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새 성장엔진으로 내세운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할 필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중국 기업들의 압박에 밀려 글로벌 전기자동차(EV)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안인 ESS 배터리 역시 경쟁 심화 속에서 중장기 수익성 둔화 우려가 나오는 만큼 최 사장의 발 빠른 주도권 확보가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삼성SDI
9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서도 국내 배터리3사의 수치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비중국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집계를 보면 국내 배터리3사의 합산 점유율은 2025년 36.3%에서 2026년 1~3월(1분기) 29.6%, 2026년 1~4월 28.7%로 지속해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4월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국내 배터리3사 점유율은 28%로 역대 처음으로 3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핵심 원인은 CATL을 중심으로 한 중국 기업들의 시장 잠식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산업 초기에는 중국 기업들이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비중국 시장까지 점령하고 있는 셈이다.
일례로 CATL은 비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2025년 점유율 30.3%를 기록했는데 2026년 1~4월에는 33.8%로 국내 배터리3사와 반대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SNE리서치는 6월4일 1~4월 비중국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집계를 두고 “비중국 시장 전체 규모는 21.0% 성장했지만 국내 3사의 합산 사용량이 감소했다”며 “CATL뿐 아니라 중국계 후발 업체들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가격 경쟁력을 통해 시장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SDI가 시장 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SDI는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1~4월 점유율 4.3%를 기록했다. 국내 배터리3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삼성SDI는 중국을 포함한 시장 점유율에서도 1~3월 집계부터 상위 10개 기업에 포함되지 못했다.
삼성SDI가 당초 적극적 외형 확장보다 프리미엄 전기차 배터리 공급 및 수익성 확보를 주력으로 하는 만큼 점유율 축소만큼이나 사용량 자체가 줄어든 점이 더 아픈 부분으로 여겨진다.
삼성SDI의 1~4월 비중국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7.0GWh(기가와트시)는 2025년 1~4월보다 28.6% 줄어든 수치다. 국내 배터리3사뿐 아니라 이 조사의 점유율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사용량이 감소한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도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역성장 이유를 국내 배터리3사의 점유율 축소와 동일한 ‘중국 기업과 경쟁 심화’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SDI의 장점은 국내 배터리3사 가운데 유일하게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점인데 각형 폼팩터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LS증권에 따르면 삼성SDI의 핵심 고객사인 BMW그룹과 폭스바겐그룹이 CATL의 각형 배터리를 적극 채용하고 있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6월5일 삼성SDI 분석보고서에서 “LFP 기반 각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는 중국과 직접적 경쟁상황에 노출된 삼성SDI는 가격 경쟁력 열위가 점유율 하락으로 연결됐다고 볼 수 있다”며 “BMW그룹과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판매량 증가는 삼성SDI에 긍정적 신호로 읽혔는데 더이상 이런 판매량 증가가 삼성SDI 배터리 공급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BMW그룹은 2026년부터 일부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기 시작했고 각형 배터리는 CATL 및 그 외의 중국 배터리 기업들을 공급사에 추가했다. 또 폭스바겐그룹은 각형 배터리 사용 비중을 확대했지만 이 증가분은 주로 CATL에서 공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두고 신규 고객사를 발굴해 입지 반등에 나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기차 초기에는 완성차기업과 배터리기업이 소수의 파트너와 견고한 공급망을 구축했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이합집산이 나타나는 만큼 배터리 고객사를 다양화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4월 메르세데스-벤츠에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BMW, 아우디에 이어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3사를 모두 고객사로 확보한 사례가 있다.
최주선 사장은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ESS 배터리를 삼성SDI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삼고 있다.
삼성SDI가 2분기 사업전략에서 전기차 배터리는 ‘가동률 개선을 통한 수익성 회복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운 반면 ESS 배터리에서는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데서도 최 사장의 전략을 짐작할 수 있다.
삼성SDI는 북미에서 2025년부터 ESS 삼원계(NCA, 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고 2026년 하반기부터는 ESS LFP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 사장은 일부 생산라인의 단계적 전환을 통해 삼성SDI의 ESS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ESS 배터리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져 배터리 기업들의 이익창출 창구가 될지에 관한 우려가 나오는 만큼 최 사장은 빠르게 양산 체제를 안정화하고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ESS 배터리를 놓고 나오는 대표적 리스크 요인으로는 ‘수익성’이 꼽힌다. ESS 배터리는 기존 전기차용 제품 생산라인의 전환을 통해 생산이 가능해 신규 투자 부담이 적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최근 미국 완성차기업 포드가 ESS 배터리 사업에 공식적으로 진출하는 등 공급자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월27일(현지시각) 포드는 20억 달러를 투자해 자회사 포드에너지를 출범하고 LFP 배터리를 ESS용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5월28일 ‘이차전지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포드가 ESS 시장 진입을 발표함에 따라 시장 내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경쟁이 치열해지면 저가수주에 관한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중장기 수익성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는 공급과잉에 관한 우려도 시장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최 사장에게 삼성SDI가 ESS 배터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으로 여겨진다.
6월8일 SNE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1분기 글로벌 ESS 배터리(리튬이온) 출하량 3.0GWh를 기록했다. 2025년 1분기와 비교해 35% 늘어난 수치다. SNE리서치는 “국내 배터리기업들의 ESS 전략 강화에 따라 하반기에는 출하 물량 확대와 함께 점유율 상승이 기대된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