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최종 초읽기에 들어갔다. 여권은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설립 법안 처리에 이어 이번 보완수사권 폐지(형사소송법 개정)를 '검찰 개혁'의 완성으로 바라고 있다.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여론전은 7월 초부터 한달 동안 이어졌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존치론 쪽 목소리가 야당은 물론 민주당 안에서도 커졌다. 그러나 아동 성매매 혐의를 받는 최영중 전 국민의힘 청주시의원 사건에서 검찰의 통신영장 반려 논란이 터지며 여론의 흐름이 뒤집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의 수사 비리 의혹이 살린 보완수사권이 '검찰 봐주기' 의혹으로 다시 폐지 쪽으로 기운 셈이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7월 임시회 3차 본회의를 개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30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즉시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 토론)에 돌입했으며 첫 반대 토론자로 6선 주호영 의원이 단상에 올랐다.
주 의원은 "이 법이 통과되면 국민과 나라가 망할 정도로 엄청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법안 처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안을 제출해 31일 토론을 끝내고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종결동의안 제출 24시간 뒤 재적 의원 5분의3 이상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를 종료할 수 있다.
전날 저녁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 의결 직후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70년 만에 형소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했다"며 이를 '형사사법 정상화법'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수사권과 기소권, 불기소권, 영장청구권이 한 기관에 집중된 구조에서 발생한 권한 오남용의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개정안을 '수사·기소 완전 분리'로 규정했다.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고 검사는 보완수사를 요구하면서 공소 책임을 유지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경찰과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특별사법경찰 등으로 수사권이 분산되고, 검사는 영장청구와 기소를 통해 수사기관을 견제하는 만큼 '경찰 수사권 독점'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한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오욕의 검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동 성매매 최영중 사건처럼 검사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반려하는 과정에서도 유착·비호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며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에 더해 직접 수사권까지 쥔 검찰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직접 추가 수사하거나 강제처분할 수 없게 된다. 대신 공소제기와 공소유지, 영장청구 여부를 판단하는 데 추가 수사가 필요하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사건관계인의 의견을 듣거나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지만, 제출받은 자료는 직접 수사로 얻은 증거와 구분하고 그 자체를 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경찰은 원칙적으로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을 받으면 1개월 안에 이를 이행해야 하며 한 차례에 한해 1개월 연장할 수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담당 수사관의 징계를 요구하거나 상급 수사기관 또는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해 보완수사를 맡길 수 있다.
고소인과 피해자뿐 아니라 고발인에게도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신청할 권리를 주고 사건기록 열람·복사권도 보장한다. 모든 수사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남기도록 해 수사자료의 임의 누락을 막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는 없애되, 경찰 수사를 다시 들여다보고 책임을 묻는 통로는 확대하는 셈이다.
보완수사권 폐지의 길은 험난했다. 특히 최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됐다. 경찰은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강간살인 혐의 적용이 어렵다며 장씨를 살인 혐의로 송치했고, 검찰은 직접 보완수사를 거쳐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장씨 원룸에 있던 휴대전화와 리얼돌 등이 사라지고, 경찰이 확보한 DNA 감식보고서가 송치기록에서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이 장씨 차량에서 발견한 케이블타이를 증거물로 확보하지 않았고 당시 수사팀장이 이를 문제 삼지 말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은 장씨 부친이 관련 증거를 없앤 정황도 확인해 수사에 나섰다.
검찰과 국민의힘은 장윤기 사건을 경찰 수사를 검사가 보완수사권을 통해 직접 확인해야 하는 적확한 사례로 제시했다. 경찰이 사실을 숨기거나 부실하게 수사하면 서류만 넘겨받은 검사가 이를 알아내기 어렵다는 논리를 댔다.
국민의힘은 검찰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사건의 진상이 묻혔을 것이라며 폐지안 중단을 요구했고, 여권 내부에서 한동안 일부 존치나 추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커지기도 했다.
그러나 뒤이어 터진 최영중 사건은 검찰의 경찰 통제가 언제나 피해자 보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을 불러왔다. 경찰은 이번달 9일 최 전 의원의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최근 1년간 통신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이른바 '통신영장(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허가서)'을 검찰에 신청했다.
검찰은 추가 범죄의 구체적 내용과 통신기록 조회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며 영장을 반려했다. 피해자가 최 전 의원으로부터 지인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한 만큼 추가 피해자가 있다고 볼 구체적 근거가 부족하고, 혐의가 특정된 범행 기간보다 넓은 최근 1년치 기록을 확보하면 위법 수집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아동 성매매 혐의를 받는 최영중 전 국민의힘 청주시의원이 충북 청주시 청원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최 전 의원은 미성년자의제강간과 성착취물 제작, 성판매 권유, 성착취 목적 대화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청주시의원에 당선됐지만 의혹이 알려진 뒤 당에서 제명됐고 의원직에서도 물러났다. 그는 성관계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상대방이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범여권은 최 전 의원을 공천한 검사장 출신 김진모 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과 청주지검 차장검사의 과거 근무 인연을 거론하며 '전관예우에 따른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물론 최영중 사건의 '통신영장 반려'는 검사의 보완수사권 행사는 아니다. 경찰이 수사 도중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지 않은 사안으로, 이를테면 영장 청구권을 동원해 경찰 수사에 제약을 가한 것이다.
실제 외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검찰이 '검찰 카르텔'을 봐주기 위해 권한을 쓴 것 아니냐는 검찰 불신을 다시 불러냈다. 최 전 의원을 공천한 검사장 출신 인사와 청주지검 간부의 과거 근무 인연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 불신을 키운 사건이 또다시 국민의힘에서 나온 셈이다.
국민의힘은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달 25일 보완수사권 폐지를 기본 입장으로 공식화했고 이 대통령도 최종 결론을 국회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 이송 뒤 대통령은 15일 안에 법안을 공포하거나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