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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열풍에 올라타 수많은 기업들이 혜성처럼 등장하고 성장한 최근 몇년, 한국 대표 뷰티 기업 LG생활건강은 오히려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은 2026년 신년사에서 "살아남으려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주도하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변화에 뒤쳐졌음을 인정한 셈이다.

북미에서 반전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헤어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를 앞세운 LG생활건강의 북미 지역 매출은 어느새 해외 매출의 30% 비중을 넘겼다. 중국과의 해외 매출 비중 차이도 어느새 2%p로 좁혀졌다.

며칠 뒤 8월에는 미국 세포라 매장 전체에 닥터그루트가 정식 입점한다. 해외판 올리브영에 본격 진입하는 것이다.

다만 마케팅 비용으로 인한 영업이익 부진은 문제로 지적된다. 이선주 사장이 매출과 영업이익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LG생활건강 이선주 대표 닥터그루트 앞세워 북미 공략 가속화 : 중국 부진 미국서 만회 중이지만 마케팅 비용 부담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북미 시장 공략을 확대하며 중국 실적 부진 만회에 나섰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29일 상반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최근 LG생활건강의 탈모 특화 헤어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이 북미 현지 오프라인 매장 진출 확대로 중국 시장 부진을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선주 K-뷰티 빈틈 공략했다, 미국 최대 시장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이선주 사장은 닥터그루트를 미국 오프라인 시장에 빠르게 침투시키고 있다.

닥터그루트는 며칠 뒤 8월 프랑스 화장품 유통업체 세포라의 미국 오프라인 모든 매장 400여 곳에 정식 입점한다. 이미 6월에는 미국 매장 90여 곳에 선입점했다.

2025년 10월에도 미국 내 모든 매장을 포함해 북미 코스트코 오프라인 매장 682곳에 입점했다.

이에 닥터그루트의 북미 매출 성장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22일 화장품 산업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 등의 시장에 K-뷰티 브랜드의 오프라인 채널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며 "오프라인 침투 확대는 △기존 온라인 고객층과 다른 신규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고 △구매 의향이 높은 소비자가 모여 있어 구매 전환율이 높으며 △최근 입점 중인 매스(타깃, 월마트 등)와 뷰티 전문점(울타뷰티, 세포라 등) 채널이 아마존보다 2배 이상 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북미시장 유통 구조에서 오프라인 매출 비중은 약 80%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권 연구원은 정보 분석 기업 닐슨의 자료를 인용해 뷰티 전문점은 미국 가구당 연간 뷰티 지출액 1위 채널이라고 덧붙였다. 2위는 아마존, 3위는 매스 채널이었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 역시 6월9일 화장품 산업 분석 보고서에서 "닥터그루트는 북미 주요 오프라인 채널로 진입하고 있으며 이에 소비자 접점이 빠르게 확대되는 구간에 들어섰다"며 "스킨케어보다 K-뷰티 브랜드 사이의 경쟁이 덜한 헤어케어 카테고리에서 프리미엄 두피 케어 브랜드로 안착했다는 점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닥터그루트를 중심으로 한 북미 퍼스널케어 성장이 LG생활건강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 아마존은 이미 정복했다, 세자리씩 성장하는 닥터그루트

닥터그루트는 미국 아마존에서 한국 브랜드 가운데 1위를 지키고 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의 20일 화장품 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닥터그루트 헤어케어 제품은 19일 기준 탈모와 스크럽 카테고리에서 각각 4개씩 미국 아마존 Top100에 진입했다. 두 카테고리 모두에서 한국 브랜드 중 가장 많은 제품을 Top100에 올린 것이다.

이런 강세는 LG생활건강이 밝힌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LG생활건강은 닥터그루트가 6월23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 1년 전 같은 행사보다 45.9%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고 7일 발표했다. 닥터그루트의 1분기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세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화장품 산업 분석 보고서에서 "2분기 실적 시즌에 주목할 만한 기업은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있는 LG생활건강"이라며 "닥터그루트와 구강케어 브랜드 유시몰이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 양호한 성과를 보였기 때문에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 구조적 수혜가 예상된다, 위고비가 확대한 헤어케어 시장

사람들이 위고비, 마운자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 기반 비만약 사용을 늘리는 흐름 역시 닥터그루트의 강세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GLP-1은 인체에서 분비돼 식욕 억제 등의 작용을 하는 호르몬이다.

제이피모건(JPMorgan)의 2월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GLP-1 관련 시장 규모는 2030년 2천억 달러(약 29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GLP-1을 사용하는 미국인은 2025년 1천만 명에서 2030년 25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3일 화장품·의료기기 산업 분석 보고서에서 비만약 사용으로 인한 탈모·모발 볼륨 감소로 헤어케어 카테고리가 떠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약 사용자의 탈모 경험 비율은 2025년 2분기 기준 51%에 달했다.

미국 화장품 유통업체 울타뷰티의 케시아 스틸먼 최고경영자(CEO) 역시 4월 야후파이낸스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비만약 사용 확산이 헤어케어 제품 수요를 만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 북미는 좋으나 해외 최대 매출처 중국은 여전히 부진

닥터그루트 등의 인기에 힘입어 LG생활건강의 북미 지역 매출은 빠르게 성장했다.

LG생활건강의 1분기 연결기준 잠정 북미 매출은 1680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1245억 원보다 35%가량 뛰었다. 이에 LG생활건강의 해외 매출에서 북미가 차지하는 비중도 약 31%로 늘었다. 전년 동기에는 약 23%였다.

반면 해외 최대 매출원인 중국 시장에서는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LG생활건강 중국 매출 부진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면세 수요 위축 △중국 내수 부진 △애국소비(궈차오) 열풍과 현지 브랜드의 기술력 강화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 샤오홍슈 등을 통한 숏폼 기반 마케팅, 전자상거래에서의 현지 브랜드 강세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요인 속에 1분기 중국 매출은 1788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2088억 원보다 14%가량 줄었다. LG생활건강의 해외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약 33%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의 약 39%에서 감소했다.

이에 해외 매출에서의 중국과 북미의 비중 차이는 1분기 약 2%p로 좁혀졌다. 전년 동기에는 약 16%p를 기록했었다.

중국 대비 북미 매출의 비중 역시 1분기 약 94%까지 올라와 전년 동기의 약 60%에 비해 격차가 상당히 축소됐다.

◆ 이선주, 매출과 영업이익 두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다만 중국 부진 극복과 미국 성장 가속을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는 이선주 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LG생활건강 뷰티 사업부의 1분기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386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679억 원보다 43%가량 감소했다. 이에 관해 LG생활건강은 실적발표 보도자료에서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투자를 확대하며 영업이익도 주춤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2분기에도 마진은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LG생활건강 분석 보고서에서 "뷰티 부문은 2분기 영업이익 15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내다봤다.

5년 전인 2021년 2분기만 해도 뷰티 사업부에서 연결기준 영업이익 2191억 원을 벌어들이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평가된다.

정 연구원은 같은 보고서에서 "뷰티 부문의 중국 시장 2분기 영업이익은 마케팅 투입 비용을 감안했을 때 전 분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예측한다"며 "추가 밸류에이션 확장을 위해서 북미 성장과 마진 상승이 동반해서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브랜드 중심의 사업 조직 개편과 고객경험(CX) 혁신에 대한 집중 투자로 진정한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 뷰티·건강 기업'으로 거듭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단순한 품목 확장보다는 임팩트 있는 히어로 제품의 개발과 마케팅에 보다 치열하게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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