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영 KT 대표이사 사장이 데이터센터 전문 자회사 KT클라우드를 합병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합병이 확정된다면 KT클라우드가 2022년 본사에서 분리된 지 불과 4년 만에 원상 복귀되는 셈이다.
인공지능(AI) 본격화로 데이터센터 시장이 급변했다. 하지만 이것이 KT가 KT클라우드 합병을 고민하는 근본 이유로 보이지는 않는다. KT클라우드는 전임 사장의 흔적이 크게 묻어나는 조직인 만큼, 신임 사장에게는 목에 걸린 가시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KT클라우드는 전임 사장의 흔적이 크게 묻어나는 조직인 만큼, 박윤영 KT 대표이사 사장에게는 목에 걸린 가시 같은 존재였다. 사진은 박 사장이 7월6일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 전환(AX) 플랫폼 컴퍼니' 전략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KT클라우드는 구현모 전 사장이 2022년 KT의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 사업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떼어낸 조직이다. 당시 KT는 '쪼개기 상장' 우려를 불식시키며 KT클라우드의 상장 계획이 없다고 했으나 몇 개월 뒤 구 전 사장이 직접 이를 뒤집으며 상장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김영섭 전 사장 때인 2024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약 2조4천억 원의 공동 투자 계약을 체결하면서 KT클라우드의 경영 전략에 일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계약은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를 5년간 대거 도입하기로 한 것이 골자였다. KT클라우드가 구축한 자체 클라우드 시스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박 사장이 취임 초기에 MS와의 계약을 정리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받은 것도 이 우려의 연장선이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데, 이를 전담할 KT클라우드는 전임 사장의 영향으로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박 사장으로선 조직 자체를 흔드는 방법 외에 묘수가 안 보이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KT라는 조직의 연속성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KT의 내부 사정이야 어떻든 외부에서 보면 불과 4년 사이 자회사를 뗐다 붙였다 하는 모습이 '전임자 지우기'의 일환이라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KT클라우드의 성적표를 보면 답답함이 커진다. 분사 첫해 4321억 원이던 KT클라우드 매출은 지난해 9975억 원까지 늘었다. 성장은 했지만 분사하면서 내세웠던 '2026년 매출 2조 원'에는 한참 모자란다. 더 큰 문제는 이 미달의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목표가 왜 어긋났는지 설명할 사람도 없다. 분사를 밀어붙인 사람도, 방향을 튼 사람도 이미 회사를 떠났다. 그 사이 남은 것은 청구서다. 분사 과정에서 유치한 6천억 원대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이 대표적이다. 이를 정리하려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700여 명 직원의 고용 승계 문제도 풀어야 한다. 세 명의 사장이 손바닥 뒤집듯 결정을 내렸고, 그 부담은 회사와 주주의 몫이다.
합병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이 아니다. AI 인프라 강화 국면에서 통신망과 클라우드를 한 몸으로 묶으려는 발상엔 나름의 논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 사장이 재합병을 추진하려면 분사 4년의 성적표를 냉정히 돌아보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2조 원 목표 달성 실패의 원인이 외부 환경 때문인지 아니면 잘못된 전략 때문이었는지에 관한 객관적 평가가 우선이다.
실패에 대한 반성과 철저한 원인 분석이 생략된 재합병은 또 다른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KT에 가장 바라는 것 중 하나는 수장 교체에 구애받지 않는 장기적 비전이다. 그렇다면 박 사장에게 지금 필요한 일은 서둘러 조직도를 그리는 일이 아니라, 이번 합병이 장기 전략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시장에 설득하는 것이다. 시장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KT클라우드의 재합병은 경영진 교체 잔혹사가 낳은 또 하나의 촌극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