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액으로 9440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항소심의 1조3808억 원보다 4천억 원가량 줄었지만 최초 1심의 665억 원은 크게 웃도는 규모다.
관심을 모았던 SK 주식의 가치 산정 시점은 주가가 급등하기 이전인 항소심 변론종결일인 2024년 4월로 판시됐다. 다만 이후 SK 주가가 크게 뛴 점이 재산분할 비율을 결정하는 데 고려됐다.
재판부가 재산분할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한 만큼 최 회장은 1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다만 최 회장은 재상고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원이 7월24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으로 944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진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이 2026년 6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7월24일 오후 2시 열린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기일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으로 모두 944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17.90%(1297만5472주)를 분할 대상인 공동재산으로 판단했다. 재산분할 비율은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결정했다.
분할 대상인 SK 주식의 가액을 산정하는 기준 시점은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인 2026년 6월26일(종가 81만 5천 원)이 아닌 이혼소송의 항소심 변론종결일인 2024년 4월16일(종가 16만 원)으로 봤다.
재판부는 “두 변론종결일 사이 SK 주가가 크게 뛰었지만 이는 최 회장의 경영적 기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부부 공동재산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사정을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항소심에서 판단한 노 관장의 기여도(35%)에 큰 변화가 없는 점은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SK 주식을 실제로 이전하는 대신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의 보유 주식은 경영권 내지 지배권의 근거가 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노 관장의 부친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SK 측으로 흘러들어갔더라도 이를 노 관장 측의 기여로 보지 않은 점, 최 회장이 혼인관계 파탄 이전 친인척에게 증여한 주식이 분할 대상에서 빠진 점 등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대로 유지됐다.
최 회장은 항소심보다 4천억 원가량 감소했지만 여전히 1조 원에 이르는 재산분할 액수를 받아들게 됐다. 최 회장이 현금을 마련할 방안으로는 직접 보유하고 있는 SK실트론 지분 29.4%의 매각, SK 주식을 담보로 하는 대출 등이 꼽힌다.
다만 최 회장이 이번 선고에 불복해 재상고하면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최 회장 법률대리인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최 회장은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많은분들께 심려를 끼진 것에 관해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판결에 관한 구체적 입장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