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서 인천 연수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관영 무소속 후보를 옹호하는 발언을 던지면서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갈등의 불씨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인천 연수갑 후보(사진)가 김관영 무소속 전북도지사 후보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인천 연수갑 후보 캠프
이원택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 캠프는 "심각한 해당 행위"라며 송 전 대표의 징계를 요구했고 김관영 무소속 후보는 송 전 대표의 발언을 옹호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송 전 대표가 지방선거 승리라는 당면 과제보다 선거 직후 치러질 전당대회에서의 당권 장악과 '친명(친이재명)' 주도권' 확보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정치권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송영길 민주당 인천 연수갑 국회의원 보궐 선거 후보가 한 유튜브 방송에서 했던 ‘김관영 후보 두둔 발언’을 둘러싸고 민주당 안팎에서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송 후보는 지난 5월30일 유튜브 채널 '스픽스'에서 "민주당이 김관영 후보를 배제하고 전북에 당력을 집중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김관영 후보도 이재명 대통령이 선택한 사람인 만큼, 도민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후보는 이어 "김 후보를 지지하는 분이나 이원택 후보를 지지하는 분이나 다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들인데 왜 당이 불공정하게 배제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 심판은 도민에게 맡겨야지, 당이 김관영 무소속 후보를 과도하게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원택 민주당 후보 측은 송 후보의 발언이 민주당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 지지를 독려한 '해당 행위'라며 징계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도 5월31일 기자간담회에서 "(김관영 후보의) 불법적 현금살포 행위를 용인하자는 것이냐"며 "(김관영 후보가 당선돼도) 복당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김관영 무소속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송영길 전 대표가 굉장히 절절한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라며 "김관영도 이재명 대통령이 인재영입 1호로 영입한 사람이고 이재명 정부에 항상 협조할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송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는 민주당과 이원택 후보 측에 반격한 것이다.
현재 전북지사 선거는 이른바 공천 과정에 대한 '반청(반정청래)' 여론이 김관영 무소속 후보에게 쏠리면서 민주당이 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김관영 무소속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정청대 당대표 연임을 막겠다'는 선거 캠페인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지는 전북지사 선거에서 김관영 무소속 후보가 승리한다면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려는 정청래 대표에게 가장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충남 천안시 민주당 박수현 충남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 참석해 원고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런 맥락에서 송 전 대표의 발언은 사실상 당권 연임을 노리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정밀 타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차기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는 송 전 대표가 이번 선거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 대표를 압박하는 동시에 정청래 체제에 불만을 품은 지지층의 지지를 흡수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몰두해야 할 시점에 벌써부터 전당대회를 겨냥한 송 후보의 발언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상호 민주당 강원지사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송영길 후보가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나중에 김관영 지사 지지하는 전북 표도 흡수할 생각으로 그런 발언을 했다면 그건 굉장히 큰 과오"라며 "우리 당 후보(이원택)가 뛰고 있는데 다음 전당대회 때문에 그런 포석을 깔았다 그러면 현재 우리 당 후보 지지자들은 또 다 송영길 후보를 원망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우 후보는 이어 "송 후보는 자기 선거에 전념하는 게 맞다"며 "지금 다른 지역에 대해 논평할 여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좀 자기 선거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가 민주당 지지층의 균열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최근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비토하는 이른바 '뉴 이재명' 성향의 강성 지지층은 전북지사로 김관영 무소속 후보를,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는 김용남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일각에서는 '뉴 이재명' 성향의 지지층들이 내세우는 논리가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향한 비토에만 쏠리다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는 김용남 후보가 민주당 후보이기 때문에 지지해야 한다면서 전북지사 선거에서는 이원택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김관영 무소속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모순된다는 것이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지금 기준에서는 송 후보의 발언은 계파가 당보다 먼저인 것 같다"며 "계파를 기준으로 보면 평택은 김용남, 전북은 김관영인데 당이 공천한 후보는 이원택인데 당대표를 지내신 분이 계파를 더 앞세우는 인식을 드러내는 게 현재 민주당 주소"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당원들과 지방선거 일선 후보들은 선거 승리를 위해 고군분투하며 피를 말리고 있는 상황에서 당의 중진이자 큰 인물로 평가되는 송 후보가 벌써부터 선거 이후 전개될 당권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송 후보의 발언을 두고 "지금은 지방선거 기간이고 전당대회는 두 달 뒤에 있다"며 "선거는 이겨야 한다. 당이 정당하게 공천한 후보가 있는 만큼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당의 승리를 위해 협력할 때"라고 말했다.