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인공지능(AI)은 완벽한 것이 오히려 약점인 것 같다. 불리해도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다. 인간 바둑은 상황에 따라 승부수와 묘수를 던지는 게 매력이다.”

신진서 9단이 바둑 AI 카타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남긴 이 감상은 바둑을 넘어 우리 산업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바둑 AI 카타고는 가장 높은 승률을 계산한다. 가장 합리적 수를 찾고 불필요한 위험을 피한다. 그것이 인공지능의 강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투적 기풍을 지닌 신진서 9단이 인내하며 던진 철저한 ‘집바둑’ 승부수에 무릎을 꿀었다. 신진서 9단도 “내 스타일을 버리고 수비 지향적으로 오직 이기기 위한 바둑을 두는 게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허프 생각] 바둑과 삼성전자가 전하는 메시지 : 빈틈없는 계산은 '안전한 패배' 부른다, 판 흔들 '승부수' 던져라
2026년 신진서 9단, 2016년 이세돌 9단이 보여준 것처럼 승률과 숫자 계산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승부수'가 산업계에도 존재한다. 사진은 신진서 9단이 2026년 7월19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스튜디오에서 열린 바둑 인공지능(AI) 카타고와 2국을 치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산업의 역사도 이번 승부처럼 안전한 선택으로 자리를 지킨 승리의 기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승부수를 던져 판을 뒤집은 순간들이 새로운 시대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혁신은 원래 승률이 높은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모두 당연한 선택처럼 보인다. 다만 그 순간으로 돌아가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고 수요는 검증되지 않았으며 성공 가능성도 희미했다. 당시의 데이터만 놓고 보면 투자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더 합리적 결정이었다.

엔비디아가 그랬다. AI 열풍이 불기 훨씬 전부터 AI 프로그래밍 플랫폼 ‘쿠다(CUDA)’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당장의 수익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투자였다. 그러나 그 승부수는 AI 시대 엔비디아를 대체 불가능한 기업으로 만들었다. 당시 AI에 자문을 구했다면 “잘 팔리는 그래픽처리장치(GPU)나 더 만들어라”는 답이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한동안 틈새시장에 가까웠다. 범용 D램 경쟁에 집중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HBM에 역량을 집중했고 지금은 AI 메모리 시장을 이끌고 있다.

2012년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 역시 당시에는 무모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황은 나빴고 대규모 차입에 대한 우려도 컸다. 그러나 15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 결정은 SK그룹의 운명을 바꾼 승부수로 평가된다. 당시의 승률은 높지 않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는 승률보다 승부수를 택했고 그 선택은 결국 산업의 질서를 주도했다.

이쯤에서 또 떠오르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과거 삼성전자는 누구보다 과감했다. 메모리 반도체에 천문학적 투자를 단행했고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에서도 경쟁사들이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의 선제적 투자를 이어갔다. 그 승부수들이 오늘의 삼성을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은 분위기가 달랐다. 삼성전자가 ‘숫자’에 집중해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한다는 시각이 많았고 AI 반도체 시대가 열리는 동안 HBM에서는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줘야 했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가져간 선택이 결국 ‘삼성전자 위기설’이라는 더 큰 불확실성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물론 삼성전자 역시 막대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었다. 문제는 투자 규모가 아니다. 어디에, 언제, 어떤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했는가다. 가장 안전한 선택을 반복하는 동안 시장은 이미 다른 기업들이 만든 새로운 질서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업이 커질수록 승부수는 어려워진다. 분기 실적을 관리해야 하고 주주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실패의 비용도 과거보다 훨씬 커진다. 그래서 점점 더 예측 가능한 투자, 검증된 시장, 확실한 수익을 찾게 된다.

그러나 반도체도, 스마트폰도, AI도, 우주산업도 모두 누군가가 “지금은 너무 이르다”,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감수하며 던진 승부수에서 시작됐다. 기존의 승률만 계산했다면 그런 투자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10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 2016년 3월13일, 이세돌 9단은 바둑 AI 알파고와 4국에서 지금도 ‘신의 한 수’로 회자되는 ‘78수’를 두었다. 당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였다. 앞서 3번의 대결을 완승한 알파고조차 계산 밖에 있던 그 한 수 앞에서 흔들렸고 결국 첫 패배를 기록했다.

그 한 수는 무모해서가 아니라 그대로 두면 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의 선택이었다. 높은 승률을 계산했다면 나오기 어려운 수였지만 판을 뒤집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했던 묘수였다.

산업도 다르지 않다. 묘수를 던진 기업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고 1등 기업도 승부수를 잃는 순간 뒤처질 수 있다.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는 결단이 새로운 지위를 확보했고 삼성전자는 안전한 계산이 언제든 혁신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산업의 역사는 필요한 순간 빈틈없는 계산을 넘어서는 승부수를 던질 줄 알았던 기업들이 시대를 바꿔왔다. 숫자는 위험을 줄여줄 수는 있어도 미래를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결국 새로운 질서는 언제나 판을 흔드는 한 수에서 시작된다.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유시민 공격하며 '변절자' 비유는 과연 정당한가 : 김민석 "김지하 조순 이낙연처럼" 김남준 "진중권 섰던 자리"
  • 2 서울시장 재선거? 오세훈 1심서 유죄 : 시장직 잃는 기준 10배, 벌금 1천만 원 선고 받았다
  • 3 유시민 출연으로 대박친 유튜브 채널 '2분 뉴스' : 민주당 지지층의 '친청 vs 친석 분화' 가팔라진다
  • 4 민주당 김민석 '신천지 개입설' 근거 내놓지 못하고 말끝 흐린다 : 정청래 역공에 '역풍' 조짐
  • 5 우왕좌왕 민주당, 결국 되돌아왔다 : 지도부 '노무현 비극 반복 안 돼'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선언
  • 6 장마로 인한 교통체증으로 서울 아산병원 지하주차장에서 3시간 고립 : 주차장 혼잡은 '재난의 불씨'
  • 7 배재고 재학생이 '민주시민교육' 당시 교실 분위기 생생하게 전했다 : "나 포함 2명만 깨어 있었다"
  • 8 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24일 선고 : 주식가치 산정 시점 따라 분할 규모 5배 차이
  • 9 '맹독성 동물도 대형 맹수도' 국내 희귀동물 밀수입 실태 : 소양천 샴악어는 끝 아닐 수 있다
  • 10 [허프 사람&말] 영화 '오디세이' 개봉 맞춰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영화 제작 선언 : "역사적으로 정확한 '오디세이' 만들겠다"

허프생각

히틀러가 태어난 집 왜 경찰서 됐나 : 신나치 '성지 순례' 막는 오스트리아 선택
히틀러가 태어난 집 왜 경찰서 됐나 : 신나치 '성지 순례' 막는 오스트리아 선택

히틀러 생가, 극단주의 '감시 초소' 되다

허프 사람&말

영화 '오디세이' 개봉 맞춰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영화 제작 선언 : 역사적으로 정확한 '오디세이' 만들겠다
영화 '오디세이' 개봉 맞춰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영화 제작 선언 : "역사적으로 정확한 '오디세이' 만들겠다"

정확한 '오디세이'가 있나?

최신기사

  • 나치와 싸웠던 100세 예술가의 마스터피스 : 15톤 탱크 직접 몰아 ‘파시즘’ 테슬라를 짓밟다
    라이프 나치와 싸웠던 100세 예술가의 마스터피스 : 15톤 탱크 직접 몰아 ‘파시즘’ 테슬라를 짓밟다

    일론 머스크 보고 있어요?

  • 선두주자 김민석은 왜 추격자처럼 말할까 : '통합·연대·확장' 사라지고 네거티브의 거친 언어
    뉴스&이슈 선두주자 김민석은 왜 추격자처럼 말할까 : '통합·연대·확장' 사라지고 네거티브의 거친 언어

    김민석 엑스 게시물 50건 분석

  • 택배노조,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원청 본교섭 '삐걱' : '택배 수수료' 의제 포함 놓고 갈등하다 기본협약도 불발
    씨저널&경제 택배노조,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원청 본교섭 '삐걱' : '택배 수수료' 의제 포함 놓고 갈등하다 기본협약도 불발

    원청교섭 첫 시험대, 수수료가 막았다

  • 유한양행 자사주 4253억어치 소각한다 : 보유 자사주 전량 소각으로 주주가치 제고
    씨저널&경제 유한양행 자사주 4253억어치 소각한다 : 보유 자사주 전량 소각으로 주주가치 제고

    2024년 10월 발표한 밸류업 계획 목표치 달성

  •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순이익 2분기에 KB금융지주와 격차 좁혔다 : 롯데손보 인수 시도는 리딩금융 경쟁 변수
    씨저널&경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순이익 2분기에 KB금융지주와 격차 좁혔다 : 롯데손보 인수 시도는 리딩금융 경쟁 변수

    상반기 기준으로는 격차가 확대됐다

  • 롯데하이마트 대표로 플랫폼 전문가 선택됐다 : 대표 내정 김종윤 '가전 판매' 넘어 케어·구독 포괄하는 '서비스 플랫폼' 추진
    씨저널&경제 롯데하이마트 대표로 플랫폼 전문가 선택됐다 : 대표 내정 김종윤 '가전 판매' 넘어 케어·구독 포괄하는 '서비스 플랫폼' 추진

    김종윤의 플랫폼 DNA, 하이마트 '평생 케어'와 만나다

  • [허프 생각] 바둑과 삼성전자가 전하는 메시지 : 빈틈없는 계산은 '안전한 패배' 부른다, 판 흔들 '승부수' 던져라
    씨저널&경제 [허프 생각] 바둑과 삼성전자가 전하는 메시지 : 빈틈없는 계산은 '안전한 패배' 부른다, 판 흔들 '승부수' 던져라

    신진서의 '집바둑'과 이세돌의 '78수'

  • 미국 국방부 '미군 전사자 수' 하루 만에 수정했다, 18명에서 14명으로 : 전쟁 피해 축소 의혹도
    글로벌 미국 국방부 '미군 전사자 수' 하루 만에 수정했다, 18명에서 14명으로 : 전쟁 피해 축소 의혹도

    아무 설명 없이

  •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에 핵의 문 열어줬다 : NYT 오랜 한국의 요청은 거부했다. 이중잣대
    글로벌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에 핵의 문 열어줬다 : NYT "오랜 한국의 요청은 거부했다. 이중잣대"

    이란 핵으로 전쟁 시작하고, 사우디에 핵 주고

  • 농심 새우깡 포함한 43개 브랜드 가격 8월부터 올린다 : 컵라면 가격도 오르지만 ‘봉지’ 신라면 가격은 그대로다
    씨저널&경제 농심 새우깡 포함한 43개 브랜드 가격 8월부터 올린다 : 컵라면 가격도 오르지만 ‘봉지’ 신라면 가격은 그대로다

    신라면 봉지는 왜 안 올렸을까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이용자위원회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정정·반론보도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