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우디는 되고, 한국은 안 될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 이중잣대’를 둘러싼 질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2025년 11월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을 맞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맺으면서, 향후 자국 내 잠재적 우라늄 농축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논란은 미국이 그동안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한국에는 같은 권한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미·사우디 원자력 협정을 다룬 기사에서 “사우디가 자국 영토에서 우라늄 농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협정을 체결하면서, 워싱턴은 서울로부터 피할 수 없는 질문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상업용 원자로 없는 사우디는 되는데, 원전 강국 한국은 왜 안 되나?
한국은 이미 세계적인 원전 강국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엄격한 안전조치를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26기의 원자로를 운영하며 원자력 기술력을 쌓아왔다.
한국은 미국과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두고 오랜 협상을 이어왔다. 하지만 미국은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줄곧 사실상 이를 가라막아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아직 상업용 원자로 하나 없는 사우디에 미국은 향후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가능성을 열어줬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말하는 '핵 비확산 원칙'이 모든 나라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사우디의 핵 프로그램을 얼마나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느냐도 큰 쟁점으로 부각됐다. 이번 협정에 따라 사우디가 일부 시설에 대한 국제 사찰단의 접근을 제한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감시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을 경우 핵 프로그램이 군사적 목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을 막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우려가 커지는 이유는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과거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된다면 사우디도 뒤따를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핵 능력 확보가 중동 핵 경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의 핵 농축은 절대 안 된다"면서, 사우디에는 핵 농축 허용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2025년 11월 18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을 맞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이러니는 따로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을 향해 “우라늄 농축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막겠다며 미국·이란 전쟁을 정당화했다. 그런데 이번에 사우디에는 오히려 핵 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을 열어줬다.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칼럼에서 “트럼프가 사우디에 이런 특혜성 협정을 제공한 것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흔들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한 압박이라며 계속 이란을 폭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