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단일 품목, 단일 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 ⓒ SK바이오팜
26일 증권가에 따르면, iM증권은 SK바이오팜을 분석한 최신 리포트에서 이 회사가 2분기에도 견고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iM증권은 SK바이오팜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399억 원, 영업이익 883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견줘 매출액은 36%, 영업이익은 43% 성장한 것으로, 모두 컨센서스를 넘어서는 것이다.
실적 성장을 이끌 주요 요인으로는 엑스코프리의 미국 처방 증가를 들었다. 그러면서 2분기 엑스코프리 미국 매출이 1분기 1977억 원보다 8% 증가한 2127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026년 전체 실적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매출액 7067억 원, 영업이익 2039억 원보다 각각 37%, 65% 성장한 매출액 9702억 원, 영업이익 3366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iM증권 정재원 연구원은 “엑스코프리의 처방량 상승 추세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경쟁상황 역시 크게 변동이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하면서 “가장 근접한 출시 경쟁제품으로 언급되는 제품의 출시 시기가 2028년으로 예상된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향후 1~2년간 엑스코프리의 시장 지위에 큰 위협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이 2019년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다. 그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2020년 5월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엑스코프리는 미국에서 단독요법(Monotherapy)과 추가요법(Add-on, 여러 약을 써도 조절이 안 되는 환자에 추가하는 약) 모두 FDA의 승인을 받았고, 특히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발작을 완전히 멈추게 하는 ‘발작 완전 소실’ 비율이 높아 시장에서 주목을 끌었다. 실제로 엑스코프리 이전에 출시됐던 경쟁약물들의 발작 완전 소실 비율은 한자릿수(0∼6.5%)에 그쳤지만, 엑스코프리는 후기 임상 유지 기간 동안 21~28%의 환자가 발작이 완전히 멈추는 결과를 보였다.
이 같은 우수성으로 인해 다수의 항뇌전증약(ASM)이 경쟁을 펼치는 미국에서도 치료저항성 부분발작 추가요법 시장에서 ‘준-독점적’ 포지션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약가 등의 문제로 출시를 후순위로 미뤘고 2025년 11월에서야 국내 41호 신약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이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의에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아, 연내 출시가 유력하다.
◆ 단일 제품 단일 시장 의존 한계
이 같이 강력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SK바이오팜의 사업상 한계도 뚜렷하다. 바로 엑스코프리 단일 제품과 미국이라는 단일 시장에 실적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엑스코프리는 2025년 실적 기준으로 매출액 6830억 원을 기록하며 SK바이오팜 전체 실적(7067억 원)의 96.7%를 차지했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 외에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매출 비중은 2025년 1.6%로 매우 적다.
솔리암페톨의 경우 한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판권만 직접 보유하고 다른 지역은 파트너사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구조다. 북미 파트너사 액섬 테라퓨틱스가 아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 판권을, 중국 관계사 이그니스 테라퓨틱스가 중화권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엑스코프리의 2025년 미국 시장 매출액은 6303억 원으로 SK바이오팜 전체 매출액의 89%를 차지한다. 엑스코프리 매출 기준으로 보면 미국 시장이 96%의 비중을 보인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의 뒤를 이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 이동훈 대표의 신성장동력 탐색
SK바이오팜 이동훈 대표이사 사장은 회사의 신사업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사업 탐색은 크게 새로운 파이프라인 확보와 신규 제품 도입 등 두 가지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선 SK바이오팜은 2024년과 2025년 각 1건씩 총 2건의 신약후보물질을 도입(라이선스 인)했다. 이들은 SK바이오팜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는 방사성의약품(RPT)이다.
이 중 홍콩 풀라이프 테크놀로지로부터 도입한 SKL35001은 대장암, 췌장암, 위암 등 다양한 고형암 세포에서 선택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신경텐신수용체1(NTSR1)을 표적으로 하는 방사성 치료제다.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또 위스콘신대학 기술이전기관(WARF)으로부터 도입한 SKL37321은 암세포 표면 단백질인 탄산탈수효소9(CA9, Carbonic Anhydrase 9)를 표적으로 삼는 저분자 기반 방사성 치료제다. 현재 전임상 단계다.
이밖의 파이프라인으로 미국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가 개발하는 표적단백질분해제(TPD) 신약후보물질 SKT18416이 있다. SKT18416은 암세포 증식에 필요한 p300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물질로, 회사는 2027년 상반기 미국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SK바이오팜은 2026년 연내 새로운 제품을 도입한다는 목표로 복수 제품군을 대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와 통화에서 “상업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후기 개발 단계 물질이나 완제품 중 미국에서 엑스코프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엑스코프리 시장 확대도 적극 추진 중이다. 현재 중국과 일본 시장을 노리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2025년 12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허가를 받은 뒤 3월 출시됐다. 이그니스테라퓨틱스가 현지 개발과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오노약품공업이 2025년 9월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2026년 하반기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요컨대 이동훈 대표는 앞으로 △엑스코프리의 미국 내 강력한 시장 우위를 다지면서 △중국·일본 시장 연착륙을 노리고 △신규 파이프라인 R&D의 성공을 지원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회계사로 일하다 삼정KPMG에서 투자자문 본부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동아제약으로 옮겨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 동아에스티 글로벌사업총괄 부사장을 지냈고, 2019년 SK로 이동해 바이오투자센터장을 역임했다.
2022년 SK바이오팜 및 SK라이프사이언스 사장을 거쳐 2023년 SK바이오팜 대표이사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