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오너 2세인 윤재승 최고비전책임자(CVO)가 자신과 가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기업 ‘시지바이오’ 매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2026년 들어 1조 원대 매각 협상을 추진해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됐지만, 곧이어 원매자를 바꾸고 다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윤 CVO가 매각대금을 활용해 부족한 대웅 지배력을 강화하고 승계 기반을 마련하려고 한다는 업계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윤재승 대웅제약 CVO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3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윤재승 CVO는 관계사인 시지바이오 매각이 한 번 무산된 이후 협상 대상자를 바꿔 다시 딜을 추진하고 있다.
시지바이오는 골대체제 영역에 특화된 바이오기업이다. 대표 제품인 ‘노보시스’는 2017년 국내 최초,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골형성 단백질 탑재 골대체제로, 골절 치료나 척추디스크 수술 시 손상 부위에 주입하면 줄기세포의 골세포 분화를 유도해 뼈 생성을 촉진한다.
윤재승 CVO와 그 가족은 지분 대부분을 소유한 블루넷을 통해 시지바이오를 소유하고 있다. 즉 윤재승→블루넷→에이하나→시지바이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윤 CVO는 블루넷 지분 53.08%를, 블루넷은 에이하나 지분 55.84%를, 에이하나는 시지바이오 지분 100%를 각각 들고 있다.
시지바이오는 2026년 초 물적분할을 통해 지배구조를 정비했다. 에이하나를 존속법인으로 두고 의료기기(시지바이오), 3D프린팅(애디테라), 스텐트(노바메디텍) 사업부를 각각 자회사로 하는 체제를 만들었다. 이는 매각 절차에 본격 들어가기 전 원매자의 결정을 쉽게 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해석됐다.
윤 CVO는 2025년 말부터 시지바이오 매각을 준비해 국내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벌여왔으나 7월 초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하지만 이후 곧바로 미국계 사모펀드인 TA어소시에이츠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다시 딜을 추진하고 있다.
애초 시지바이오의 기업가치는 1조 원가량으로 평가됐다. 윤 CVO와 IMM PE는 에이하나가 보유한 시지바이오 지분 51%를 5610억 원에 거래하는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었다. 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가격이 아닌 다른 조건이 맞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IMM PE 쪽에서 요구한 경업금지 조항에 관한 견해 차이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시지바이오는 애초 2006년 대웅제약 계열사로 설립된 회사이고, 지금도 대웅제약 그룹 계열사들과 다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웅 쪽이 시지바이오 사업 현황에 밝다는 점을 원매자 쪽이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윤 CVO 쪽은 향후 사업활동에 제약이 생긴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매각 대금으로 자사주 인수 가능성도
윤재승 CVO가 IMM PE와의 딜이 무산된 이후 곧바로 다른 원매자를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이어가는 것을 두고, 이번 매각을 어떻게든 성사시키겠다는 윤 CVO의 의지가 매우 확고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CVO 쪽은 IMM PE와의 딜이 성사됐다면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계약에 추후 시지바이오의 지분을 풋옵션을 통해 추가로 넘길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공개된 바에 따르면, 연간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현재의 두 배 수준에 이르는 경우 지분 28.1%를 같은 가격(5610억 원)에 추가로 넘기는 조건부 매매계약 조항이 담겨 있었다. 에이하나 지분율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더라도, 오너 일가가 6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손에 쥘 수 있었던 셈이다.
윤 CVO는 이 매각자금을 △대웅제약의 신약 연구개발(R&D)과 글로벌 임상 가속화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 및 승계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그중에서도 후자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해 왔다.
현재 윤 CVO는 지주사인 대웅 지분 11.64%를 들고 있고, 공익재단인 대웅재단(9.98%), 쌍둥이 자녀인 윤수민·윤수진씨(각 0.02%), 가족회사인 블루넷(0.26%), 윤 CVO와 장남 윤석민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하나누리(옛 엠서클, 1.77%), 윤 CVO가 최대주주인 디엔홀딩스(각 1.77%) 등을 합쳐도 25%대에 그친다. 아울러 세 자녀가 확보한 지분도 아직 미미해서 승계 측면에서도 갈 길이 먼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윤 CVO가 이 자금으로 대웅의 자사주를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대웅의 자사주 비율은 27.7%로 아주 높은데,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많은 기업이 소각 또는 처분을 실행하는 와중에서도 미동도 보이지 않아 왔다. 개정 상법은 기 보유했던 자사주를 법 시행일(2026년 3월6일)부터 1년 6개월이 되는 시점(2027년 9월5일)까지 소각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윤 CVO가 2026년 안에 매각을 매듭지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TA어소시에이츠와의 협상에서도 IMM PE 협상 결렬 원인이었던 경업금지와 몇몇 세부 조항들이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시지바이오가 최근 맺은 2조5천억 원 규모의 대형계약 덕분에 윤 CVO 쪽이 협상의 주도권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시지바이오는 5월 존슨앤존슨 계열의 미국 외과수술 전문기업 드퓨신테스와 2040년까지 이어지는 미국·캐나다·호주 대상 글로벌 임상개발 및 독점 사업화 계약을 체결했다.
TA어소시에이츠가 이 계약을 계기로 윤 CVO 쪽이 제시한 조건을 전향적으로 수용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올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