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와 소비 감소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와인 판매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결국 포도나무를 불태우는 선택을 한 것이다.
2019년 5월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마리아시에 있는 한 포도밭에서 노을이 지고 있다. ⓒ펙셀스
뉴욕타임스는 30일(현지시각) "미국 와인의 80%를 생산하는 캘리포니아에서 2025년 와인 생산량이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사람들이 알코올의 유해성에 술을 줄이고 젊은 층은 캔 칵테일, 탄산수, 무알콜 맥주, 증류주 등을 선호하면서 와이너리들은 아예 포도밭을 불태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와인 포도 재배자 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5년에는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약 1만4천km²의 포도밭에서만 와인용 포도가 수확됐다. 이는 주 전체 포도 재배 면적의 약 7% 밖에 되지 않는다. 와인 업계는 50만 톤이 넘는 포도가 수확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미국 와인 소비량은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서 와인 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와인 불황'은 여러 원인이 한꺼번에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의 바와 와인 판매점 주인들은 뉴욕타임스에 "젊은 소비자들이 무알코올 음료를 점점 더 많이 찾고, 대마초 합법화 후 음주보다 대마초를 선호한다"며 "와인을 찾는 고객들도 '피노 누아'(pinot noir)보다 가벼운 레드 와인, 오렌지 와인, 그리고 화이트 와인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화이트 와인 선호가 늘면서 화이트 와인 품종 포도를 심는 농가도 늘고 있다. 2025년에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캘리포니아에서 화이트 와인 생산량이 레드 와인 생산량을 제쳤다.
캘리포니아는 오랫동안 '피노 누아' 레드 와인을 주로 생산했었다. 피노 누아는 한때 '까베르네 쇼비뇽'이나 '메를로' 같은 레드 와인에 비해 바디감이 가벼워 인기가 덜했으나, 2004년 한 영화에서 피노 누아를 극찬하는 장면이 나오자 크게 유행했다.
피노 누아를 생산하던 와이너리들은 이에 힘입어 기록적인 속도로 재배량 확대에 나섰고, 주 전역에서 농가들은 어디든 피노 누아를 심었다. 그런데 최근 와인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피노 누아 수요가 줄기 시작했다. 여전히 피노 누아는 캘리포니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생산되는 레드 와인이지만 2021년과 비교했을 때 생산량이 30% 감소했고, 대신 '피아노'나 '그뤼너 벨트리너'같은 화이트 와인 품종 재배량이 늘었다.
피노 누아는 재배하기 까다로운 포도 품종이라 와인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데, 이에 젊은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낀다는 분석도 나왔다. 젊은 소비자들이 와인 자체에 거부감이 없어도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비싼 피노 누아를 살 수 없어 포기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역시 와인 매출 감소에 영향을 줬다. 캐나다의 일부 주는 오랫동안 미국의 최대 와인 수출 시장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에 관세를 매기자 이 주들이 미국산 주류 판매를 금지하면서 캘리포니아 와인 농가의 매출에 타격을 준 것이다.
오는 가을부터 포도 수확이 시작되지만 수천 톤의 포도가 또 다시 수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2년 안에 수백 곳의 와인 농가가 문을 닫을 것이고 와인 산업이 바닥을 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