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 성수동 삼겹살 집에 온다더라, 아니다 홍대 삼겹살 집이다."
국내 유통업계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책임(CEO)의 방한 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끄는 젠슨 황의 행보가 단순한 재계 이벤트를 넘어 소비 트렌드와 브랜드 매출을 움직이는 '유통 이벤트'가 됐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현지시각으로 1일 대만 타이베이의 한 식당에서 열린 한국 기업과의 만찬 행사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 자리에서 한국 등 글로벌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지난해 그의 방한 당시, 치킨집 한 곳에서 시작된 저녁 식사는 전국 깐부치킨 점포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고, 함께 마신 소맥과 바나나맛우유는 식음료 브랜드 마케팅 효과로 이어졌다.
올해는 홍대 삼겹살집, 네이버 1784 사옥, 잠실야구장 등이 주요 동선으로 거론되면서 외식업계와 식품업계가 또 한 번의 '젠슨 황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치킨집 하나가 전국적 화제, '깐부 효과'의 탄생
유통업계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사례는 지난해 10월 서울 삼성동의 깐부치킨 회동이다.
당시 젠슨 황은 이재용, 정의선과 치맥 회동을 가졌다. 세 사람이 앉은 자리와 주문한 메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깐부치킨은 예상치 못한 전국적 홍보 효과를 얻었다.
일부 가맹점에서는 매출이 평소보다 20~5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고, 배달앱에서는 깐부치킨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일부 매장은 갑작스럽게 몰린 주문으로 닭고기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당시 점주들은 "젠슨 황 뉴스를 보고 일부러 찾아온 손님이 많았다", "매출이 1.5배 가까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깐부치킨 본사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황 CEO 일행이 먹은 메뉴를 묶어 'AI 깐부 세트'를 출시하며 화제성을 상품으로 연결했다. 수십억 원 규모 광고 캠페인에 버금가는 효과를 사실상 무료로 얻은 셈이다.
◆치킨만 뜬 게 아니었다, 테라·참이슬·바나나맛우유도 수혜
당시 주목받은 것은 음식점만이 아니었다.
황 CEO가 마신 테라와 참이슬도 함께 화제가 됐다. 특히 테라와 참이슬 조합인 이른바 '테슬라' 소맥 문화가 해외 커뮤니티와 SNS에서 소개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하이트진로는 이후 이를 활용한 디지털 광고를 제작했다. 광고에는 가죽 재킷을 입은 인물이 등장하고 치킨집에서 소맥을 즐기는 장면이 담겨 사실상 젠슨 황 회동을 패러디했다. 실제 촬영 장소도 회동이 열린 깐부치킨 삼성점이었다.
황 CEO가 시민들에게 나눠준 바나나맛우유 역시 대표적 수혜 상품으로 꼽힌다.
해외 관광객 사이에서 이미 유명했던 제품이지만, 젠슨 황이 직접 언급하고 나눠주는 모습이 확산되면서 K푸드 상징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강화했다. 빙그레도 당시 해외 시장 확대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왜 유통업계는 젠슨 황에 열광하나
유통업계가 이번 방한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유명 인사가 방문하기 때문이 아니다.
과거에도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의 '먹방 효과'는 존재했다. 하지만 젠슨 황 현상은 조금 다르다.
그는 단순한 유명인이 아니라 AI 혁명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투자자와 개발자, 직장인, MZ세대까지 폭넓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으며 검은 가죽 재킷과 소탈한 행보로 일종의 '테크 셀러브리티'가 됐다.
그가 먹고 마시는 브랜드는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세계 AI 산업의 중심 인물이 선택한 제품"이라는 스토리를 얻게 된다. AI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CEO가 어느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느냐에 따라 또 하나의 '성지'가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지난해 깐부치킨, 테라, 참이슬, 바나나맛우유 사례에서 확인됐듯 젠슨 황의 선택은 매출 증가와 브랜드 인지도 확대, 글로벌 홍보 효과로 연결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연예인 광고보다 강력한 바이럴 효과"라고 평가한다. 광고 계약도 없고 상업적 의도도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더욱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홍대 삼겹살집·잠실야구장까지, 이번에도 '성지순례' 나올까
이번 방한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장소는 홍대 일대 삼겹살집이다.
후보 식당이 거론되기 시작하자 일부 소비자들이 해당 음식점에 직접 전화를 걸어 예약을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간대에 근처에서라도 식사하고 싶다"는 반응도 나온다.
만약 실제 회동 장소가 공개된다면 지난해 깐부치킨처럼 SNS 인증과 방문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
잠실야구장 방문 가능성도 거론된다. 만약 야구 관람 장면이 포착될 경우 치킨·맥주뿐 아니라 야구장 먹거리와 K-응원문화까지 새로운 콘텐츠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