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링컨 기념관 앞에 조성된 인공 연못 '리플렉팅 풀'을 새롭게 단장하는 데 수백만 달러를 투입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는 손대지 않아 헛돈을 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5월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링컨 기념관 앞에서 '리플렉팅 풀(인공 연못)' 보수 현장을 둘러보며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못 바닥을 파란색으로 칠하는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수년째 조류 번식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노후 배관 교체 계획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연못은 오랫동안 녹조와 담수조류 문제로 시달려 왔다. 과거 방문객들은 CNN 인터뷰를 통해 "진흙탕 같다", "역겹다", "젖은 개 냄새가 난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연못 바닥인 화강암 표면을 정비한 뒤 실제 수영장을 연상시키는 '성조기 톤의 파란색' 방수 페인트 칠을 입히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사 계약은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애틀랜틱 인더스트리얼 코팅스' 업체가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당초 사업비는 180만 달러(약 27억 원)로 알려졌지만, 미국 건국 250주년 행사 전에 완공할 것을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1310만 달러(약 198억 원)까지 비용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녹조와 담수조류 증식의 근본 원인은 노후된 배관에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링컨 기념관 공원관리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수천 피트에 달하는 배관 교체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이 배관은 원래 연못의 물을 정화 시설로 보내 담수조류와 박테리아를 제거한 뒤 다시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공원관리청은 노후된 배관의 플라스틱 벽이 주변 토양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파손돼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월2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링컨 기념관 앞 '리플렉팅 풀(인공 연못)'에서 작업자들이 도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재도색은 올여름 미국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워싱턴 주요 명소 정비 사업의 일환이다. ⓒUPI/연합뉴스
배관에 문제가 생기면 연못 안의 정화 시스템 가동이 중단되고 그 사이 조류가 급속히 번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공사업체는 녹조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 노후 배관을 교체하는 대신, 연못 바닥을 이루는 콘크리트 판 사이 틈새를 방수재로 메우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틈새를 방수재로 메운 뒤 바닥 전체를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파란색 방수 칠로 덮어 누수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녹조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 배관은 그대로 둔 채 연못 바닥 보수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현재와 유사한 방식의 바닥 누수 보수 공사도 과거 두 차례나 실패한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
더그 버검 미국 내무장관은 1일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리플렉팅 풀(인공 연못)이 이제 100% 성조기와 같은 파란색으로 방수칠됐다"며 "미국 수도의 상징적 명소를 복원해 미래 세대까지 미국의 역사를 기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공사 성과를 홍보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담수조류와 녹조의 근본 원인으로 꾸준히 지목된 배관을 교체하지 않는 한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배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파란색으로 단장한 연못 바닥 역시 머지않아 녹색 조류층 아래 다시 가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