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겠다는 방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국제사회의 반발을 의식한 듯 '통행료'가 아닌 안전한 항행을 위한 '서비스 요금'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걸프 산유국들은 이란의 이런 방침을 의식해 우회로를 만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 시내에 부착된 선전물과 이란 국기 모습. ⓒ AFP통신=연합뉴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4일(현지시각) 이란 메르통신과 나눈 인터뷰에서 "이란과 오만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동으로 제공하는 항행지원과 수색 및 안전보장, 환경오염 정화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받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통행료 명목으로 돈을 받지는 않겠지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복으로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앞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 관리를 명분으로 2026년 5월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을 설립했다. PGSA라는 기구를 중심으로 선박의 사전심사와 수수료 부과 등 호르무브 해협의 새로운 통항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란의 이와 같은 입장은 이란전쟁이 일단락 된 뒤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향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의 경우 유엔해양법협약상 '국제 해협'에 해당해 통과통항권이 보장되고 있어 이란이 추진하는 호르무즈 유료화는 '서비스 요금'이라고 주장하더라도 통행세에 가깝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서비스 요금 명목으로 유료화가 진행될 경우,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영해가 얽혀 있는 말라카 해협을 비롯한 주요 해협에서도 비슷한 일이 추진될 수 있어, 국제사회는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
반면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와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의 파나마운하의 경우 인공구조물로서 운하관리청에 통과료를 납부한다. 하지만 이들은 인공운하이고 시설 사용료 성격이어서 국제법 논쟁에서 벗어나 있다.
걸프 산유국들은 이란의 이와 같은 호르무즈 유료화 행보에 넋놓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걸프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 새로운 송유관, 철도 회랑, 에너지 저장 허브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는 과거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지어진 동서횡단 파이프라인을 최대한 가동해 이란전쟁 전 하루 약 200만 배럴을 이동시키던 것을 현재 하루 약 700만 배럴을 옮기는 데 사용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호르무즈 해협 외곽의 푸자이라로 향하는 파이프라인 용량을 2027년까지 2배로 늘릴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또한 걸프국가들은 해상수송을 보완하고 원자재를 나르기 위해 중동지역을 연결하는 철도 프로젝트 추진을 가속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안 우회로가 확장되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거나 영향력을 강화하더라도 그에 따른 타격을 줄일 수 있어 '호르무즈의 무기화' 위협이 감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친치아 비안코 유럽외교관게위원회 객원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과 나눈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파이프라인에 처음 투자했을 때 사람들은 미치도록 비용이 많이 들고 정말 필요하지 않은 일이라고 비웃었다"며 "하지만 결국 그 투자는 충분히 가치있는 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