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프'가 흥행하고 있는 가운데 관객 사이에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언쟁까지 벌어질 정도이다.
왜 유독 '호프'는 평가가 이처럼 크게 엇갈릴까.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영화 '호프'. AI 이미지.
2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전날 11만501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다. 누적 관객 수는 264만8443명으로 손익분기점인 500만 명의 절반을 넘어서며 흥행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호프'는 나홍진 감독 작품 가운데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데 이어 개봉 3일 만에 100만 명, 5일 만에 200만 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작 가운데 최단 기간 흥행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영화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추격자', '황해', '곡성'을 연출하며 한국 영화계에 독보적인 족적을 남긴 나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올해 최고 기대작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흥행 성적과 달리 실제 관람객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결말을 납득하기 어렵다", "대사가 욕설 일색이다", "사건 전개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반면 "압도적인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감독의 의도를 곱씹을수록 재미가 커지는 작품"이라는 호평도 적지 않다.
이처럼 '호프'를 둘러싼 평가는 크게 엇갈리는 데는 나름의 뚜렷한 이유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영화가 선택한 서사 구조와 연출 방식, 그리고 관객에게 해석을 요구하는 독특한 영화적 문법 자체가 호불호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아래 기사에는 영화 '호프'의 주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기사의 중간 제목만 훑어보다면 영화 관람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관람을 앞두고 있다면 기사 본문 읽기는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이게 끝이라고?...클리프행어를 택한 과감한 열린 결말
영화 '호프' 예고편의 한 장면.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가장 큰 호불호를 낳는 지점은 단연 결말이다.
영화는 호포항과 숲을 배경으로 외계인들과의 사투를 숨 가쁘게 펼쳐낸 뒤, 사건을 매듭짓는 대신 더 거대한 위협과 미지의 존재를 암시하며 막을 내린다. 극적인 해결이나 감정적 해소 없이 이야기가 갑작스럽게 멈추면서 적지 않은 관객들은 한 편의 영화를 온전히 감상했다기보다 거대한 서사의 도입부만 본 듯한 인상을 받는다. 일부에서는 "예고편을 돈 주고 본 느낌"이라는 혹평까지 나온 이유다.
이 같은 연출은 '클리프행어(Cliffhanger)'라 불리는데, 클리프행어는 주인공이 극한의 위기나 미해결 사건에 놓인 상태에서 작품을 끝내 관객에게 강한 궁금증을 남기고 후속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서사 기법이다. 대표적으로 할리우드에서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같이 다음 시리즈 영화를 전제로 한 작품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식이다. 관객에게 완결감보다 주인공이 위기나 긴장 상태 한가운데에 놓인 채,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문제는 '호프'가 이러한 장치를 사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조건이 다르다는 점이다. 나홍진 감독은 애초 이 작품을 3부작으로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2편과 3편은 제작이 확정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관객 입장에서는 후속편이 반드시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미완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게 된 셈이다.
만약 후속작 제작이 무산된다면 이번 작품은 하나의 영화가 아니라 영원히 끝나지 않는 서막으로 남게 된다. 결국 '호프'를 향한 불만은 열린 결말 자체보다도 완결성을 희생하면서까지 후속편을 전제한 서사 구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시리즈가 이어질 경우 재평가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 과감한 선택이 가장 큰 호불호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해석 경쟁'
영화 '호프' 예고편의 한 장면.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를 둘러싼 해석 역시 관객들을 극명하게 갈라놓는다.
흥미로운 점은 '호프'를 좋게 평가하는 관객들 사이에서도 영화를 바라보는 방식이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머리를 비우고 즐기는 압도적인 장르 영화"라고 평가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두 번째 관람 후에야 감독의 의도가 보였다"며 작품 곳곳에 숨겨진 상징과 은유를 읽어내는 것이 진짜 재미라고 말한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비무장지대(DMZ) 인근이라는 호포항의 공간적 배경과 '공산당을 때려잡자'라는 현수막을 근거로 외계인을 남북 분단이나 정치적 이념 갈등의 은유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외계인들이 인용하는 성경 구절(히브리서 11장 1절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과 관련된 대사를 근거로 종교적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영화가 명확한 단서를 제시하지 않는 만큼 "감독이 나홍진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것 아니냐", "설명되지 않은 빈틈을 관객이 억지로 메우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결국 '호프'는 관객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의미를 해석하려 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지는 작품이다. 누군가에게는 수많은 상징이 숨어 있는 퍼즐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무엇이든 갖다 붙일 수 있는 모호한 영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저퀄CG' 예상은 했지만...좋은 실사가 오히려 단점을 더 키웠다
영화 '호프' 예고편 캡쳐.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칸국제영화제 공개 당시부터 가장 많이 지적됐던 부분은 CG의 완성도였다.
실제 관람객들 역시 외계인의 독창적인 디자인과 움직임에는 호평을 보내면서도, 실제 화면으로 접한 CG는 예고편에서 느꼈던 우려보다 더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단순히 그래픽의 질감이 어색한 수준을 넘어 일부 장면에서는 프레임이 끊기는 듯한 움직임까지 체감되면서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더욱 아쉬운 이유는 영화의 실사 촬영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다.
홍경표 촬영감독은 전남 해남의 한 마을을 통째로 재현한 대규모 세트와 압도적인 구도를 완성했고, 조인성은 약 3개월 동안 승마 훈련을 거쳐 고난도의 추격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루마니아에서 촬영한 숲은 신비롭고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운 압도적인 스케일을 구현했다.
문제는 이처럼 현실감이 뛰어난 촬영과 상대적으로 부족한 CG가 한 화면 안에서 충돌한다는 점이다. 실사 장면의 완성도가 높을수록 CG의 이질감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관객 역시 그 차이를 쉽게 체감하게 된다. 결국 뛰어난 프로덕션이 오히려 CG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으면서, 영화를 둘러싼 호불호도 한층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