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LS의 배송 수수료 체계가 기존 택배업계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현장 택배기사들 사이에서 보상 기준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쿠팡CLS가 기존 택배사들과 다른 수수료 산정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단가가 어떤 기준에 따라 결정·조정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현장의 요구는 수수료 산정 방식 자체를 바꾸라는 것이 아니다. 수수료가 생계와 직결되는 만큼 최소한 수수료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기준과 단가 변경 사유는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쿠팡CLS 택배노조는 생계와 직결되는 수수료 단가의 산정 기준을 놓고 '정보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며 '원청 단가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10일 쿠팡CLS 택배노조에 따르면 대리점들은 매년 재계약 과정에서 수수료 산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채 단가를 조정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수익에 실질적 타격을 입고 있지만, 수수료 산정 방식과 변경 근거가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아 단가 조정이 어떤 이유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본부장은 “대리점은 재계약 과정에서 인하된 수수료를 기사들에게 통보할 뿐, 원청인 쿠팡CLS가 조정한 수수료 단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대리점에 단가 삭감의 원인과 기준을 문의하면 쿠팡CLS와의 계약상 공개할 수 없다고 하고, 쿠팡CLS 역시 같은 취지의 답변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친과는 다른 경우, 고용 관계의 한계점 분명 존재
이러한 상황은 쿠팡CLS가 일부 배송 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은 사업 구조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CLS가 직접 고용한 쿠친(쿠팡 친구)과 달리,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의 경우 쿠팡CLS가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대리점이 다시 기사들과 개별 고용 관계를 형성하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쿠팡CLS가 대리점 소속 기사들의 보상 체계나 근로 여건을 직접 관리하거나 개입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쿠팡CLS 입장에서는 각 대리점으로부터 영업 환경과 운영 여건 등을 반영한 정보를 받아 수수료 단가를 조정하고 있기 때문에, 계약 상대방인 대리점과는 관련 기준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대리점이 기사들에게 관련 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공유할 지는 대리점의 고용·운영 영역에 속하는 문제여서 이를 쿠팡CLS가 강제하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물류업계 일각에서는 쿠팡CLS가 대리점 소속 기사들의 보상 체계와 소통 방식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오히려 계약 관계의 범위를 넘어서는 월권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대리점 소속 기사들이 쿠팡CLS와 직접 고용 관계에 있지 않은 만큼, 쿠팡CLS가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개별 기사들에게 해당 정보를 직접 안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 쿠팡만의 방식, ‘수수료 조정 배경’ 파악 어려운 이유
하지만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쿠팡CLS에서는 현장 기사들이 수수료 조정의 배경이나 원청 단가 변동 수준을 상대적으로 더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쿠팡CLS가 일반적 택배업계 관행과는 다른 방식으로 수수료를 산정·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택배업계는 일반적으로 배송 권역의 난이도와 물량 처리 효율 등을 반영한 ‘급지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 밀집지역인지, 단독주택 비중이 높은 지역인지에 따라 건당 수수료가 달라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택배기사들은 자신이 맡은 구역의 급지와 적용 단가 수준을 비교할 수 있어 수익 변동의 원인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쿠팡CLS는 사실상 ‘급지 체계’가 존재하지 않고, 구역별 단가 역시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 협의를 통해 수수료 단가가 결정되는 구조다. 대리점주가 직접 배송 환경과 물량 등 현장 여건을 반영해 쿠팡CLS와 협상하고, 그 결과에 따라 매년 수수료 단가가 조정된다.
이 과정에서 구역별 단가와 산정기준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데다, 기사들은 자신이 맡은 구역의 배송 난이도와 적용 수수료 수준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단가 조정의 배경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쿠팡CLS 택배기사는 “급지 체계도 없고 공개된 기준도 없다”며 “그런데도 어떤 구역은 건당 수수료가 700원대인 반면, 다른 구역은 500~600원대에 그치는 등 구역마다 수수료가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매년 12월 대리점과 쿠팡CLS 간 협상을 통해 수수료 단가가 조정된 뒤 이듬해 1월부터 새로운 수수료가 적용된다. 그러나 기사들은 구체적 조정 근거에 대한 설명 없이 “이번에 단가가 인하됐다”는 식의 통보만 받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대리점은 쿠팡CLS와의 계약 내용이 비공개라는 이유로 원청 단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기사들은 인하된 수수료를 받아들이거나 일을 그만두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 원청 단가 비공개, ‘수수료 갈등’ 키우는 꼴
물론 택배기사들이 급지와 적용 단가를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해서 수수료 관련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 택배업계에서도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부 기사들은 원청 택배사가 제시한 기준 단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대리점이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 경우에는 급지별 수수료 단가가 공개되거나 급지체계를 통해 적용 단가 수준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노조는 쿠팡CLS의 경우 수수료 산정 기준 자체가 불명확한 데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원청이 조정한 단가와 기사들이 실제 적용받는 수수료 간 차이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실제 현장 기사들은 단가 조정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적용 근거도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한다. 대리점에서는 때때로 배송 효율 향상과 엘리베이터 보급률, 물량 증가 등이 조정 사유로 설명하지만, 각 요인이 단가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조정 사유 역시 매번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두고 “임금 교섭을 하려면 원청이 얼마를 주고, 대리점이 얼마를 가져가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 정보 자체가 없다”며 “그 상태에서는 합리적 교섭이 시작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한 타사 택배업계 관계자는 "어떤 방식이 더 우수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보상에 영향을 주는 핵심 기준과 변경 사유를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